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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졸업하기

by My Way

카이스트생들은 2학년이 되면,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지만, 대신 심화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자유융합전공, 지정융합전공 및 AI 특별지정전공 중 반드시 하나 이상을 신청 및 이수해야 한다(제13화 참조).


울 아들도 2학년이 되자,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하면 좋은 것을 놓고 긴 고민을 한 끝에, 둘 다를 할 수 있는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그리고 졸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단, 복수전공은 두 학기의 연차초과 수업료 납부를 유예해 주므로 5년까지 학비 지원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새내기과정학부가 끝났으니 남은 기간은 4년. 이 기간 동안, 군 문제와 진로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학점관리도 신경 써야 했다.


당연히, 나는 아이의 4년 뒤 졸업을 염두에 두고, 미래 계획을 고민했다.

그런데, 아이 아빠는 달랐다.


"카이스트는 4년제 아냐?"

"맞아요."

"근데, 너는 왜 5년 만에 졸업을 하려고 하는 거야?"

"OO이가 말했잖아. 복수전공이라서 5년까지 할 수 있다고."

"복수전공은 4년 만에 졸업하면 안 돼?"

"읭???"


처음에는 아이 아빠의 물음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

복수전공이 5년 만에 졸업하도록 설계되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굳이 그렇게 힘들게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는 아빠의 참신한(?) 질문에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전공 선택이 완료된 2학년의 어느 날, 4년 만에 졸업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시간을 쪼개가며 4년 졸업을 위한 빌드업을 쌓아갔다.


정말 못 말리는 부자(父子)인 것 같다.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카이스트도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야 하는 학점이 있고,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으며,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그 모든 과정에 학과사무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졸업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울 아들 또한 학교를 다니는 내내 '졸업'을 염두에 두고 학점을 관리하고,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것들을 스스로 챙겨 왔는데, 졸업을 앞둔 시점이 되니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1. 졸업예비사정(출처 : 카이스트 홈페이지)


졸업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 졸업예비사정을 하도록 되어있다.

졸업을 하기 위한 요건이 충족되어 있는가, 졸업이 가능한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 같이 졸업을 위한 요건들이 복잡한 경우, 이렇게 점검을 해 두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카이스트의 경우 졸업관리시스템을 통해 모의사정을 해볼 수 있다. 졸업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누락된 서류는 없는지, 잘못된 건(졸업장에 사용될 영문 이름 등) 없는지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울 아들의 경우, 4학년 여름방학 때 졸업예비사정을 해보는 것 같았다.

그때 곁에서 지켜봤는데, 정말 요즘은 졸업을 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떼는 분명, 학점이랑 전공필수 정도만 챙기면 되었었는데 말이다.


1) 졸업 이수 학점

2024년 기준, 카이스트의 졸업 이수 학점은 138학점 이상이고, 이수한 전 교과목의 성적 평점평균은 2.0/4.3 이상이어야 한다.


2) 영어 : 4학점

카이스트의 경우, 영어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따라다니는 과목이다.

재학기준 4학기 내에 영어 필수 4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단, 수강을 면제받고 학점도 인정(S)*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 S/U(Satisfactory/Unsatisfactory) 제도 : 일정점수 이상일 경우, S로 표기


3) 논술 : 3학점

카이스트에서는 재학 중 단 1회만 응시가능한 논술 레벨테스트를 실시하여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A, B, C로 구분하고 있다.

이 테스트를 통해, A등급을 받으면 논술 교과목*에 S 학점을 부여해 수강을 면제시켜 주고, B등급을 받으면 논술 교과목 중 1 강좌를 수강해야 한다. 만약 C등급을 받으면, 일단 '글쓰기의 기초(1학점)'부터 이수한 후, 논술 교과목 중 1 강좌를 수강해야 한다.

