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작시] 백마

by 오로지오롯이

- 백마 -


휘파람새는 한낮엔 내내 참더니

새벽에야 휘휘 울부짖고


경마공원 경마장에는

마구간에서 도망친

백마가 홀로 거닌다

초생달은 날선 곁눈으로 그것을 바라본다


한낮에 뿌려놓은 경마장의 그라목손*

백마는 빗물과 그것을

거친 말굽으로 튕겨내며

홀짝홀짝 마셔댄다


백마의 폐는 벌건 천으로 굳어가고

그의 호흡은 그의 혀를 난도질한다

켁켁대던 백마가 머리를 빗물에 처박고

폐의 구멍으로 마두금* 소리를 낸다


백마의 울음소리

말머리성운에서 들려오는 음률

백마는 몽고의 초원을 내달리던

고향 쪽으로 젖은 털을 날 세운다


휘파람새는 새벽 내내 휘휘 울부짖더니

동틀 녘에야 말머리성운으로 스미어든다




*그라목손: 제초제의 일종으로 맹독성 물질이다. 생명체가 마시면 폐가 섬유처럼 구멍이 난다.

(경마장에서는 잡초를 없애기 위해 그라목손을 사용한다.)

*마두금 : 말머리 장식이 있는 몽고의 현악기


%EC%9D%B8%EB%AA%85%EB%B3%84-%EB%A7%88%EB%A0%88-%EB%A7%90.jpg?s=612x612&w=0&k=20&c=UVXh-pkg7pkRjaxAfY7B-ZhmFsm9UISvRrIPtd-CdmY=


keyword
이전 10화[창작시] 물결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