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9시 무렵, 우리 가족 단톡방이 울린다.
나의 굿모닝 인사와 울 신랑의 주접(?) 이모지가 단톡방에 뜨고 나면, 한참 있다 울 아들의 이모지가 뜬다.
그럼, 우리 가족의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분명, 울 아들은 아침형 인간이었다.
아기 때는 당연했고, 중학교 입학 후에도 9 ~ 10시 사이엔 자고 아침 6시 반쯤엔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그런데, 과학고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그런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학교 규칙으로 정해져 있던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이 이미 아이의 수면 패턴과 맞지 않았고, 해야 할 공부량이 너무 많아 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힘든 과학고등학교 생활을 어서 끝냈으면 싶었다. 당연히 대학생이 되면 달라질 줄 알고.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카이스트에 다니는 4년 내내 점점 밤시간의 활동이 많아지더니 결국 올빼미형으로 바뀌어 버렸다.
아이가 입학한 그 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한창이었을 때도 대부분 중요한 시험들은 밤늦게, 거의 새벽까지 치는 경우가 많았다. 동아리 활동도 일과시간이 다 끝난 이후부터 시작하다 보니, 밤늦은 활동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아침이 늦어지고,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아이 아빠는 늘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길 했고, 관련 영상이 뜨면 꼭 공유해 잠을 좀 자라는 이야길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대학원을 갔더니, 더 한 것 같다.
여기, 카이스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석사 2년 차 대학원생의 하루'라는 영상이 있다.
모든 학생이 이 학생 같진 않겠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사는 것 같다.
Q : 대학원생은 행복할까?
ChatGPT : 아니오.
다른 대학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카이스트생들도 학교에 입학한 시점부터 고민을 한다.
1학년때는 전공선택 고민, 2학년때는 휴학 고민, 3학년때는 진로 고민, 4학년때는 해외유학 고민 등 각 학년별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있다.
하지만, 고민은 끝이 없다.
학부생 때의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카이스트 대학원으로 진학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아이들도 또 다른 고민들을 하고 있다.
석사 1년 차의 고민은 '연구 주제를 어떻게 잡을까?'에서 시작한다.
조힘찬 교수님(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조언에 따르면, 남들과 다른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논문들을 많이 읽어 지식을 쌓고 연구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신다.
좋은 논문을 찾는 방법은 동료 연구자에 의해 논문이 얼마나 이용되었는지를 나타내주는 '피인용수'를 참고하는 것이 좋은데, 논문과 연구에 익숙하지 않은 석사 1년 차는 리뷰논문*과 그 논문의 래퍼런스(참고문헌)를 참고해 차근차근 읽어보며 논문의 감을 익히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리뷰논문 : 해당 분야의 최근 동향에서부터 기본적인 원리, 최근 응용 등을 종합적으로 서술한 논문
사실, 논문 읽기도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긴다. 어느 정도 논문 읽기가 익숙해지고 나면, 보통은 제목과 초록으로 어떤 연구인지 파악하게 되고, 그림이나 표를 보고 개념과 분석방법을 이해하게 되며, 결론과 서론을 비교해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필요하다면 본문 전체는 제일 마지막에 읽어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석사 1년 차 때는 연구의 배경지식을 쌓고, 논문 읽기 등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논문을 많이 읽고, 연구의 배경지식을 배울 수 있는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 할 것 같다.
석사 2년 차의 고민은 석사 취업을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박사 진학이 나을까 하는 것이다.
조언을 해주신 심기동 교수님(기계공학과)께서는 석사와 박사의 차이점이 '주도적인 연구 능력'에 있기 때문에, 취업 시에는 세부전공의 영향 외에도 이러한 이유로 주어지는 역할이 다를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박사 진학은 연구 분야에 대한 흥미가 있을 때에만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이고 계신다.
나는 아이가 학부 졸업을 하기 전까지는 카이스트생들의 박사과정 진학이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카이스트생의 졸업 후 진로(21화 참조)를 보면 석사에서 박사로 진학하는 경우는 30.7%(출처 : 2026학년도 카이스트 학사과정 모집요강)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석사학위만으로도 취업이 잘 된다는 의미이자, 박사가 그리 쉬운 길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확실히 박사는 석사와 다르다. 전공분야에 대한 지식의 깊이 차이도 있지만, 그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다각도로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깊게 생각하고 고찰하는 능력이 박사과정을 통해 키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박사를 '주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라고들 한다.
석사 2년 차, 취업과 진학을 놓고 고민 중이라면, 자신이 어떤 것에 더 잘 맞을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박사 5년 차. TUBE(학석박통합) 과정이나, 석박통합과정 같은 제도가 있는 카이스트에서는 조금 늦은 감이 있는데, 이지민 교수님(의과학대학원)께서는 박사과정 기간 자체보다는 왜 길어졌는가에 초점을 맞춰 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신다.
박사 5년 차면 이제 박사 후 연구원(Postdoc)을 할 건지, 취업을 할 건지, 학계에 남을 건지 등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에 따라 다음 진로가 결정될 수 있을 것 같다.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전공성을 가졌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성실하게,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함에 적힌 작은 글자, 'Ph.D.'를 신뢰하는 것 같다.
영상에 나온 석사 1년 차의 고민은 내가 대학원생일 때도 했던 고민이라 공감이 많이 갔다.
하지만, 영상에서와 달리 울 아들은 현재 석사 1년 차임에도 '논문 읽는 법' 같은 기초단계는 이미 넘어섰고, 실질적인 논문을 쓰고,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울 아들이 똑똑하다는 뜻이 아니라, 카이스트에는 학부에서부터 연계된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 등이 있어 석사 1년 차부터 바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 같다.
랩이나 교수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관찰자시점에서 본 카이스트 대학원은 확실히 체계적이고 연구 환경이 잘 갖춰진 것 같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의 고민은 대중적인 내용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 아이들의 고민이라는 점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카이스트생의 고민'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의 끝은 없겠지만, 그게 어떤 선택이든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이로운 선택이 되길 바란다.
* 메인 사진 출처 : 카이스트 2025 학사과정 모집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