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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대학원 가는 법 (1)

카이스트 대학원 파헤치기

by My Way

"졸업하고 뭘 하고 싶어?"


3학년 2학기,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아이는 아빠와의 긴 대화 끝에, 취업이 아닌 대학원을 가기 위한 첫 번째 발판인 개별연구*를 하기로 했다.

* 개별연구 : 학생의 관심분야를 교수와 상의하여 연구주제로 선정하고 학생이 개별적인 연구를 담당교수의 지도아래 수행하는 것. 논문이나 보고서 형태의 결과물을 반드시 제출해야 할 의무는 없다.


울 아들은 아빠의 어떤 조언을 듣고 개별연구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아빠가 아이에게 해준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취업 시 카이스트 졸업생은 분명 타 대학 졸업생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맞다. 블라인드 채용이 많아지고 있지만, 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취업 후에는 카이스트 졸업생이라는 영향력은 사라지고,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직급과 직위가 달라진다. 카이스트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이 생각보다 빨리 소멸되는 것을 종종 봐왔다.


셋째, 과학고등학교 2년 + 카이스트 4년은 옆에서 보기에도 굉장히 치열하고 힘든 과정이었는데, 그 모든 과정들이 취업 후에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아 타 대학 졸업생들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앞으로 취업을 하게 될지, 연구를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더 나은 위치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학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빠의 조언이라 하더라도 인생의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아이는 신중하게 검토하는 듯했다. 그리고, 결국 '대학원 진학'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그해 겨울, 4학년이 되기 직전 겨울방학 때 개별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1. 카이스트 대학원 사전 준비 : 개별연구


공식적으로는 대학원에 가는 데 있어 '개별연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겪은 바에 따르면 생각보다 대학원 입학에 차지하는 '개별연구'의 지분이 많았다.


개별연구는 말 그대로 학생 스스로가 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물을 도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개별연구를 하게 되면, 그 연구실에 소속되어 연구실 분위기를 익히고, 메인 연구 주제와 연구 경향을 엿볼 기회가 생긴다. 또한, 교수님과의 친분을 쌓을 수도 있고, 자신의 역량을 미리 어필할 수도 있다.


개별연구를 신청하는 방법은 희망하는 교수님께 요청 메일을 드리고, 허락을 구하면 된다. 대부분의 교수님들께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개별연구생들을 거의 100% 받아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희망하는 교수님을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울 아들은 아빠와 함께 카이스트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어떤 연구실에 들어갈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몇 가지 조건들을 소거해 가며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최종 한 곳을 선택했다.


[연구실 선택 월드컵]


1)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 vs. 개별연구용으로만 고려

개별연구라 하더라도 미리부터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해서 연구실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하고 싶은 분야와 전공 등을 보다 확실히 정해놓고 접근하는 것이 좋지만, 개별연구용으로만 고려한다면, 너무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시스템이 잘 갖춰진 연구실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기보다 대학원 진학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라 개별연구용으로만 고려하기로 했다.

☞ 여기서 우리는 첫 번째 실수를 범했다.


2) 대형 연구실(유명한 교수님) vs. 소형 연구실(젊은 교수님)

이공계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계시는 교수님은 너무 바쁘셔서 직접 만날 기회는 적겠지만, 대형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을 확률이 높고, 연구생들이 많아 연구실 분위기를 익히는 데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젊은 교수님은 아직 이렇다 할 연구 결과물은 없겠지만, 소형 연구실인 데다가 의욕이 넘쳐 직접적으로 지도해 줄 확률이 높고 그로 인해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는 연구가 뭔지, 연구실 분위기는 어떤지가 궁금했던지라 대형 연구실을 운영 중인 유명한 교수님의 연구실을 선택했다.

☞ 여기서 우리는 두 번째 실수를 범했다.


겨울방학 동안 연구실 생활을 한 후, 아이는 '대학원 진학'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대학원 입시 준비를 위해 교수님들과의 면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두 가지 실수를 했었다는 것을 그제야 발견했다.


