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마 -
휘파람새는 한낮엔 내내 참더니
새벽에야 휘휘 울부짖고
경마공원 경마장에는
마구간에서 도망친
백마가 홀로 거닌다
초생달은 날선 곁눈으로 그것을 바라본다
한낮에 뿌려놓은 경마장의 그라목손*
백마는 빗물과 그것을
거친 말굽으로 튕겨내며
홀짝홀짝 마셔댄다
백마의 폐는 벌건 천으로 굳어가고
그의 호흡은 그의 혀를 난도질한다
켁켁대던 백마가 머리를 빗물에 처박고
폐의 구멍으로 마두금* 소리를 낸다
백마의 울음소리
말머리성운에서 들려오는 음률
백마는 몽고의 초원을 내달리던
고향 쪽으로 젖은 털을 날 세운다
휘파람새는 새벽 내내 휘휘 울부짖더니
동틀 녘에야 말머리성운으로 스미어든다
*그라목손: 제초제의 일종으로 맹독성 물질이다. 생명체가 마시면 폐가 섬유처럼 구멍이 난다.
(경마장에서는 잡초를 없애기 위해 그라목손을 사용한다.)
*마두금 : 말머리 장식이 있는 몽고의 현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