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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Sep 26. 2024

육아의 시작(ft. 출산)

(20년 만에) 다시 쓰는 육아/교육일기

아기를 보면, 다들 이렇게 묻는다. 

“몇 개월이에요?” 

그러다, 좀 크고 나면 “몇 살이에요?”라고 묻는다.

어릴 땐 왜 그러나 의아했지만, 아기를 낳고 키워보니, 알 것 같다.

“오뉴월 하룻볕도 무섭다.”더니 영아기 때 아기는 매일매일 달라지고 자랐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부터 36개월까지를 영아기, 3세~5세까지를 유아기라고 한단다.

신생아기는 보통 생후 28일 미만을 말하는데, 엄마 뱃속에서 나와 급격하게 변화를 겪는 시기라고 한다. 

엄마, 아빠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짜 부모가 되어가는 시기인 것 같다.      


[출산] 

육아 이야기를 시작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출산 이야기를 건너뛰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 나의 출산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다들 그렇겠지만,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이 나는 생생하다.      

모든 것이 첫 경험이라 임신/육아책에 의지했고, 젊은 엄마라 그랬는지, 임신기간 동안엔 별 탈 없이 잘 흘러갔다. 출산 예정일 하루 전까지 바쁘게 움직이며 일정을 소화했고, 만삭까지 몸무게도 딱 10kg 정도 불어 뒤에서 보면 임신한 티가 잘 안 난다는 소릴 들었었다. 임신 초기의 착상 불안정, 임신 중기의 장염, 임신 말기의 가진통 등 가벼운(?) 이슈들이 있긴 했지만, 무난한 임신기간이었던 것 같다.     

출산하는 날도, 임신/육아책에서 본 것처럼, 새벽 4시경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눈을 떠 확인하니 "이슬"이 보였고, 책에서 시키는 대로, 미리 준비해 놓은 출산가방을 들고 집에서 5분 거리 산부인과로 이동한 것이 5시경, 출산 전 검사 이것저것 하고 나니 6시, 미리 신청해 놓은 가족 분만실에 들어가 친정부모님이랑 울 신랑이랑 대기하기 시작한 것이 6시 반, 그리고 출산은 7시 26분.     

사실, 산부인과 도착 후, 가족분만실에 대기하기까지 별다른 진통이 없어서 출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간호사님들도 9시 출근하시는 주치의선생님이 아이를 받아주실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고, 울 신랑도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캠코더로 찍어 두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시범 촬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친정 엄마만 "날 닮았으면, 금방 낳을 텐데..." 하시면서, 간호사님이 유도분만촉진제를 놓겠다는 걸 만류하셨다. 그런데, 진짜로 친정 엄마 말씀처럼 갑자기 진통이 오기 시작하더니, 유도분만촉진제도 없이, 무통주사도 없이, 아이가 순풍 나와버렸다. 

내 기억에, 출산 당시 엄청 아픈 진통은 3~4번 정도였던 것 같고, 울 신랑은 내 진통에 너무 놀라 손을 잡아 주느라 영상 촬영도 못하고, 탯줄 자르기 경험(?)도 놓쳤다. 다만,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울지도 않고 눈을 딱 뜨고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우리와 눈을 마주쳤던 그 순간!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반짝거리던 그 검은 눈동자를 우리 둘 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요즘은, 워낙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어서, 굳이 여기서 출산에 대한 이야길 더 자세히 쓰진 않을 거다.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보다 출산 직전 하게 되는 회음부 절개와 출산 후의 태반 배출이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 출산이 끝났는데도 훗배앓이 같은 통증이 있었다는 이야기 같은 거 말이다.           


[산후조리와 신생아기 육아 시작]

자연분만을 한 나는 병원에서 2박 3일 입원 후, 퇴원을 했다. 

2인 1실에 있었는데, 같은 병실을 쓰던 분은 둘째 출산이라 분만 후 바로 초유가 펑펑 나왔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있는 동안 초유가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님들이 초보 엄마인 나를 위해 아기 안는 법, 모유 먹이는 자세 같은 걸 가르쳐 주셨지만,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매시간 초유를 먹여 보겠다는 일념으로 모유수유를 시도하러 내려가 예쁜 눈망울과 오뚝한 코를 가진 "OO OOO 여성병원 얼짱(간호사님들이 지어주신 별명임. ^^;)" 아들을 안아보는 기쁨을 누렸다(이제 와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까만 눈동자와 오뚝한 코는 잘생겼다 싶긴 했다. 그런데, 이 얼굴이 잘 생긴 얼굴인지, 못생긴 얼굴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냥 신기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이 마냥 예뻤던 것 같다.).     