첫 번째 실수는 개별연구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대학원 입학에 개별연구가 차지하는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안 것이었다. 개별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대학원 진학을 고려해서 하고 싶은 분야와 전공까지 고려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


두 번째 실수는 교수님의 연세까지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별연구의 대학원 지분을 뒤늦게 알게 된 아이는 개별연구용으로 임의 선택한 연구실이었지만, 그래도 연구 분야가 나쁘진 않다 싶어 대학원 입학을 위한 면담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퇴임을 앞두고 계셔서 더 이상 석사과정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닌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한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는 뜻이며 이는 곧 노교수님일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아이의 첫 번째 개별연구는 대학원 진학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2. 카이스트 대학원 모집 분야 및 일정


카이스트 대학원은 봄학기와 가을학기로 나누어 모집하고, 그중 봄학기는 학생모집분야(학과/학부/프로그램)에 따라 1차와 2차로 구분하여 모집하고 있다.

특히, 봄학기 1차의 경우에는 타 대학들보다 모집일정이 빠른 편인데, 최근 자료들을 바탕으로 카이스트 대학원 모집일정과 분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2026학년도 봄학기 1차


① 온라인 원서 접수 : 2025. 6. 27. ~ 07. 09.

② 1단계 전형 : 2025. 07. 28. ~ 08. 01.

③ 1단계 합격자 발표 : 2025. 08. 07.

④ 2단계 전형 : 2025. 08. 09. ~ 08. 18.

⑤ 최종 합격자 발표 : 2025. 09. 18.

출처 : 2026학년도 카이스트 봄학기 입학 1차 대학원 모집요강


2) 2025학년도 봄학기 2차(* 현재(2025. 6. 4. 기준), 2026학년도 봄학기 2차 미공지)


① 온라인 원서 접수 : 2024. 10. 04. ~ 10. 14.

② 1단계 전형 : 2024. 10. 28. ~ 11. 01.

③ 1단계 합격자 발표 : 2024. 11. 07.

④ 2단계 전형 : 2024. 11. 09. ~ 11. 17.

⑤ 최종 합격자 발표 : 2025. 12. 05.

2025학년도 봄학기 대학원 2차.jpg 출처 : 2025학년도 카이스트 봄학기 입학 2차 대학원 모집요강


3) 2025학년도 가을학기(* 현재(2025. 6. 4. 기준), 2026학년도 가을학기 미공지)


① 온라인 원서 접수 : 2025. 03. 28. ~ 04. 09.

② 1단계 전형 : 2025. 04. 28. ~ 2025. 05. 02.

③ 1단계 합격자 발표 : 2025. 05. 12.

④ 2단계 전형 : 2025. 05. 15. ~ 2025. 05. 25.

⑤ 최종 합격자 발표 : 2025. 06. 19.

2025 카이스트대학원가을학기.jpg 출처 : 2025학년도 카이스트 가을학기 입학 대학원 모집요강


2024년 6월, 배우 구혜선 씨의 카이스트 대학원 합격 소식이 있었다.

과학저널리즘대학원프로그램 가을학기 일반 석사과정에 합격한 것이었는데, 이 분야는 현직 신문기자, 방송기자, 미디어산업 종사자, 기업홍보부서 종사자, 과학기술분야 연구소 연구원, 미디어산업, 기업홍보 지망자 등이 지원할 수 있는 분야이고, 박사과정 모집은 하지 않는다.



3. 카이스트 대학원생 종류


카이스트 대학원 입학생은 국비학생, KAIST장학생(산학교육프로그램 포함), 일반장학생 중 1개의 학생으로 구분되는데, 각 학생 구분은 장학생 재원에 따라 결정된다.


1) 국비학생

장학금 재원이 정부인 학생이다.

학과별로 TO가 정해져 있고, 대부분 성적순으로 결정되지만, 성적의 기준은 당해 지원 학생들에 따라 약간 변동이 있는 것 같다.


2) KAIST장학생

장학금 재원이 카이스트에서 조성된 장학금, 외부출연기금, 교수 연구비 등인 학생이다.

KAIST장학생 중 교육경비가 교수 연구비에서 지원될 경우, 교육경비 지원교수가 수혜 학생의 지도교수가 되므로 지도교수의 전공에 따라 학생의 전공분야가 제한될 수 있다. 지도교수님의 연구비로 등록금, 인건비, 생활비 지원이 이루어지므로 당연한 규정이라 생각한다.

