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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신 Jan 04. 2021

아침 커피를 마시며

모두가 잠든 아침, 글쓰며 마시는 아침 커피...

모두가 잠든 아침이다. 그룹 아침 명상을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아내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조심 나오려 했지만 그래도 아내는 몸을 뒤척였다. 예전 같았으면 출근 준비를 하느라 밝게 불을 켜고 있을 시간이지만 아직까지 거실은 깜깜하게 어둡다. 코로나로 모두 집에 있기도 하고, 나는 백?라 회사 출근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침실에서 거실로 나오면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에 몸을 조금 움츠리게 된다. 거실에서 입는 가벼운 외투를 찾아 입고 레인지 위에 물을 올렸다. 이런 아침이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다. 에스프레소에 가볍게 우유를 섞은 라떼도 좋지만 나는 주로 물을 섞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오늘 할 일과 쓰고 싶은 글과 읽고 싶은 책을 떠올리는 사이에 물이 끓는다. 차가운 기운을 데우는 데에는 역시 향긋한 커피만 한 게 없다.


북적였던 아침도 좋았지만 이렇게 여유 있는 아침도 좋다.


현재 직장이 없는 나를 걱정하는 지인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고객의 갑질과 경영진의 쓸데없는 정치 놀음을 보며 한숨을 지을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일이 없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아내와 산책을 하고 카페를 찾아간다. 물론 테이크아웃 밖에는 안되지만.


아내는 카페를 좋아한다. 브랜드도 좋아하지만 로컬 카페도 좋아해서 종종 특색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고 싶어 하는 데, 나는 그런 장단에 이제껏 맞춰 주질 못했다. 직장 생활에 매여 있다 보니, 아내와 여유를 즐길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맞다. 정신적 여유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시간적인 여유야 얼마든지 낼 수 있다. 마음만 있으면. 대부분의 베이비 붐 세대가 그럴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집에서도 일 생각, 회사에서도 일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직장 생활을 했지만 현실은 늘 불만족스러웠고, 미래는 불안했다.


일단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고객은 갑질을 했으며 회사의 경영진 들은 온갖 쓸데없는 짓을 했다. 쓸데없는 짓은 주로 현실과는 맞지 않는 정책이었으며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상한 프로젝트였다. 혹자는 그런 일을 경영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런 일은 정치라 부른다. 정치란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싸움이고 누군가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다.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사내 정치를 하는 회사의 미래는 도대체 어떨까.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내 정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이 많다. 한국의 회사들은 어떨까?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닌 회사는 최소한 아니었다.


노년에는 얼마가 있어야 한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먹고 사는 뉴스나 영상은 또 어찌나 많은지. 월 수백만 원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데, 수중에 모아놓은 돈은 없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금만 생각을 깊이 해보면 금융회사의 시장 전략 정도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무의식중에 주입되는 반복된 정신교육(?)에 불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불안할 수밖에.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까? 이제껏 그런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도 스스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상태라고 해야 할까. 그저 그런 상태... 음, 그야말로 재미없는 상태다.


그런데, 작년 9월 회사를 그만두고 생각과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수중에 모아놓은 돈도 없고 현금 흐름도 직장을 다닐 때 보다 당연히 좋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한숨도 적게 나오고 불안한 마음도 적다. 앞으로 '당연히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명상과 독서가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고 있다. 또, 생각보다 양호한 현금흐름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현금흐름은 직장 생활 중에 틈틈이 했던 외부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겼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참, 가슴에 와닿는다.


직장을 그만 둔지 이제 4개월째. 3개월 정도 지나면 무언가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직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조만간에 무언가 시작할 것이다. 창업이 되었든, 창직이 되었든. 아니면 회사에 취직을 할 수도.


그래서일까. 시간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 모두 잠자리에 있는 아침,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무척이나 감사하다.


※이미지 출처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damma.wallpaperhub


※아침 명상

https://brunch.co.kr/@desunny/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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