퇴원 후엔,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고, 친정으로 갔다. 

울 아들 친구들을 보니, "산후조리원 동기"가 있다고 하던데, 우린 그 당시 친정부모님이 집 가까이 살고 계셨고, 두 분 모두 50대 초반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되신 거라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직접 해주신다고 하셨다. 요즘엔 산후 도우미도 있다던데, 그 당시엔 그런 정책이 없던(?) 시기라 그냥 온전히 친정 부모님이 산후조리를 해주셨다.          


그렇게 시작된 산후조리 겸 육아.

정말, 신생아기 육아는 육아가 아닌 것 같았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이랬다 저랬다, 정말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았다.

특히, 아기가 울 땐,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더 우왕좌왕했다. 배가 고픈 건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건지, 더운 건지, 추운 건지. 3kg 남짓한 아기의 울음 하나에 온 식구가 분주했다. 

그중에서도 산후조리와 육아를 병행하게 된 내가 제일 힘들었던 건, 아기가 쾌적해하는 온도와 내가 원하는 온도가 달랐다는 것과 아기가 너무 작고 가벼워 혹시 내가 실수하거나 아프게 할까 봐 안는 것도 무서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육아 경험이 있는 친정 엄마와 육아책에 매달리던 나 사이의 간극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엔 육아책은 참고만 할 뿐 아이 맞춤형으로 육아다운 육아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그 기간이 딱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도달한 신생아기 육아의 모범 답안은 그저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씻기고, 잘 치워주면 그걸로 된 것 같다.      


그리고, 이 시기 엄마의 산후조리도 중요하고.     

나 같은 경우, 겨울 출산이라 보온에 신경을 썼고, 웬만한 것들은 친정부모님이 다 해주셔서 관절 쓸 일도 없었는데, 딱 하나. 그 당시 퇴원한 직후부터 약 1주일간 시험 답안 매길 일이 있어서 열심히 매겼더니, 오른쪽 손가락과 손목에 무리가 간 것 같다. 신기하게도 매년 아이 생일 무렵이 되면, 오른쪽 손가락과 손목이 아프고, 몸살이 나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 제일 먼저 오른쪽 손가락이 아프다.      


내 입장에서, 친정에서의 산후조리는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고 좋았다. 모든 것이 서툰 신생아기 육아의 시작도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으면서 할 수 있어 안도감이 들었고. 

산후조리를 제안해 주신 친정 엄마의 계획은 '약 보름 정도 산후조리를 해주면 내 딸 몸도 추스르고, 귀여운 첫 외손자도 봐주는 시간으로 충분할 거다.'라는 것이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우리의 산후조리는 자그마치 40일 정도까지 길어졌다(이유는 다음 편에 계속). 다시 말해, 나의 신생아기 육아는 친정 엄마의 도움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육아의 책임은 나와 울 신랑에게 있으니, 친정에 있으면서 육아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내 기준엔 친정 엄마가 전수해 주신 꿀팁들이 육아책보다 더 유용했던 것 같다. 밤중 수유 노하루를 전수받아 밤에도 어렵지 않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었고, 신생아를 목욕시키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등 찐 경험에서 나온 꿀팁들을 얻어 점점 아기 엄마다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아이와 고군분투하는 동안, 울 신랑은 뭐 했냐고?

초반엔 우리 집과 여기를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아기와 내 옆에 꼭 붙어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같이 지냈다. 매일매일, 남들 보기엔 똑같지만, 우리 보기엔 다른 아기 사진을 수십 장씩 찍으면서...^^.


[에필로그]

"근데, 탯줄 자르는 거 왜 포기했어?"

가족분만실을 신청할 때, "아빠가 탯줄 자르기" 이벤트(?)를 포함시켰었는데, 정작 탯줄 자를 타이밍에 내 손을 꼭 쥐고 의사 선생님께 포기 의사를 밝혔었다. 

간혹, 출산 장면을 보고 힘들어하는 남편들이 있다던데, 혹시 탯줄 자르는 게 무서웠나 싶어 나중에 물었더니, 

"진통으로 아파하는 와이프 두고 탯줄 자르겠다고 손을 놓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다 싶어서." 란다. 

어머, 고마워라.


프롤로그 https://brunch.co.kr/@bmt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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