여름이 갈 듯 갈 듯하면서 가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예전에 비해 조금 시원한 느낌은 들지만 씻고 나오면 여전히 땀이다. 그러던 차에 어제 비가 내렸다. 천둥 번개를 치면서 세차게 내렸다. 쏟아지는 비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올여름에 비를 언제 본 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내리지 않았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내려가고, 여름도 저만치 물러갔으면 한다.
오늘 아침,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이 상태라면 더는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10시를 조금 넘기면서 세찬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바람까지 불었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예보가 있다.
이 비가 그치고,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가을이 올까?
올여름이 유난히 덥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하나, 실제로 이번 여름은 길고 많이 더웠다.
둘, 응급과 입원을 반복하는 엄마를 살펴야 했다.
두 가지 상황에 덧대어 성질 급하고 소리 지르는 아버지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부모가 아프면 보살펴야 하는 게 맞지만 가끔은 짜증이 난다. 아니다. 이제 짜증에서 한발 물러선 기분이다. 부모님이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딴지를 걸어봐야 어찌 안 되니 그냥 지켜보게 된다. 체념을 하면서…….
나는 왜 가을을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고 있나. 가을이 온다고 뭔가 달라지는 건 없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이 왔으면 한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운동하기도 수월할 것이고, 힘든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지 않을까.
차갑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의 촉감, 약간 쌀랑하게 느껴지는 공기, 자연이 주는 서늘함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