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탐구]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은 무엇인가

소설 브런치북 '반쯤의 세계' 소개

by 오로지오롯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관계와 권력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은밀한 힘,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스며드는 권력.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을 조용히 압박하고 형태를 만든다. 나는 이 보이지 않는 폭력의 움직임을, 사람들의 미세한 표정, 작은 몸짓, 말 한마디 속에서 포착하고 싶었다.


군대에서의 경험은 내 소설의 첫 출발점이었다. 좁은 공간, 제한된 자유, 계급 간 미묘한 긴장 속에서 인간의 본능과 욕망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직접 보고 느꼈다. 상관과 동료 사이, 약자와 강자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부조리와 모순. 나는 그것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쉬게 하고 싶다. 내 소설 속에서 그 힘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독자는 그 압박을 숨 쉬듯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주제와 세계관


내가 그리고 싶은 세계의 중심에는 두 가지가 있다. 관계 속 권력과, 반쯤 만족하며 살아가는 인간.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욕망을 완전히 채우지 못한 채 살아가며, 그 ‘반쯤’이라는 상태가 우리 삶의 모양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외국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을 그릴 수 있다. 아랍권의 금욕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자유와 욕망, 그리고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독자는 그의 불안을 따라가며, 사회 구조와 개인적 욕망,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


또한, 내 소설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심리적 풍경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침묵으로, 작은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나는 그것을 문장 속에 녹여 독자가 읽으면서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을 만들고 싶다. 그 속에서 독자가 인물과 함께 숨을 쉬고, 장면 속 공기를 느끼며, 내면의 파동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



문장과 묘사


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밀한 묘사와 문장 안의 호흡이다. 인물의 무의식적 제스처, 공간의 냄새와 질감, 사물의 디테일과 시간의 흐름까지 모두가 독자가 장면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도 단순히 ‘마신다’가 아니라, 컵을 감싸는 손의 온기, 주변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 공기 속 커피 향과 먼지 냄새까지 담아내어 독자가 그 순간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호흡하고, 장면 전체가 살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세밀한 묘사는 현실적 사건과 내면적 환상의 교차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긴장, 혹은 사소한 기쁨과 슬픔은 단순히 서술되지 않고, 공간과 사물,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결국 장면 묘사와 심리 묘사가 서로 얽히며, 독자는 글을 읽는 동안 주인공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구성과 형식


내 소설은 현실적 사건과 내면적 환상이 서로 맞물리는 액자식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행 중 겪는 일상적 사건과 주인공의 내적 환상이 교차하며, 그의 내면을 조금씩 드러낸다. 또한 글 전체를 여러 습작처럼 나누어, 독자가 주인공의 내면을 은밀히 엿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각 습작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 주제를 강화하며, 읽는 이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나는 이러한 구성 방식을 통해 독자가 장면과 장면 사이를 오가면서도, 결국 하나의 큰 세계를 완전히 체험하게 만들고 싶다. 현실과 환상이 맞닿는 지점에서 독자는 주인공과 동시에 숨 쉬고, 그 세계를 자신의 감각으로 느끼게 된다.



소설적 스타일과 방향


스타일의 핵심은 현실적 리얼리즘과 심리적 깊이, 문장과 문단의 호흡이다. 현실적 리얼리즘은 사건과 배경을 실제로 일어날 법하게 그리는 것이고, 심리적 깊이는 인물의 욕망, 두려움,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이다.


문장과 문단의 리듬은 독자가 읽는 순간 호흡과 몰입을 느끼게 한다. 나는 문장 속에 숨결을 담아, 글을 읽는 사람이 장면 속 냄새를 맡고, 바람의 차가움과 햇살의 따스함을 느끼며, 인물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상상하도록 만들고 싶다. 이러한 감각의 총체가 결국 독자가 장면과 주인공에 완전히 연결되도록 하는 장치다.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 나는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설을 쓰고 싶다. 관찰과 경험, 내면의 단상을 정리하며, 권력과 관계, 선택과 저항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깊이를 확장할 것이다. 다작을 통해 내 스타일을 확립하고, 독자가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면과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나는 쓰는 동안에도 관찰자로 남고 싶다. 세상을 주의 깊게 보고, 인간을 섬세하게 느끼며, 그것을 글로 옮길 때만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느낌. 결국,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은 나 자신과, 그리고 독자와의 숨결이 겹치는 순간들을 담은 작품이 될 것이다.






이 소설집은 제가 오래 고민하고 써온 이야기들을 모은 작은 기록입니다. 눈에 보이는 사건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힘과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담으려 했습니다. 군대에서의 경험이나 여행 중의 사소한 순간들이 겹쳐져, 독자 여러분이 조금은 낯설면서도 친근한 장면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글을 읽으며 불편하거나 낯설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관계의 힘과, 각자 마음속에 숨어 있는 욕망과 두려움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랐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생각하고 느끼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집은 완벽하지 않지만, 읽는 동안 잠시나마 다른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간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한 편씩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2025-10-14 15 48 33.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평론] 코카서스의 백묵원-정의, 그리고 돌봄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