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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Sep 24. 2024

태교의 정답?!

 (20년 만에) 다시 쓰는 육아/교육일기

태교에 정답이 있을까?

요즘엔 태교의 효과는 검증된 게 아니라고 태교를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긴 하던데...


그래도, 다들 그러지 않나?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면, 주변에서도 태교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길 하고, 또 엄마, 아빠도 뱃속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서 교육 비슷한 것을 하지 않나?

그래서, 오늘은 본격적으로 육아/교육 일기를 쓰기 전에, 내가 (시도?) 했던 태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나와 울 신랑은 띠가 다른 동갑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고, 20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했다. 둘 다 대학원을 다녀 공부를 하는 중이어서 아이는 1~2년 후에 갖기로 했었다. 당연히, 우린 아직 20대니까, 아이를 갖겠다는 맘만 먹으면 바로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건강한 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평소엔 잘하지 않던 운동을 시작했고, 다행히 약 6개월 후, 소중한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나도 임신사실을 알고 난 후, 태교를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초반에는 착상이 불안정해서 한동안 누워 지내야 했고, 미미하긴 하지만 입덧도 하느라 신경을 못썼다. 그러다, 약 8주 정도 되었을 때, 안정기에 접어들었단 이야길 듣고나서부터 태교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임산부가 먹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고, 병원이나 책자를 통해서도 이것저것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선배 엄마들 중에는 정말 철저하게 열 달 동안 태교를 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세상 까칠한 아이가 태어났으니, 태교 같은 거 하지 말라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태교가 정말 중요하니, 꼭 지킬 거 지켜가면서 열 달 잘 보내라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었다.

그래서, 일단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다.


첫째, 먹지 말란 건 먹지 않기

커피, 술, 담배(내가 피운 게 아니라, 간접흡연도 가능한 하지 않았다는 말), 그 밖에 먹으면 좋지 않다는 건 다.

일부 커피는 한두 잔 정도 괜찮을 수 있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불확실한 정보들의 경우도, 모두 안 하는 쪽으로 행동했다. '열 달 지나서 먹음 되지 뭐.'라는 생각에. 물론, 모유 수유를 그렇게 길게 할 줄도 모르고.


둘째, 클래식음악 듣기

1년 먼저 출산한 경험이 있던 선배 언니가 본인이 임신 중일 때 듣던 음악이라며 선물해 준 클래식 음반. 마음의 평온을 준다고 해서 듣긴 했다. 근데, 듣고 있음 정말 마음이 평온해져서 그런가 졸리기만 하고, 뭔가 억지로, 의무적으로 듣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듣다 말았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발라드 음악 위주로 들으면서 내키면 노래도 따라 부르고, 발박자도 맞추면서 흥겹게 들었다.

혹시, 울 아들이 카이스트 응원단(ELKA) 단장을 했던 게 태교 영향이었나?


셋째, 십자수

그 당시 십자수가 유행하기도 했고, 십자수를 하면 집중력도 높여주고, 차분해진다고 누가 권하길래, 열쇠고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커플템 열쇠고리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하다 보니 조그마한 걸 손에 들고 바느질하는 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랑 것만 만들고 포기.


넷째, 좋은 것 보기

고전 명작을 읽으면서 교양을 쌓고 뱃속 아이와 소통하라고 하길래, 해보려다가 '이미 명작들은 중고등학교 때 나름 열심히 읽었었는데, 굳이 또?'라는 생각에 재미있는 소설과 만화책 위주로 봤다. 태교용 동화책의 경우엔, 울 신랑도 초반엔 열심히 읽어줬었는데, 둘이 그러고 있는 게 뭔가 어색해서, 아기에게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영화도 재미있는 거, 애니메이션도 재미있는 거. 모든 선택이 보고 웃을 수 있고 '남는 건 없어도 재미있었다.' 하는 걸로 봤다. 그리고, 예쁜 아이 사진, 잘생긴 사람의 사진을 보면, 아이가 예쁘게 태어난다고들 하길래, 울 신랑을 열심히 봤다.

뭐 그땐 눈에 콩깍지가 아직 덜 벗겨져서...


다섯째, 공부

그 당시 대학원생이어서 어쩔 수 없이 논문을 많이 읽었고, 그러다 보니 일과시간 대부분을 생각하고, 분석하는 등의 활동에 쓴 것 같다. 풀타임 대학원생이라 매일 출근을 해야 하지만, 연구실 배려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자격증 공부도 시도했었다. 자격증을 따 보겠다는 생각보다, 뭔가 공부를 하는 게 태교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하지만, 너무 졸리는 시기에 시도해서였는지, 고등학교 때도 안 해 본 공부 하다 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땐 어쨌냐고?

그냥 잤다.


태교라는 걸 시도하면서, 내 태교의 우선순위 1위는 "스트레스 안 받기"가 되었다.

그 이유는, 태교 같은 거 하지 말라던 주변 선배 엄마의 영향이 컸다.

열 달 동안 완벽하게 태교를 해서 낳은 첫 아이가 강박과 집착이 심하고 매우 예민해서, 둘째를 가졌을 땐, 태교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하고 맘 가는 대로 하고 낳았더니, 너무 온순하고 키우기 쉬운 아이가 태어났단다.

물론, 태교 때문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이 저렇게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두 아이를 보면서,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하는 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하고 싶은 건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태교를 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확실히 태교의 기본은 "엄마 마음의 편안함"인 것 같다.


그래서, 내 태교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냐고?

아이의 기질과 자라면서 보여준 행태들이 태교와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전문가가 아닌 내가 알 길은 없다.


그러니, 태교는 엄마 맘 편한 게 정답 아닐까?


프롤로그 https://brunch.co.kr/@bmt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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