* 논술 교과목 : 논리적 글쓰기, 비평적 글쓰기, 실용적 글쓰기, 창의적 글쓰기


4) 인성/리더십 : 2과목(AU)* 이수

졸업을 위해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I ~ IV까지의 교과목이 있는데, 2025학번부터는 I과 II에서 1과목, III과 IV에서 1과목을 이수해서 총 2과목 2AU를 이수하도록 변경되었다.

* AU(Activity Unit) : 졸업학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반드시 이수해야만 졸업이 가능한 수업을 의미


5) 윤리 및 안전 이수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이수가 필요하다.

연구 부정행위 및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2009년 봄학기부터 개설 운영되고 있는데, 학부생뿐만 아니라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입학 첫 학기 개강일 전까지 이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입학 첫 학기 수강신청 기간 시작 전까지 이수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시 운영되고 있으니, 언제든 이수하면 된다.

만약 윤리 및 안전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건물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6) 즐대생 & 신대생 : 2AU

새내기과정학부 학생들은 반드시 들어야 하는 즐대생(즐거운 대학생활)과 신대생(신나는 대학생활)도 성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졸업 필수 요건이다.


7) 인문사회선택 과목 : 21학점 이상 이수

인문, 사회, 문학과 예술, 이 3개 계열 중 2개 계열에서 각각 1과목씩 이상 선택하여 이수해야 한다.


8) 연구과목 : 3학점 이상

연구과목 3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졸업연구(논문), 인턴십프로그램 및 연구, 개별연구, 세미나 등을 이수하면 연구학점으로 인정받게 되는데, 복수전공자는 연구과목 이수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복수전공자도 개별연구를 신청하기도 한다.


9) 영어능력 졸업요건

2) 번의 영어 학점과는 별도로 입학 전 또는 재학 중에 TOEFL, TOEIC, TEPS, IELTS 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입학 전이라 함은 신입생 영어능력평가 실시 전 제출하는 성적으로, 공인된 영어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의 성적을 취득한 기록이 있다면, 이 기록은 졸업할 때까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카이스트 2024 학사과정이수요건.jpg 출처 : 카이스트 2024 학사과정 이수요건


10) 기초과목 : 32학점 이상

기초 필수와 기초 선택으로 나누어, 기초 필수는 23학점, 기초 선택은 9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기초 필수 과목으로는 기초 물리학, 일반 물리학 I, 고급물리학, 일반물리학실험, 기초생물학, 일반생물학, 미적분학, 고급미적분학, 기초화학, 일반화학, 고급화학, 일반화학실험, 고급화학실험, 프로그래밍기초, 고급프로그래밍 등이 있다.


11) 전공과목 이수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전공과목은 총 40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되어 있고, 심화전공과 자유융합전공은 총 12학점 이상 이수, 부전공은 주전공 외 특정한 전공과목 18학점 이상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복수전공의 경우에는 연구과목 이수가 면제되는 대신, 다음과 같은 이수요건을 따른다.

2025 복수전공이수.jpg 출처 : 카이스트 2024 학사과정 이수요건


12) 기타

① 학점 인정 프로그램 : URP(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 국내외 인턴십 프로그램*, 개별 AP 제도*

* URP(Undergraduate Research Participation) : 학부생들의 연구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풍부한 연구경험을 통해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2007학년도 봄학기부터 운영하고 있다. 연구기간은 총 6개월(계절학기 + 정규학기)이고, 최대 2회까지 수행 가능(3학점씩 2번 가능)한데,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학생에 한하여 지도교수로부터 S/U평가를 받을 수 있다.

* 국내외 인턴십 프로그램 : 이론교육에 실무능력을 접목시켜 사회 적응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2008년 봄학기부터 운영 중이다. 성적은 S/U로 부여하고, 졸업인정 학점은 통산 18학점 이내이다. 졸업연구 대체 여부는 프로그램별로 다르다.

* 개별 AP 제도 : 한국과학영재학교, 서울과학고등학교, 경기과학고등학교에서 취득한 선이수과목을 카이스트에서 취득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② 체육과목 : 과거에는 체육 4AU를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기준이 있어서 체육동아리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체육과목 AU 제도는 폐지되었다.


