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생활(5)
중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아이는 과학고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던 성적, 수상실적, 봉사활동, 독서, 생기부 관리 등은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3학년에 올라와서는 성적 관리와 더불어 입시 원서를 쓰는 것에 집중했다.
과학고 입시의 첫 단추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쓰는 것이었다.
"어떤 자소서가 좋은 자소서, 그러니까 합격을 부르는 자소서일까요?"
그 해 입학 모집 요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작년, 재작년 요강을 바탕으로 자소서 항목들을 살펴보던 울 아들은 생전 처음 써보는 입시 자소서 앞에서 막막해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소서 쓰는 법' 같은 책들을 함께 읽어보며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소서는 결국 본인이 써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막막한 거라면 자소서 컨설팅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의 고민을 어떻게 아셨는지, 그 당시 교장선생님께서 자사고나 특목고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소서 컨설팅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날 교육청에서 나오신 진로진학 담당관님의 자소서 쓰는 법 강의는 학교 시청각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자소서를 써보라는 숙제를 내주셨고, 1주일 후, 다시 학교에 방문하셔서 아이들이 제출한 자소서에 대한 피드백을 일일이 해주셨다. 덕분에 울 아들은 자소서 쓰는 요령을 조금씩 배워나가게 되었고, 과학고 입학을 위한 자소서 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두 번의 컨설팅만으로 과학고 맞춤형 자소서를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활동들을 되짚어 보면서 자소서 항목들에 딱 맞는 스토리를 찾아내고 구성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지만, 제한된 글자수를 맞추는 것도 아이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3월부터 시작된 자소서 쓰기는 바쁜 중3 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자소서란 아이가 스스로 본인의 중학교 생활을 뒤돌아보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자소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아이 스스로 자소서 쓰기를 권장했다.
다만, 아이 아빠가 아이의 자소서가 완성될 때까지 중간중간 자소서 쓰는 요령들을 코치해 주며 끝까지 도왔다.
1) 자소서 항목별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써 볼 것 = 초안 작성
2) 초안 안에 자소서 항목별 핵심 키워드가 있는지 찾아볼 것
3) 핵심 키워드가 없다면 다른 내용으로 다시 쓰고, 있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과 없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분리시켜 볼 것
4) 자소서 항목별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만 넣어 자소서를 1차 완성해 보되, 글자수는 신경 쓰지 말 것
내 기억에, 자소서 초안부터 제출용을 완성하기까지 거의 6개월은 걸린 것 같다.
아이가 본인 기준에 맞춰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자소서를 보여주면, 아빠는 내용부터 문장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피드백을 해주었고, 그 피드백에 맞춰 내용과 문장들을 수정하면, 다시 확인해서 피드백을 해주는 날들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물론, 학기 중에는 시험, 수행평가, 숙제 등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손도 대보지 못한 날도 부지기수였지만, 아빠의 반복된 코치와 이른 준비 덕분에 울아들은 과학고 모집요강이 확정되고, 입학원서를 넣기 전에 이미 자소서를 완성해 놓고 있었다.
아이의 자소서는 남들이 읽으면 조금 부족해 보일 순 있는 글이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고, 아빠 역시 피드백을 하면서도 가능하면 어른들의 코멘트가 아이의 글 쓴 의도를 파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 같다.
아이가 과학고에 합격한 이후, 간혹 아이의 합격 자소서 내용을 궁금해하며, 자소서 공유를 부탁받기도 했다. 나 또한 남들은 자소서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자소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를 읽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좀 어설퍼도 본인의 이야길 담는 것이 가장 좋은 자소서가 아닐까 한다.
자소서가 완성된 후, 아이는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 입학 원서에 필요한 서류들을 모두 제출했고,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지원한 과학고등학교는 출석면담과 면접, 2가지 방법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했다.
첫 번째 출석면담은 과학고 입학원서를 제출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소서 내용들의 진위 여부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생기부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잠재성과 역량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장장 6개월의 기간 동안 자소서를 수십 번, 수백 번 고쳐 쓴 울 아들은 외우고 싶지 않아도, 자소서 각 항목에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 그 이야길 쓰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소서 내용 진위 여부 확인은 크게 걱정이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다만, 입시 면접이라는 과정을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 생소한 면접 환경에 긴장해 자신의 생각과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까 봐 염려되었다.
아이 아빠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아이의 출석면담을 적극 돕기 시작했다.
출석 면담일이 확정되자 아이 아빠는 아이에게 본인의 자소서와 생기부를 바탕으로 예상 질문 100개를 뽑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도 아이와 별도로 100개의 예상 질문을 뽑아보았다. 아이가 뽑은 질문과 우리의 질문을 정리해서, 최종 100개가량의 예상 질문을 추린 후에는 아이 스스로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페이퍼에 써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는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을 외워서 말하는 연습을 시켰다.
