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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생의 졸업 후 진로

by My Way

과학고에 입학했으나, 카이스트를 희망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성적은 별개로 봤을 때) 이공계 성향이긴 하나, 종합대가 더 나은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과학고등학교의 생활이 너어어무 힘들어, '카이스트 = 과학고등학교의 대학버전'이라는 오해(?)를 믿고 카이스트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울 아들의 카이스트 생활 4년은 분명 과학고등학교에서의 생활과 달랐다.


카이스트도 대학이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서 열심히 공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맞지만, 분명 그곳에도 낭만이 있고, 청춘이 있고, 자유가 있고, 사랑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 울 아들은 정말 대학 4년을 알차게 보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본인 생각에는 부족함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나와 울 신랑 눈에는 충분히 행복하고 멋진 캠퍼스라이프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 3학년 2학기가 되자 슬슬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졸업하고 뭘 하고 싶어?"


아빠의 질문에 아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단순 이분법으로 보자면 취업 아니면 대학원 진학인데, 둘 다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취업을 하려니 군 문제가 걸리고, 대학원을 가자니 자신이 '연구'라는 것에 흥미가 있는지, 잘 해낼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해보는 게 좋고, 대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개별연구*를 해보는 게 좋은데, 그해 겨울방학(4학년이 되기 직전 겨울방학) 때 무엇을 해보는 게 좋을지 아빠의 조언을 구했다.

* 국내외 인턴십 프로그램 : 이론교육에 실무능력을 접목시켜 사회 적응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것

* 개별연구 : 학생의 관심분야를 교수와 상의하여 연구주제로 선정하고 학생이 개별적인 연구를 담당교수의 지도아래 수행하는 것


아이는 아빠와의 긴 대화 끝에 한 가지를 선택했고 드디어 진로를 위한 발걸음을 한걸음 내디뎠다.




카이스트생들은 졸업 후 무엇을 할까?


지인들은 카이스트생이면 당연히 대학원까지 가는 것 아니냐고들 했다. 군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많은 카이스트생들이 군대를 가고 있고, 대학원이 아닌 취업을 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1. 카이스트 학부 졸업생 취업률(출처 : 대학알리미*)

* 대학알리미 : 대학의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관계법령에 따라 대학들이 공시한 기본 자료들을 누구나 확인, 활용할 수 있다.


정부에서 운영 중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카이스트의 취업률은 2024년 기준, 70.3%다.

대학알리미 _ 취업률.jpg 출처 : 대학알리미


이 수치는 졸업자에서 진학자, 입대자, 취업불가능자, 외국인유학생, 건강보험 직장가입 제외 대상자를 빼고 산정한 취업률 수치*이므로, 카이스트 학부 졸업생 기준 취업률이라고 볼 수 있다.

* 대학알리미 취업률 지표 기준 : [(건강보험직장가입자 + 해외취업자 + 농림어업종사자 + 개인창작활동종사자 + 1인(창) 사업자 + 프리랜서)/{졸업자 - (진학자 + 입대자 + 취업불가능자 + 외국인유학생 + 건강보험 직장가입 제외 대상자)}] × 100


카이스트의 학사과정 개설 학부 및 학과(2026학년도 기준)를 바탕으로 2024년도 기준 취업률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카이스트학과별취업률(2024).jpg


학부 졸업생 취업률이 가장 높은 학과는 84.6%로 확인된 기계공학과이고, 가장 낮은 학과는 15.4%의 수리과학과인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 화학과, 생명과학과, 건설 및 환경공학과, 바이오 및 뇌공학과,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등의 취업률이 50%대로 다소 낮은 편이다.



2. 카이스트 대학원 졸업생 취업률(출처 : 대학알리미)


카이스트 대학원은 봄학기와 가을학기로 나누어 모집하고, 그중 봄학기는 학생모집분야(학과/학부/프로그램)에 따라 1차와 2차로 구분하여 모집하고 있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회차에서 설명).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학원 모집분야는 대부분 1차로 구분되어 있으므로, 2026학년도 봄학기 1차 대학원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26 대학원봄학기 모집분야.jpg 출처 : 2026학년도 카이스트 봄학기 입학 1차 대학원 모집요강


보시다시피, 카이스트에는 의과학대학원이나 김재철 AI대학원처럼 학부생은 모집하지 않고 대학원생만 모집하는 학부/학과들이 많다. 또한 산업체나 연구기관 등의 소속기관장으로부터 입학 추천을 받고 카이스트에 입학하게 되는 일반장학생*들, 즉 이미 취업이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 일반장학생 : 카이스트 대학원은 학생구분을 국비학생, KAIST장학생, 일반장학생으로 구분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회차에 설명.


그래서, 카이스트 대학원생의 취업률은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카이스트학과별취업률_대학원생(2024).jpg


신설되었거나 전문석사 위주로 뽑는 분야는 제외하고 살펴보면, 대체로 학부 졸업생보다 대학원 졸업생 취업률이 더 나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학부 졸업생 취업률이 다소 낮았던 수리과학과(15.4% ☞ 69.6%), 화학과(50.0% ☞ 91.8%), 생명과학과(52.6 % ☞ 75.6%), 건설 및 환경공학과(50.0% ☞ 81.6%), 바이오 및 뇌공학과(50.0% ☞ 83.3%),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50.0% ☞ 93.0%) 등도 확실히 대학원 졸업생 취업률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3. 카이스트생의 졸업 후 진로


최근(2022 ~ 2024 졸업생 기준) 통계에 따르면, 카이스트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60%가 넘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 87.6%가 타 대학이 아닌 카이스트를 선택해 석박사학위과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부생들이 졸업 후 제일 많이 취업하는 곳은 삼성전자, NAVER, Google, SK하이닉스, LG CNS,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LS전자, 카카오, 넷마블 등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곳들이다. 그밖에 연구소에서 일하거나, 창업을 한다거나, 정부기관 등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졸업 후 진로.jpg 출처 : 2026학년도 학사과정 모집요강(졸업 후 진로 : 2022~2024 졸업생 기준)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는 진학보다는 취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부 졸업생들이 주로 취업하던 산업체 외에도 두산중공업, 대한항공, GS칼텍스, 키움증권, 신용보증기금, 아마존 등 더 다양한 분야로의 취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진학을 하는 경우에는 91.6%가 카이스트 대학원을 선택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 금융결제원, 현대중공업, GC녹십자, SK이노베이션, SK바이오팜 등 더욱 폭넓은 분야의 산업체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교수로 임용되거나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40.8%(23.6% + 17.2%)나 되고 있다.




4학년이 되기 직전 겨울방학 때, 울 아들은 '인턴십'이 아닌 '개별연구'를 선택해 연구실 생활이란 건 어떤 건지, 연구가 본인과 잘 맞는지 등을 경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겉으로 보기에 개별연구는 5만 원 상당(계절학기로 들을 경우, 추가 수업료가 필요하다.)의 1학점짜리 수업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학원생이 되기 위한 관문이기도 했다.


개별연구를 신청하는 방법은 희망하는 교수님께 요청 메일을 드리는 것으로 간단하지만, 그 '희망하는 교수님'을 찾는 것부터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라 쉽지 않았다.


그렇게 방학 동안 개별연구를 접해 본 울 아들은 결국 대학원을 가겠다는 결심을 했고, 본격적으로 대학원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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