장학금 재원이 카이스트와 협정을 맺은 기업체일 경우도 KAIST장학생으로 분류되는데, 산학교육프로그램*으로 별도 관리되고 있다.

[2026학년도 봄학기 입학 1차 대학원 기준, 산학교육프로그램]

1. KEPSI(KAIST Educational Program for the Semiconductor Industry) : SK하이닉스 _ 반도체 공학 프로그램
2. EPSS(Educational Program for Samsung Semiconductor) : 삼성전자 _ 삼성 반도체 교육 프로그램
3. EPLL : LG이노텍 _ LGIT LED 교육 프로그램
4. LGenius : LG Display _ LGD 디스플레이 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
5. CEPP(Customized Educational Program of Catalyst, Process, and Polymeric Materials) : LG화학 _ 고분자, 촉매, 공정 교육 프로그램
6. EPSD : 삼성디스플레이 _ 삼성 디스플레이 인력양성 프로그램
7. KSBP : 삼성 SDI _ 삼성 SDI 배터리 인재양성 프로그램
8. REPS : 삼성전자 _ 삼성전자 로보틱스 인재양성 프로그램
9. SKBEP : SK온 _ SK온 배터리 인재양성 프로그램
10. S-EPSS(Science Educational Program for Samsung Semiconductor) : 삼성전자 _ 삼성 반도체 과학 인재양성 프로그램
11. EPLN : LIG넥스원 _ LIG넥스원 인재양성 프로그램


3) 일반장학생

장학금 재원이 지원자의 소속기관인 경우에 해당된다.

입학 지원 시 소속기관장 명의의 입학추천서 및 재직증명서를 필수로 제출(교육경비 25% 이상 기관부담 필수) 해야 한다. 다만, 일부 모집단위의 경우 지원자 본인이 교육경비 100%를 부담해도 되는데, 이 경우는 기관장추천서가 필요 없다.



산업체, 연구기관 등 소속기관에 재직(휴직 포함) 중인 지원자는 국비나 KAIST장학생으로 지원할 수 없고, 일반장학생으로만 지원하여야 한다.

국비학생과 KAIST장학생은 희망할 경우 소정의 선발과정을 거쳐 병무청 배정인원 범위 내에서 전문연구요원에 편입할 수 있다.



4. 카이스트 대학원 등록금


카이스트 대학원 등록금은 국비학생, KAIST장학생, 일반장학생 구분에 따라 차등 책정된다.

2026학년도기준 카이스트대학원등록금.jpg 출처 : 2026학년도 카이스트 봄학기 입학 1차 대학원 모집요강


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입학금은 없다.

2) 카이스트 대학원 등록금 총액은 9,559,000원이고, 일반장학생은 전액 소속기관장이나 본인부담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2025학년도부터 교비장학금 지원이 사라졌다.

3) 국비와 KAIST장학생이라 하더라도 매 학기 75만 원의 수업료를 본인부담해야 한다.

4) KAIST장학생의 본인부담금 2는 학생이 선납입 후, 해당 학기 내에 지도교수로부터 지원받는다.

5) 국비 및 KAIST장학생의 인건비 및 생활비 지원은 연구실별, 학과별로 차이가 있으며, KAIST장학생의 경우 본인부담금 2가 포함된 금액을 지원받는다.

6) 국비학생은 조교로 일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에 대한 수당을 받는다.

7) 기타 선택금액으로 의료상조회비와 학생회비가 있다.




울 아들의 경우, 다음연도 봄학기 1차를 겨냥해 대학원 입시 준비를 했는데, 공식적인 모집일정은 6월부터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개별연구가 끝난 시점부터 봄학기 내내 입시과정 속에 있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아이가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할 당시, R&D 예산삭감의 여파를 직접 겪게 되면서 한동안 분노에 차 있었다. 할많하않.




올해(2025) 초, 카이스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대학원을 진학하고,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카이스트 졸업생 인터뷰가 올라왔다.

짧은 인터뷰이긴 하지만, 관찰자 시점이 아닌 카이스트생들에게서 직접 듣는 카이스트 라이프일 것 같아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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