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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Jul 23. 2021

가족 같은 회사

직장인라면 하루 (평일 한정)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아마 회사일 것이다. 그래서 하루  가장 많은 얘기를 하고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사람 역시 직장 동료(선배, 후배 모두 포함)  것이다. 비교대상이 있어야 얘기가 시작될  있다. 비교의 대상은 바로 집이다. 바로 가족이다. 취업을 하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아마 집일 것이며,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은 가족일 것이다. (다른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했다거나, 군대를 갔다거나 유학을 갔다거나 등의 상황은 조금 예외로  두기로 한다.) 그래서 직장과 , 동료와 가족들을 비교해 보려는 생각은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마음  구석에 생겨나게 된다.


회사생활을 조금이라도   사람이라면, 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를 하게 된다. 회사원들이 가진 대부분의 고민은 어떻게 해야 나의 재능과 능력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있을 것인가 하는  아니라, 나를  잡듯이 잡고 있는   팀장을 어떻게 해야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사사건건 나에게 태클을 거는 선배, 철없이 나에게 대드는 새까맣게 어린 후배, 결국 내가 모든 일을 떠맡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동료 등등과 함께 말이다. 퇴근시간이 되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 문을 나설   마음  구석에 떨쳐버릴  없는 고민거리는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에도  자체가 맞지 않아 그만두는 일도 물론 있을  있겠으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사람과의 관계, 사람과의 갈등 때문인 경우가 많다.


조직원들 간의 사이가 좋고 서로를 아껴주는 분위기의 회사를 소위 ‘가족 같은 회사’로 표현하곤 한다. ‘가족’이란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따스함과 포근함일 것이다. 화목한 분위기의 회사를 학교 같은 회사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물론 군대 같은 회사라고 표현하지도 않는다. 가족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내 편이 되어주고, 어떠한 경우라도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간혹 실수를 하더라도 나무라지 않고 이해해주며, 실수에 대한 해결책을 같이 고민해주고 같이 책임져주는 상사에게서는 가족들에게서 느끼는 따스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가족 같은 회사라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혹은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가 발생된다. 우리 회사 분위기를 가족같이 만들려는 팀장은 본인이 직원들을 가족같이 대하려는 만큼, 팀원들도 자신을 아빠로 대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있다는데서 문제가 발생된다. 서로 친하게 지내고, 서로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필요 이상으로 그러한 이해와 노력을 강요할 때는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퇴근하고 뭐하냐, 주말에는 뭐하냐, 평소에 취미가 무엇이냐 등등 궁금해하는 것이 어떨 때는 관심으로 느껴지지만,  어떨 때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이해함으로써 서로  친밀해질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쨌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만난 사이이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것을 얘기하기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어찌하랴.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드려고 하는 사장님과 임원들의 과욕 때문에 직원들의 월급을 갹출해 사장님의 생신파티를 준비하는 회사가 있었다. 직원들끼리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경조사를 대비하여 월급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회사가 있었다. 이러한 회사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과하다,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것이었다. 가족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내 용돈을 써서 선물을 사는 일이 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 병원비를 감당하는 일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가족 같은 회사이지만 가족과 똑같을 수가 없다. 가족 같다는 말은 가족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족이면 가족이라고 하지, 가족 같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 가족이 아닌 사람을 가족과 똑같은 수준으로 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입사  회사에서 친해진 사람들이 함께 주말에 여행을 가는 것을  일이 있었다.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말 친하게 지낼 가능성이 많은 동기들도 아니고, 선후배의 관계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회사생활이 아닌 사생활을 공유하고 회사에서의 시간이  사생활에서의 시간을 공유한다라는 사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퇴근   한잔 하는 정도야 늘상 있는 일일  같았지만, 주말에 함께 여행까지 간다는 것은 사실 입사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가족은 아니라 할지라도 회사에서 알게  사람들이  일로만 엮여지는 관계는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어쩌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공유하는 회사 동료가 가족보다  정이 가고  친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가족은 나의 의지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다. 좋으나 싫으나  아빠고  엄마고,  형이기 때문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다툼이 있더라도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노력을  수밖에 없다. 반면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고   있다. 일단  회사를  스스로 선택해서 들어왔고, 일을 하면서 서로를 조금  알아가게 되고 친해지려는 노력을 한다. 나와 맞지 않고 내가 친해지기 싫으면 다른 부서로 전보를 가든가, 회사를 때려치우든가 선택할  있는 여지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회사에서 친해진 사람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질 수 없는 가족보다  친하게 지낼  있는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회사의 근무 분위기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러한 사람은 가족처럼 지낼 수도 있고 원수같이 지낼 수도 있다. 이에 회사에서의 관계를 가족같이 만들어가려는 선배와, 선배는 일로 만난 사람일  가족이   없다라는 생각을 가진 후배가 부딪히는 경우 생긴다. 가족 같은 관계가 언제나 정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답이 아닌 오답을 계속 강요할 경우 가족은 커녕 남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고, 매일 보는 사이라면 친하게 지내는  좋을  있겠다라는 것도 인정해야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회사일뿐 선배와 회사 동료 이상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가족도 있지만 원수 같은 가족도 있다.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드는 일이 무조건 정답은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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