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는 곧장 걸음을 돌려 시후 삼촌에게 다가갔다.
“오늘 시후는 태권도 사범님이 데리러 오신다고 했는데, 삼촌분이 직접 오신 건가요?”
주혜는 최대한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질문하며 시후 삼촌의 대답을 기다렸다. 시후 삼촌은 주혜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대답했다.
“시후가 태권도 가기 전에 잠깐 병원에 들렀다가 가야 할 거 같아서 제가 데리러 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시후 준비하고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주헤는 종일반 유아가 모여있는 반에 가서 외쳤다.
“선생님 시후 가요~”
정규과정 시간에는 부담임 역할, 종일반 시간에는 담임 역할을 하는, 줄여서 ‘부종‘이라 부르는 교사가 알겠다고 대답하면 시후의 이름을 불렀다.
“시후야~ 놀던 거 정리하고 오세요”
시후의 가방을 찾던 교사는 주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시후만 가나요? 시후 오늘 태권도 가는 날이라 규민이랑 지혁이도 같이 가는 날인데”
“아, 시후 삼촌이 오셨어요. 시후 태권도 가기 전에 병원 가야 된다고 하셨어요.”
주혜의 말에 가방을 찾던 교사의 분주한 손길이 멈췄다.
“하늘반 선생님도 알고 계시죠?”
주혜도 멈칫하며 대답했다.
“아, 아뇨! 아직 말씀 못 드렸어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늘 인계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양육자에게 꼭 확인을 해요. 잘못 인계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선생님이 책임질 수 있어요?”
날카롭게 지적하는 교사의 태도에 주혜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가장 기본적인 걸 놓치다니, 아차 싶은 주혜는 곧장 교사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어요. 시후 삼촌이 등원 때도 오셔서 당연하게 생각했나 봐요”
교사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컴퓨터 옆에 있는 수화기를 들고 하늘반에 전화했다.
수화기 너머로 선화의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신 ‘네, 아하,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교사는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주혜를 지나쳐 수호에게 다가갔다.
“수호, 오늘 삼촌이 데리러 오셨다는데? 병원 간다며”
수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저 태권도 안 가요?”
교사도 시후를 따라 미소 지으며 말했다.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
교사는 시후의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가방을 메주며 주혜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꼼꼼하게 확인해 주세요.”
방금 전 시후에게 보내던 다정한 눈빛과 말투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과 날 선 말투만 남은 교사를 바라보며 주혜는 당황스러웠지만 곧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텃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