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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Dec 15. 2024

과학고 입학을 위한 여정 2 : 학교생활

중학교 생활(4)

동기부여를 통해 과학고를 가겠다는 목표가 확실해졌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과학고 입시를 끝낸 지 몇 년이 흘렀지만, 또렷이 기억나는 건, 중학교 3년 내내 아이가 정말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아이가 과학고에 들어가기 위해서, 즉 과학고 입시를 위해서 챙겼던 것들은, 성적, 수상실적, 봉사활동, 독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생기부였다. 


첫 번째, 성적관리.

"몇 등을 해야 과학고 원서를 쓸 수 있다." 같은 명확한 규정은 사실상 없는 것 같았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교내 3% 안에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수학과 과학은 기본적으로 A를 받아야 하고, 다른 과목들도 골고루 잘하는 게 유리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아들은 시험뿐만 아니라 수행평가도 완벽하게 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한 학기 수업이 끝나고 받는 마지막 최종 성적표에 모두 A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중간고사가 조금 미진하면 수행평가와 기말고사에 좀 더 치중하는 방식으로 교내 3% 내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 첫 필기시험에서 반 2등을 한 이후 꾸준히 성적이 올랐고, 과학고 입시에 포함되는 중3 1학기 마지막 기말시험 때는 2주간의 공백(해당 이야기는 곧 발행 예정)이 있었음에도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서 준비해 주는 시험 기출문제를 풀 때, 아이는 학교 선생님이 나눠 주신 학습지를 공부했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 선생님이 짚어 주는 시험 예상 문제를 풀 때, 아이는 학교 선생님들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들을 꼼꼼하게 다시 살펴봤다. 다른 아이들이 시험 준비하느라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힘들어 수업시간에 졸 때, 울 아들은 기댈 곳이라고는 학교 선생님들 밖에 없어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집중해서 듣고 의문이 생긴 문제들은 선생님들께 여쭤보면서 시험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학원에서 준비하는 것보다는 혼자 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중3 과정 동안 자기주도학습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시험의 경향성, 출제자의 의도 같은 것들을 파악해 나가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학원을 여러 군데 다니는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았고, 나 홀로 공부에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지난 글(제11화 참조)에서 언급했다시피, 아이의 시험기간에는 시간 절약을 위해 시험공부를 돕곤 했는데, 문제집을 풀면서도 언제나 "왜?"라는 말을 달고 살았고, 모법답안의 오류를 항상 찾아내는 바람에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의 이런 공부 태도는 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중2 중간고사 도덕시험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시험 문제를 내시면서 “~~에 해당하는 것을 찾으시오.”라고 내셨던 것 같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나눠주신 학습지엔 “~~에 관련 있는 것”이 적혀있었고, 도덕선생님이 제시한 답도 "~에 관련 있는 것"에 체크되어 있었다. 하지만, 울 아들은 “~에 해당하는 것”과 “~에 관련 있는 것”은 다른 의미라 판단해 학습지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답을 체크한 상태였다.

시험이 끝난 후, 집에서 답을 매기다 의문을 가진 아이는 내게 먼저 의견을 물었고, 꼼꼼히 살펴본 결과, 아이 말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어떤 의도로 문제를 출제하셨는지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라, "많이 아쉽겠구나." 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음날 학교에 가서 그 문제의 답을 정정하고 왔다.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일단, 국어선생님께 가서 "해당하는 것”과 “관련된 것”의 의미 차이에 대해 자문을 구했단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단어의 뜻이 정확한지 재확인을 거친 후, 도덕선생님께 찾아가서 문제의 답에 오류가 있음을 말씀드렸다고 한다. 도덕선생님께서는 다행히도 아이의 이야길 귀담아 들어주셨고, 국어선생님께 재차 확인을 하시더니, 결아들의 답이 맞는 것으로 정정해 주셨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선생님의 실수를 너무 대담하게 지적했던 게 아니었나 싶으면서도, 아이의 말을 경청해 주시고, 아이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정정해 주신 선생님도 너무 대단하신 것 같다. 

이후, 다른 일로 담임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있어 전화를 드렸는데, 그 사건(?) 이후 선생님들 사이에서 "문장 하나, 단어 하나, 허투루 썼다가는 2학년 O반 OO이 한테 혼나."라는 농담이 돌았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울 아들은 누구보다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들었고, 의문이 생기면 선생님께 여쭈었으며, 문제집도 꼼꼼히 풀면서 자기주도학습을 습득해 나갔다. 더불어 시험을 치고 난 후에는 늘 "교훈"을 얻었다. 

