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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6시간전

모유수유, 원래 이렇게 힘든 거였어?

(20년 만에) 다시 쓰는 육아/교육일기

지금 생각해 보면, 신생아기의 육아는 정말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특히, 모유수유!

출산 전에는 모유수유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다.     


자연분만 후, 2박 3일 동안 병원에 있을 때, 매시간 신생아실에 내려가 모유수유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결국  병원에서는 초유 먹이는 걸 실패했다. 간호사님들이 자세도 가르쳐주시고 먹이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노력했지만, 뭐가 문제인지 아이가 젖을 빨아보다 포기하고 우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결국,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아이가 분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시작하면서도 처음엔 쉽질 않았다. 왼쪽은 그런대로 아이가 젖을 빠는 것 같은데, 오른쪽은 빨다 포기하고 울기를 반복했다. 이유를 몰라 당황했는데, 친정엄마께서 살펴봐주시더니, "아무래도 아주 미세한 함몰유두인 것 같다."라고 하셨다. 

'함몰유두는 또 뭐야?'

내가 보기엔 왼쪽, 오른쪽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이가 젖 빠는 걸 힘들어하니, 친정엄마께서 "병원에 가보기 전에 집에서 먼저 교정을 시도해 보자."라고 하셨다. 다행히, 친정엄마의 노하우와 울 신랑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이 되어서 드디어 아이에게 초유를 먹일 수 있었다. 혹시나 초유 나오는 시기를 놓쳐서 못 먹일까 봐 마음이 정말 불편했는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산후 1주일 후 병원에 갔을 때, 아기 체중이 줄었다고 진단받아 어쩔 수 없이 혼합수유를 시작했다. 사실, 모유수유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고 너무 만만하게 봐서, 분유 먹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많이 허둥댔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가능하면 모유수유에 집중해 혼합수유를 했더니, 모유 양이 많이 늘어 열흘정도 만에 모유만으로도 아이가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늘어난 모유 양에 비해, 아이가 먹는 양이 적었는지 결국 젖몸살이 왔다.

육아책에서 시키는 대로, 남는 모유는 유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비워지지 않았는지, 결국 고열이 나고 유방이 단단해지면서 통증도 나타나,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병원을 다녀와야 했고, 그동안, 울 아들은 다시  모유 대신 분유를 먹어야 했다. 

젖몸살이 난 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그날 밤은 병원의 조언대로 약을 처방받아먹고 견뎠지만, 그다음 날인 크리스마스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울 신랑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원래 병원은 공휴일에 쉬지만, 산부인과라 그런지 젖몸살 치료를 해 주셨다. 간호사님이 차가운 물수건으로 유방 마사지를 해주시고, 굉장히 큰 유축기로 몸 안의 젖을 모두(?) 뽑아내주셨다. 굉장히 신선한(?)하고 묘한(?) 경험이었다. 또 금방 젖이 차오를 테지만, 병원을 나오는 그 순간엔 열도 떨어지고 해서 그런지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온 후엔, 병원의 조언대로 다시 모유 수유를 시도하면서 유축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유방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힘이 들었었다. 그래서 친정 엄마께서 말씀해 주신 민간요법을 병행했다. 이 방법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경우엔 너무 유용했다. 

가슴이 단단해지는 것 같고 통증이 좀 있을 때, '앗, 젖몸살이 또 올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 양배추 잎을 깨끗이 씻어 잠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차갑게 만들어 가슴에 붙여 두었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열감이나 통증이 사라졌다. 단, 너무 자주 하면 젖양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하셔서 정말 급할 때만 양배추 잎을 사용했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젖몸살로 병원 갈 일은 없었다. 


젖몸살 이슈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서, 다시 정상적인 모유수유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울 아들한테서 황달 증세가 나타났다. 병원에서는 모유로 인한 황달인지, 아닌지를 검사해야 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또 모유수유가 중단되었다. 

다행히 며칠 내로 모유로 인한 황달이라는 결과를 받아 다시 모유수유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며칠 동안 유축 등을 통해 모유 양을 유지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내 모유 양이 줄어 결국 혼합수유를 다시 시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유 양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온 가족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민간요법에 돼지족을 푹 고은 걸 마시면 젖 양이 회복된다길래, 친정아버지는 돼지족을 구하러 다니셨고, 친정엄마는 오랜 시간 불 앞에서 돼지족을 고으셨다. 믿거나 말거나, 나한테는 효과가 있었는지 돼지족 고은 걸 마신 이후, 모유양이 빨리 회복되었고, 모유수유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돼지다리 몇 개를 삶아 먹었는지 기억에 없을 정도로 젖양이 줄어든다 싶으면 고아주셔서 마셨다. 솔직히 비위도 약한 편이고, 맛도 정말 없었는데, 내 아이를 위해서라니까 그냥 먹게 되더라는... 이런 게 모성인가? 


이런 노력 끝에 드디어 정상적으로 모유수유만 하게 되었는데, 그게 출산 후 약 40일이 지난 후부터였다. 그리고 이게 바로 지난 글에 썼던, 보름 예정이었던 산후조리가 40일가량 걸린 이유다.


정말 한 달가량, 즉 신생아기동안 모유수유만으로도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그때 당시 모유수유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기장 빼곡히 너무 상세하게 기록해 둬, 이 글을 쓰면서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렇게 나는 생후 17개월까지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게 되었다.


프롤로그 https://brunch.co.kr/@bmt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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