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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생의 하루

카이스트 캠퍼스 편의시설 총정리

by My Way

나는 대학 4년, 석사 2년을 학교 기숙사에서 보냈다.

너무 지긋지긋(?) 했지만 가장 경제적이었고 합리적인 데다가, 아무나 6년간 기숙사생활을 할 수 없는데 난 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터라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학교 캠퍼스에서 자고 먹는 생활이 썩 편리하진 않았다.

편의점 하나 없던 시절이라 학교 기숙사 식당에서 밥 먹는 것 외에는 캠퍼스 밖을 나가 간식거리를 사 와야 했고, 각종 필요 물품들은 죄다 본가에 내려가서 공수해 와야 했다. 물론, 학교 내 도서관 근처와 복지관 근처에는 카페테리아나 편의시설들이 있긴 했지만, 기숙사와의 거리가 상당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후, 카이스트 캠퍼스를 둘러보니, 내 눈엔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아이의 입장과는 다른 엄마의 입장, 그러니까 관찰자 시점에서 카이스트 캠퍼스 라이프가 꽤 괜찮아 보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카이스트 교내 편의시설들을 바탕으로 카이스트생의 하루를 정리해 볼까 한다.

오늘의 주인공 카이스트생 A는 그저 캠퍼스 편의시설 전체를 둘러보기 위한 임의의 학생임을 먼저 밝혀두는 바이다. 물론, 울 아들의 생활상을 조금 참고하긴 했지만.




카이스트생 A는 오전 수업이 있어 아침 일찍 눈을 뜬다.

북측 기숙사 성실관에서 외출 준비를 한 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카이마루'. 기숙사 근처에 있는 북측 학생식당이다.

카이스트 식당_네임텍.jpg 그림 1. 식당 (출처 : 카이스트 캠퍼스맵(2025. 5.) + 자체 작업)


카이마루는 기본 학식부터 스페셜 학식, 그리고 꽤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입점해 있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0250319_113304.png 출처 : 카이스트 신문


식사를 마친 A는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가던 길에 잠시 카페에 들른다. 커피를 수혈해 줘야 하루가 편안해질 것 같아서이다.

카이스트 카페_네임텍.jpg 그림 2. 카페((베) : 베이커리를 말한다.)


카이스트 내에는 커피 등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이 꽤 많다. 평일에는 교내 카페를 주로 이용하지만, 주말에는 어은동에 위치한 스타벅스(대전 유성구청점)나 충남대 주변 궁동 카페, 그 외 대전 시내에 있는 유명한 카페들을 친구들과 방문해 함께 과제를 하거나 개인 공부를 한다.


오전 수업을 마친 A는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 공강시간*에 잡다한 일들을 처리한다.

* 공강시간 : 강의와 강의 사이의 빈 시간


일단, 우체국에 들러 겨울옷 정리한 물품들을 택배로 본가에 보내고, 파팔라도(KAIST 클리닉)에 가서 감기약을 처방받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세탁소에 들러 드라이 맡겨놓았던 옷들을 찾고, 잡화점에 들러 리필해야 하는 청소용품들을 사서 돌아온다.

카이스트 기타편의_네임텍.jpg 그림 3. 기타 편의시설들
카이스트 세탁소_네임텍.jpg 그림 4. 세탁소


오후 수업을 마친 후에는 동방(동아리 방)에 잠시 들렀다가 운동을 하러 간다.

카이스트 체육시설_네임텍.jpg 그림 5. 체육시설


기숙사 지하의 체력단련실을 이용하기도 하고, 일일권(천 원)을 구매해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수영을 하기도 한다. 운동을 하고 나면, 태울관 1층에 위치한 건강관리실(그림 3 참조) 셀프 케어존에 가서 체성분, 혈압 등의 인바디 측정을 하기도 한다.


저녁은 밥약*을 하러 충남대 주변 궁동에 나갔다 오고, 들어오는 길에는 늦게까지 과제를 해야 할 것 같아, 출출할 때 먹을 간식들을 매점에서 사서 기숙사로 돌아온다.

* 밥약 : 밥 먹는 약속. 참고로 술약은 술 먹는 약속을 말함.

카이스트 매점_네임텍.jpg 그림 6. 매점(미르/나래관, 희망/다솜관, 나들/여울관 매점은 기숙사 건물 내 매점들이다.)


참고로, 카이스트 기숙사는 통금이나 점호 없이, 24시간 오픈시스템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약속이 있거나 공부 혹은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제약이 없다.


그렇게 평일을 보낸 카이스트생 A는 금요일 저녁, 본가로 가기 위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대전역/대전복합터미널 셔틀버스를 타러 간다. 매주 금요일, 3회(16:00, 18:30, 20:00)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선착순 탑승이지만,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택시비도 절약할 수 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자주 이용한다.

KakaoTalk_20250311_185140595.jpg


그 밖에, 카이스트생 A가 자주 이용하는 캠퍼스 내 편의시설로는 인쇄소(오비기획, 에스와이커뮤니케이션즈 등), ATM기(서측 학생회관에 우리은행(그림 3 참조)이 입점해 있지만, 캠퍼스 곳곳에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여행사, 자전거 매장 등이 있다.


다양한 편의시설 덕에 카이스트에서의 일상은 편리한 편이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대부분의 편의시설들이 문을 닫는다. 고로, 카이스트생 A는 주말에 본가에 내려가거나 그렇지 않은 주말에는 배달을 시켜 먹거나 캠퍼스를 벗어나 생활을 한다.




내가 본 카이스트 캠퍼스는 생활하기에 꽤 편리했고, 여러 가지 면에서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것 같았다.

하지만, 카이스트에서 생활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고, 답답함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대학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흥(?) 시설들이 카이스트 주변 어은동에는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자꾸 충남대 주변 궁동으로 가는 것 같다.


대전은 노잼도시라서 할 게 없다는 불평불만은 익히 알지만, 그런 환경이기 때문에 공부(만)하고, 운동(도)하는 착실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울 아들도 신입생 시절엔 충남대 학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궁동에 참 많이 나가 있는 것 같았다.

그때는 선배들이 이끄는 대로 다녔으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차츰 학년이 올라가자 바빠졌는지, 아님 귀찮아졌는지, 캠퍼스 밖에 나가기보다는 안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가끔 친구들과 캠퍼스 밖을 나갈 때는 궁동을 벗어나 노잼도시 대전 안에서도 유명한 곳들을 찾아가 보려는 것 같았다.


"다음에, 엄마, 아빠가 대전에 올라오시면 같이 가봐요."


친구들과 가보고 괜찮은 곳이었다 싶으면 그렇게 말하기도 했는데, 그 '다음'이란 시간이, 서로 바빠, 결국 아이가 카이스트를 졸업할 때까지 만들어지지 못했다.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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