선생님들께서 시험 후에 가장 많이 내주시던 과제가 "오답노트 작성하기"였는데, 울 아들은 오답노트 작성보다 "왜 내가 이런 실수를 했는지, 몰라서 틀린 건지, 알면서 틀린 건지, 문제를 제대로 안 읽어서 일어난 일인지, 문장의 어떤 부분을 잘못 이해했길래 이런 답을 썼는지"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숙제니까 오답노트를 작성하긴 했는데, 그보다 틀린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험을 복기했고, 그러고 나면 항상 이렇게 말했다.

"오늘 시험을 통해 OOOO이란 교훈을 얻었어요."

이 교훈은 "문제를 잘 읽자."일 때도 있었고, "숫자를 잘 보자."일 때도 있었으며, "학습지를 꼼꼼히 보자."일 때도 있었다. 신기했던 건, 교훈을 얻었다고 한 부분은 더 이상 실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정말 매 시험마다 새로운 교훈들이 생겨났다. 

참 신기했다.


두 번째, 수상실적.

입시 요강이 매년 바뀌면서 수상실적의 중요도도 오락가락했지만, 아이가 입학할 당시에는 교내 수상실적을 학년당 하나씩 기재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펙 관리를 해오던 친구들은 교내 수상실적보다 교외 수상실적, 예를 들면 올림피아드 같은 것에 훨씬 더 공을 들이는 것 같았지만, 울 아들은 교내 수상실적, 특히 수학과 과학에 관한 수상실적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사실상 과학고 입시 준비를 거의 혼자 하다 보니 수상실적까지 챙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니어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 

울아들은 담임선생님, 과학선생님, 그리고 교내 진로진학 담당선생님과 소통하며 과학고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조언을 구하더니 양보다 질을 택하는 전략, 즉 꼭 필요한 대회만 나가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관심 분야가 비슷하거나 혹은 같은 진로를 고민 중인 친구들과의 협업이 수상 실적을 쌓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친구들도 윈윈 하는 전략이었겠지만, 그런 친구들 덕분에, 서로 역할을 분담해 수상실적을 늘려 갔다.  


세 번째, 봉사활동.

학교에서 봉사시간을 주는 활동들, 예를 들면 청소하기, 재활용 쓰레기 정리하기 같은 것들을 솔선수범해서 필요한 봉사점수는 대부분 확보한 것 같았다. 

그런데, 하루는 아이와 함께 과거의 과학고 입시 요강을 살펴보다가 자기소개서 "인성 및 다양한 활동" 항목에 핵심 인성 요소(배려, 나눔, 협력, 타인존중, 갈등관리, 관계지향성, 규칙준수)와 관련한 활동이나 봉사활동 내용을 적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후, 아이는 학교 내 봉사활동을 자기소개서에 적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학교밖에서 할만한 봉사활동이 없는지 알고 싶어 했다. 

'OO이가 할만한 봉사활동이라...'


남들 보기에는 친구들과 달리 학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여유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나 홀로 공부에, 나 홀로 입시를 준비 중이라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짬을 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할만한 봉사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소서에 그럴듯한 봉사활동 경험을 적기 위해서 찾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이왕이면 아이에게 의미 있고, 색다른 경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집 근처 요양병원에서 중고등학생 도우미를 찾는다는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봉사하는 첫날, 교외 봉사가 처음인 아이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해서, 길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를 대며, 아이와 함께 봉사하는 병원에 가 봤는데, 이미 봉사에 익숙해져 있던 형과 누나들이 중학생 꼬마를 잘 이끌어주어서 어렵지 않게 적응하는 것 같았다.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거의 2년 넘게 봉사를 다녔고, 덕분에 자기소개서의 한 부분을 진솔한 경험담으로 채울 수가 있었다. 


네 번째, 독서.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아이라 중학교 입학 후에도 종종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찾아 읽었지만, 과학고 입학 원서에 "독서" 부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독서도 전략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주로 과학책을 읽던 아이가 과학책 외에도 독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학이나 인문 분야 책 읽기를 시도했는데, 나는 편식하는 독서 습관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수학이나 인문 분야 책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과학과 연관된 책들을 찾아 추천해 주었다. 세상에 책은 많고, 선택의 폭도 넓으니, 얼마든지 아이의 입맛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초등학생때와 달리 중학생 때에는 시간 관계상 독서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울 아들은 평균적으로 매달 1권 이상씩 책을 읽었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독서 기록들은 과학고 입시에 꽤나 유용하게 쓰였다. 