③ 봉사활동 : 성적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졸업 필수요건이었던 봉사활동 역시 2011 학번부터 폐지되었다. 다만,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할 경우, 리더십 마일리지를 부여해주고 있다.


④ 리더십 마일리지제

학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지식창출형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의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2007년부터 운영한 제도로서, 인성/리더십 강좌, 교내봉사, 교외봉사, 심신단련, 체험실습 등의 리더십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일정한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마일리지 점수 단계별(다이아몬드 > 플래티넘 > 골드 > 실버)로 인증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울 아들이 졸업예비사정 하는 걸 보니, 입학 연도에 따라 기준이 조금씩 달라져서 학생마다 case by case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학과사무실을 자주 들락거리며, 애매한 부분들을 확인받고, 행정조교 선생님들로부터 '확답'을 받아놓는 등, 졸업에 불이익이 없도록 준비해 놓는 것 같았다.

역쉬, 누굴 닮았는지(?) 철저하다.



2. 졸업사진과 졸업앨범


대학생의 졸업사진과 졸업앨범은 필수가 아니라서, 나와 울 신랑은 찍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울 아들에게는 찍기를 권했다. 우리가 갖고 싶어서.


카이스트의 졸업사진은 봄과 가을에 찍을 수 있었는데, 울 아들은 가을에 찍었다.

복수전공이지만 4년 만에 졸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졸업이수요건에 맞춰 필수 과목들을 수강하며 학점을 채워나갔지만,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면서 4학년 1학기에 하는 봄 촬영을 스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을에 진로가 확정된 후, 졸업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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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는 날,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해 주던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혹시 액자도 필요하세요?"

"그럼, 당연하지."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내 대답에, 아들이 빵 터졌다.


"왜 웃어?"

"여기 촬영기사님이 그러셨거든요. 본인들이 판단하지 말고, 부모님께 전화해 보라고. 추가요금이 얼마가 들든 관계없이 분명 100% 다 신청하라고 하실 거라고 했거든요."

"고뢰? 카이스트 학사모 사진 하나 쯤은 집에 놔둬도 되는 거 아녀?"


그렇게 해서 집에 아이의 학사모 사진이 하나 생겼다.

그런데, 이후 액자를 보신 양가 집안 어르신들께서 탐내셔서(?) 결국 액자를 추가 주문하게 되었다.



3. 졸업식


카이스트는 하계졸업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졸업은 있지만 졸업식이 없다.

졸업식은 학사, 석사, 박사 모두(지난해 8월 졸업생까지 포함) 모여, 2월에 한번 치른다.


아이가 올해 2월 졸업을 했고, 그 과정을 상세하게 적은 글을 나의 매거진(소소한 일상과 기억조각들)에 올렸었다. 그래서, 카이스트의 졸업 풍경은 아래 글로 갈음한다.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라고들 한다.

대학 졸업은 특히, 더 그 말이 와닿는 것 같다.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인이 되는,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라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울 아들도 아마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한다.


내 눈엔 여전히 아이 같지만, 졸업을 통해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한 발을 내딛는 순간을 맞이했다.

치열했던 학창 시절을 거쳐, 과학고등학교의 대학 버전이라는 카이스트 4년도 무사히 잘 보낸 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모든 카이스티안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졸업이야기까지 나왔으니, 이제 관찰자 시점 카이스트라이프 연재는 끝났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사실, 카이스트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과 주요 행사들, 그리고 카이스트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주제들은 거의 다 정리한 것 같긴 하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관찰자시점에서 알 수 있는 정보들은 대부분 정리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려고 하니, 좀 아쉬운 것 같아서, 번외 편을 준비했다.


번외 1. 카이스트생의 졸업 후 진로(예정)

번외 2. 카이스트 대학원 가는 법(예정)

번외 3. 카이스트 대학원생의 고민(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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