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모든 집안 대소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손위 동서와 아주버님의 의견이었다.
당연히 찬성이었다.
고물가 시대에 여러 가지 음식을 차리고, 준비하는 수고로움이 만만치 않았는데 명절만이라도 서로 편하게 얼굴을 보며 즐기자는 의도이니 좋았다. 지난번 추석에 의견이 나왔고 적용은 이번 설부터이다.
매달 하는 모임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며 자랑했더니 이미 다 그렇게 하고 있다며 놀라지도 않았다. 내가 선두인 줄 알았는데 후발 주자였다.
차례와 제사의 기원과 의미를 찾아보았다.
차례(茶禮)는 '차를 올리는 예'라는 뜻으로, 명절에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의식이다. 고려시대 불교의 영향으로 차 문화가 발달하면서 시작되었다. 반면 제사는 유교 전통에 따라 조상의 기일에 지내는 의례이다.
차례와 제사는 분명 의미나 형식이 다름에도 지금은 거의 비슷하다.
많은 음식을 차리고 조상에게 예를 올린다.
상 위에 올려지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비용도 그렇지만 육체적인 노동이 예상외로 많이 들고 때론 지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명절에 지짐과 전을 굽다가 냄새로 기절하는 사람이 나오겠는가.
차례를 하지 않으니 뭔가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명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명절 저녁에 만날 식당을 예약했다.
친정에는 아직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모든 결정을 부모님이 하시니 올케와 동생들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음식을 만드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친정에 가도 음식을 챙겨 오지 않는다. 그래야 덜 만들기 때문이다.
차례가 사라졌다고 명절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이상하게 변질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서로 편하게 만나게 되지 않을까.
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야 몸이 건강해진다고 본다.
온전히 즐기는 명절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