과학고 입시 맞춤형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전까지는 책을 읽는 것에 그쳤다면, 이후에는 책을 읽고 난 후, 간단하게나마 어떤 책이었는지,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떤 걸 알게 되었는지 등을 정리해 두기 시작했다. 긴 감상문 형태가 아니라 나중에 책 제목을 봤을 때 떠오를만한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말 간단한 글을 써 두었다.


사실, 아이가 읽은 책 대부분이 스스로 선택한 관심 있는 주제들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겠지만, 그래도 글로 정리를 해둠으로써 독서 리스트가 만들어졌고, 독서 기록이 체계화되어 훨씬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무렵, "과학 잡지"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나는 매달 구독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관심 있는 주제가 포함된 잡지만 골라 사줬다.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20년 만에 다시 쓰는 육아교육일기 2' 제15화 참조), 1권부터 읽어야 한다는 편견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그랬는데, 덕분에 아이의 독서 취향은 자유분방했다.  


마지막으로 생기부.

중학교 생기부는 대학 입시용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활기록부에 빈틈이나 오류가 있지는 않은지 틈틈이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생기부 작성과 관리는 선생님들의 몫이므로, 선생님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필수인데, 아이는 일찍부터 담임선생님 혹은 진로진학 담당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생기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본인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활동들을 해 나가는 것 같았다. 

사실,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아이 입장에서는 학습적인 부분에서부터 생기부 관리까지 선생님들의 조언과 도움이 절실해서, 자주 찾아가 상담을 받곤 한 거였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선생님들께서 해주신 조언 하나하나를 다 귀담아듣고 실천하다 보니, 과학에 관심 많고 잘하는 아이로 생기부를 채워나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았다. 


과학고를 가겠다는 꿈과 목표가 생긴 울 아들은, 중학교 생활 내내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만 한건 아니었다. 

여느 중학생 남자아이들처럼, 점심시간마다 축구를 하느라 매일 땀에 젖은 체육복과 더러워진 운동화를 집에 갖고 왔고, 하교하는 시간만이라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친구들을 학원까지 배웅하느라 도보 10분 거리인 집을 30~40분이 걸려 돌아오기도 했으며 틈틈이 친구들과 온라인상에서 만나 PC 게임을 하곤 했다. 

다만,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과학고"라는 목표가 생기다 보니,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려고 노력했고,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과학고 입학" 후로 미룬 위시 리스트를 작성해 놓은 채, 놀고 싶은 마음을 절제해 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아이였던 것 같다. 


[에필로그]

"오늘은 휴대폰을 내 방에 두고, 공부할 때 휴대폰을 쓰지 않겠습니다."


울아들은 종종, 특히 시험기간만 되면, 휴대폰 사용에 대한 자신의 다짐을 큰소리로 이야길 하곤 했다. 스스로 절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종이었던 것 같은데, 가끔은 본인도 모르게 절제력을 잃고, 잠시 쉬는 시간 동안만 휴대폰을 보겠다더니 어느새 휴대폰에 푹 빠져 계속 쉬고 있기도 했다. 

"10분만 쉰다더니?"


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툭 던지곤 했는데, 그럴 때면 또 자신의 약한 의지력에 스스로에게 화를 내며 자책하곤 했다. 


말로 뱉는 다짐만으로도 절제가 잘 되지 않자, 어느 날부턴가 휴대폰을 봉인하기 시작했다.

요즘 보니, "휴대폰 감옥" 혹은 "휴대폰 금고" 같은 제품도 팔던데, 그 당시 울 아들은 전원을 꺼버린 휴대폰을 지퍼백에 넣어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옷장 속에 집어넣는 것으로 봉인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휴대폰 절제 방법이 다소 원시적(?)이다 싶어 좀 웃겼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 지켜보기만 했는데, 생각보다 그 방법이 아이에게는 잘 맞았는지, 꽤 자주 휴대폰이 지퍼백에 봉인되었었다.   


우리도 휴대폰에 관한 잔소리를 꽤 하긴 했지만, 아이가 스스로 절제하려는 노력을 하면 칭찬과 격려를 아끼 지 않았다. 하지만, 절제하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어겨 자책하고 있을 때는 야단, 비난, 잔소리 같은 것들을 자제했다. 아이 스스로 왜 절제해야 하는지 깨닫고 자신에게 맞는 절제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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