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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Mar 15. 2020

친하니까 다 이해하겠지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고, 다양한 가게 중 어느 가게에서 음식을 주문할까 고르다 보면 확인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리뷰를 확인하는 일이다. 잘 먹었다, 맛있다라는 정상적인 리뷰와 배달이 늦거나 음식이 맛이 없다라는 불만을 표출한 리뷰, 어떨 때는 다른 가게의 리뷰를 그대로 복붙해서 김치찌개 전문점 가게에 탕수육 잘 먹었다는 리뷰가 올라오는 등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지는 와중 눈에 띄는 리뷰가 있었다. 자주 주문을 했기 때문에 쿠폰이 많이 모였고, 쿠폰을 활용해서 주문을 했는데 결제를 하고 주문을 했을 때보다 음식의 상태가 현저히 나쁘고, 배달시간도 평소의 배나 걸렸다는 리뷰였다.


* 사장님의 생각 : 쿠폰을 이용해서 주문을 했구나, 이번 주문으로 인해 나는 돈을 벌 수는 없겠구나, 잘해줄 필요가 없겠군.

* 손님의 생각 : 내가 이 가게에서 주문을 이렇게나 많이 했구나. 쿠폰이 많이 쌓여서 이번에 쿠폰을 이용해서 주문을 해야지, 맛도 있고 서비스도 좋기 때문에 이때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해야겠다.


사장님의 입장과 손님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그러나 가게 사장님은 1명인 반면, 그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은 다수이다. 쿠폰을 쓸 만큼 주문을 많이 한 고객은 사실 그 가게의 충성고객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가 있다. 결론 내보자면 사장님은 충성고객을 홀대해버렸다. 충성심을 믿어 의심치 않아 대충 해줘도 계속 이용하리라는 그릇된 믿음 때문이었을까. 안타깝게도 충성고객을 한 명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인 고객까지 잃어버리는 결과가 발생해버렸다.


친한 사람에게, 가까운 사람에게 잘해주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종종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친한 회사 동료에게 자료를 부탁했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회신이 없다. 친한 동료가 바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실 자료를 부탁하기에 미안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사실 그 동료와 친하지 않았다면 자료를 부탁하기도 어려웠을 상황이다. 그러나 친하니까  부탁을 해도 될 것 같아서 부탁을 하게 되었고, 친하니까 빨리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그런데 너무나 바쁘기에 회신이 없었다. 오히려 안 친했다면 회신이 늦는 일이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친해서 부탁하게 되었고, 친해서 서운하게 되었다.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하시느라 정작 가족들에게 소홀해지는 아버지들의 모습도 종종 접하게 된다. 물론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시는 것이고, 회사에서 아버지들에게 거는 기대와 역할이 크기 때문에 바쁠 수밖에 없다는 걸 자녀들이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인데, 나의 남편인데, 마치 다른 사람의 아버지이고 다른 사람의 남편인 것처럼 느껴져서 서운한 순간들이 없지 않다.


눈물이 핑 도는 짧은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아직 어린 자녀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였다. 아이가 너무 바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의 시급은 얼마예요?”. 아빠가 대답했다. “바쁜데 너는 쓸데없는 걸 왜 물어보니, 아빠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시급도 비싸단다. 아빠의 시급은 10만원이야”.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몇 달 동안 용돈을 쓰지 않고 10만원을 모았다. 그리고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몇 달 동안 용돈을 모아서 드디어 10만원이 생겼어요. 아빠에게 10만원을 드릴게요. 이제 저랑 한 시간만 놀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친하니까 다 이해해줄 것 같고, 친하니까 함부로 대해도 될 것 같은데, 사실 그러면 안 된다. 친하니까 더 서운할 수 있고, 친해서 더  상처 받는 게 사람이다. 모두와 친한 사람은 아무와도 친한 사람이 아니다. 너무나 바쁜 생활 속에서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친한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던 일. 한 번쯤은 곱씹어보고 후회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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