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Jan 27. 2024

여행 스타일

- 촌스러운 멀미가 나를 잡네. 


  

 여행은 갑자기 떠나도 좋고, 계획을 짜서 떠나도 좋다. 

 일을 하다가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도 있고,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고 나면 떠나고 싶을 때도 있다.  

 여행은 낯선 곳으로의 이동이다. 

 현재의 삶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좋은 것을 보고, 신나는 것들을 즐기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니 얼마나 편한가. 

 여행에서는 시간 역시 일상과 다르게 간다. 그래서 더 좋은 지도 모르겠다.


 매달 모여서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며 차를 마시는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현재 내 나이만큼 오래 되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만나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각별한 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자라듯 우리도 나이를 먹었다. 


 단체 채팅방에 한 언니가 2월에 떠나는 여행 안내를 올렸다.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몇 달 전에 단체 관광에 합세해서 다녀온 적이 있다. 

 물론 나는 가지 않았다. 

 버스를 전세 내어 단체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빠졌다. 

 이번 여행 역시 그때랑 비슷해 보였다. 


 단체관광을 좋아하지 않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기 때문에 잠을 자야 한다. 

 긴 시간을 잠으로 버리는 건 아깝다. 

 버스를 타고 내리면 속이 불편하기에 그 무엇도 먹을 수 없다. 


 두 번째로는 함께 움직이는 여행이기에 내 개인 의사나 취향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멀미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가급적이면 버스를 타고 싶지 않다.

 내가 운전해서 가는 게  좋다. 

 내가 운전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다 우리끼리 단촐하게 움직이면서 즐기는 게 더 좋다. 


 단체 여행은 여행사에서 짜 놓은 스케줄에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 

 내 의사와 무관하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계획 다 짜 주지, 끼니 때 맞추어 식당 잡아 놓지. 얼마나 좋냐.” 


 그런데 나는 그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을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끼리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사천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제주에서 9인승 차를 렌트하여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신나게 누비고 다녔다. 

 2박 3일 동안 우리는 집으로부터 탈출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2박 3일 동안 우리는 음식을 해 먹지 않았다. 

 그렇게 하려고 떠난 것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날을 잡아서 떠나자고 말은 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7명이 날짜와 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든 또 갈 수는 있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조금 있으면 한 언니가 올린 여행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가고 싶은 사람들과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모일 것이다. 이제는 말해야겠다. 이런 저런 핑계는 그만 두고 말해야겠다.

 “사실 나 멀미 해. 그래서 버스를 타면 힘들어.”

 며칠 추운 날씨 때문인지 하늘이 무척이나 맑다. 

 복잡한 1월이 저 하늘처럼 깨끗해졌으면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잡초가 무성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