최종 연습 때는 실제 출석면담을 하듯이, 아빠가 가상 면담관이 되어서 아이가 면담실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발표하는 자세, 대답을 하고 난 후의 자세, 면담실을 나가는 모습까지 하나하나 체크해 주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외운 대로 답하려고 애쓰지 말고, 질문의 핵심 내용이 포함되도록 답하는 게 좋다는 것과 비슷한 유형 혹은 비슷한 내용의 질문이 들어오면 지금까지 연습한 답들을 잘 조합해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팁을 주었다.
사실, 우리가 뽑은 질문들이 과학고 출석 면담에서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아빠의 면담 시뮬레이션도 실제 과학고 면담과는 당연히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접이나 면담과 같은 경험이 없는 아이 입장에서는 비슷한 시뮬레이션이라도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의 출석면담 날, 과학고 내에 마련된 학부모 대기실에서 아이의 면담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같은 중학교 출신 입시 지원자인 아이 친구 엄마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엄마들 이야길 듣다 보니 슬슬 아이의 출석면담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OO 이는 어디서 면접 컨설팅받았어요?"
"면접 컨설팅... 이요?"
"과학고는 면접 컨설팅 없이 합격하기 어렵잖아요. 우린 과학고 면접을 전문으로 해주시는 분을 어렵게 소개받아서 그분한테 2차 면접까지 받기로 했거든요. OO이는 어디서 받았어요?"
'집에서... 우리끼리... 아이 아빠가...'
내가 차마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거기 앉은 사람들 대부분이 각자 어디서 면접 컨설팅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길 나누고 있었고, 컨설팅을 받지 않았다는 엄마들조차도 최소한 학원 선생님들을 통해서 과학고 면접 노하우를 얻었다는 이야길 하고 있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어찌나 복잡하고 심란하던지... 그분들 말씀에 따르면, 운이 좋아 1차 합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2차는 반드시 면접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도대체 2차 면접 컨설팅 하시는 분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건지...'
면담을 마친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구 엄마들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 혹시나 아이가 면담에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아이는 집에서 한 면담 연습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같은 질문이 나오진 않았지만, 비슷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고, 본인이 쓴 자소서라 자소서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선 막힘없이 설명드렸다고도 했다. 다만, 생기부 내용과 관련해서 좀 더 심화된 질문을 하신 것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대답하되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을 드렸다고 했다.
아이는 면담을 잘 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니 일단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 아빠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친구 엄마들이 해준 면접 컨설팅 이야길 전달하며 의논했지만, 결국 우리는 그냥 우리 방식대로 2차 면접도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데에는 아이의 한마디가 큰 영향을 끼쳤다.
"과학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인데, 나 같이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을 안 뽑으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하지만, 아이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싶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행여, 스스로 준비하다 실패한다 하더라도 돈 주고 못 사는 경험일 텐데, 우린 우리 식대로 밀고 나가 보자."
그렇게 아이는 과학고 2차 면접도 혼자 준비하기 시작했다.
과학고 1차 면접과 2차 면접 사이에는 약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있었고, 1차 결과 발표가 난 후를 기준으로 하면 1~2주 밖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합격을 전제로 2차 면접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2차 면접은 수학과 과학 지식을 베이스로 한 창의형 문제들이라고 해서 1차보다 더 막막했다.
기출문제라도 있으면 대충 감이라도 잡아 보겠건만* 아이에게 있는 정보라고는 매년 과학고등학교 입시를 치른 후 선배들이 남겨놓은 면접 리뷰 페이퍼 정도가 다였다(*2024년 현재, 대구일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에 2차 면접 중 공통 질문에 해당하는 기출문제가 등재되어 있다. 울 아들 때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인터넷을 뒤져, 다른 지역의 과학고와 영재고 시험 문제들을 추려보긴 했으나 선행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문제들이었고, 풀이 과정 자체가 난해한 문제들이 많았다. 영재교육원 시험을 치르면서 살펴봤던 창의력 테스트 문제들도 다시 꺼내 확인했지만, 이 문제들 역시 과학고 2차 면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중학교 과정의 수학과 과학의 기본기를 다지는 것 밖에 없었다.
결국 중1 ~ 중3 과정 동안 봤던 참고서를 모두 꺼내, 이론적인 내용, 개념들, 공식들을 정리해서 틈틈이 기본을 다지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무모하고 대담했던 것 같다.
