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그리고 이따 태권도 학원으로 바로 가. 관장님이 데리러 오실 거야. 알겠지?”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대로 복도로 뛰어가는 시후에게 삼촌이 다시 소리쳤다.
“태권도 끝나면 삼촌이 데리러 갈게! 알겠지? 학원 버스 타면 안 된다!!!”
그 모습이 퍽 애처로웠으나 민망할 삼촌을 위해 주혜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시후 대신 대답했다.
“제가 시후와 시후 담임 선생님께 잘 전달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조카 등에 대고 애처롭게 외치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로 제 조카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꽤 큰 키, 다부진 어깨, 약간 찢어진 눈매, 츄리닝, 차가움, 시후 삼촌’
맞벌이 부부가 많은 신도시라 아이의 등, 하원을 맡기는 베이비 시터가 종종 있는 지라 그들을 비롯해 학부모의 얼굴을 기억하는 게 교육기관 교사의 숙명이었다. 주혜는 첫 등원 지도를 한 시후와 시후 삼촌을 열심히 상기시키며 교사실로 향했다.
“아, 이 프린터 진짜 갖다 버렸으면 좋겠다. 근데 쌤, 시후 삼촌 봤어요?”
교사실에서 프린트와 씨름하던 여은이 주혜를 바라보며 물었다. 처음 자신에게, 그것도 업무가 아닌 사적인 질문을 하다니! 여은의 사소한 행동에 감동한 주혜는 들뜨기 시작했다.
“네! 키 엄청 크시던데요? 그리고...”
잘생겼다고 말해도 되나 싶어서 말끝을 흐리는 주혜에게 여은이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존잘이죠?”
딱 주혜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혜에게 여은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처음 시후 입학했을 때 난리였잖아. 시후 부모님도 선남선녀 같은데, 시후 삼촌은 후광이... 진짜 흘깃거리느라 사시 되는 줄 알았잖아. 무쌍에 저렇게 눈도 크고, 키도 크고, 어깨 딱 벌어진 것 봐봐. 완전 내 스타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