과학고등학교 입시 설명회 때 입학사정관님께서, "과학고 입학은 중3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이라고 하신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유일한 학생과 학부모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그 뒤의 말씀, "다만, 과학고 입학한 뒤에는 중3 공부만으로는 힘들 거라는 말씀도 드리겠습니다."라는 "선행"의 필요성에 대한 말씀이 핵심이었는지도 모르는데, 그 당시에는 그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찌 되었던, 나름 순수(?)한 생각으로 과학고 입시에 도전한 아이는 1차 합격 발표가 난 이후부터는 지금까지 공부해 온 이론과 개념, 공식들을 칠판에 서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제풀이 보다 면접실에 들어오고 나가는 방법, 면접 시 자세, 칠판에 답을 쓰는 방식(글자 크기, 글자 위치 등)에 대한 것들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2차 면접은 토요일 오전 면접과 오후 면접으로 나뉘어 치러졌는데 아이는 오후 면접 대상자에 해당되어서 이른 점심을 먹고 아이 아빠와 함께 아이를 데려다주었다.
2차 면접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고, 학교 내 출입이 전면 통제되어서,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 준 후, 긴 시간 동안 학교 밖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아이를 기다렸다.
아이 아빠와 함께 아이를 기다리면서, 다사다난(?)했던 지난 3년간 아이가 걸어온 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신통하고, 대견한 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자감이라 치부했던 아이의 모습도 떠올랐고, 영재교육을 받으러 다니던 모습도 생각났다. 스스로 자신만의 공부 방식을 찾아가고, 꿈과 목표를 세우고, 입시를 위해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과 사를 넘나들던 2주간의 공백(해당 이야기는 곧 발행 예정)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뻔한 상황에서도 과학고에 가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던 아이의 모습도 떠올라 울컥하기도 했다.
"울 아들 같은 아이를 뽑지 않는다면, 과학고도 영 틀린 학교지 뭐."
아이가 과학고 입시를 치르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되짚어가다 보니, 입시 설명회 때 들었던 과학고에서 찾고 있다는 인재상에 울 아들이 딱 들어맞는 맞춤 인재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학교 안에서 치열하게 면접을 치르고 있을 텐데, 우리는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이성의 끈을 놓고, 과학고를 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어쩌면, 뭐가 되었든 울 아들은 충분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후련함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2차 면접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초저녁이었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저물어 어두컴컴할 때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학교 밖에서 아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배가 많이 고플 것 같아서 차에 시동까지 걸어놓고 기다렸는데, 건물 현관 앞에서 친구 몇 명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한참 한 뒤에야 아이들과 헤어져서 걸어 나왔다.
"친구들이랑 뭘 그렇게 이야길 하다 나왔어?"
"애들이랑 답을 맞혀봤어요. 근데, 같은 답이 하나도 없어요."
아이 말로는 2차 면접은 수학과 과학 베이스의 문제였지만, 단순하게 답을 내는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창의적인 해결법을 제시하는 문제들이 많아서, 대부분 할 수 있는 답을 다 하고 나오긴 했는데, 본인이 잘 친 건지 못 친 건지 도대체가 확신이 서질 않는단다. 친구들과 답을 맞혀 보면 감이라도 잡으려나 싶어서 밖에 나오자마자 맞혀봤지만, 모두의 답이 달랐고, 답에 대한 서로의 설명이 다 맞는 것 같아 결과를 장담하질 못할 것 같단다.
어찌 되었든,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 면접을 치렀으니, 이제 남은 건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이가 아직 학교에 있을 시간에 과학고 합격자 발표가 났다.
내가 제일 먼저 아이의 합격 소식을 확인했고, 정규 수업시간은 지났을 것 같아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OO아 축하해."
아이도 합격 여부를 막 확인하려던 순간이었는지, 내 전화를 받는 것과 동시에 주변 친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와, 축하한다, OOO."
"우리 반 OO이가 과학고 합격했다."
"나도, 과학고 다니는 친구 생겼다."
아이 친구들의 사심 없는 축하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계속 들렸다.
아이도 무척 기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아이의 추천서를 잘 써주신 2학년 담임선생님, 아이 건강 문제로 며칠간 결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 학습이 뒤처지지 않게 배려해 주신 3학년 담임선생님, 한결같이 아이 곁에서 아이의 과학 실험을 도와주신 과학선생님, 아이의 진로와 진학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시고 아이가 과학고를 갈 수 있게 이끌어주신 진로진학 상담 선생님 등 아이의 과학고 입학에 마음 써준 분들이 모두 떠올랐다.
온전히 학교 안 울타리 속에서 아이가 과학고를 꿈꾸고 그 꿈을 진행시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아이는, 중학교 3년 내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쏟아부었던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더불어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아빠와 보다 돈독한 사이가 된 것도 꽤나 큰 성과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