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는 곧장 아무도 없는 교구교재실에 들어갔다. 봉투 안에는 아이행복카드와 입학 원서, 등본, 교사가 자녀에 대해 알아야 할 특징들을 꼼꼼하게 적은 생활기초조사서, 응급처치동의서, 등하원서약서와 보호자 동의서, 개인정보활용동의서, 방과후과정 신청서 등 다양한 서류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중 주혜의 시선을 끈 것은 생활기초조사서였다. 생활기초조사서는 자녀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부터 싫어하는 음식, 어린이집 경험 유무에 따른 적응력,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 마지막으로 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까지 세세하게 적는 서류인데, 주혜가 가장 꼼꼼하게 읽고 정확하게 기억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등하원 때 차량 탑승 여부를 확인하고 차량표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었고, 방과후반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1코스를 태울지 2코스를 태울지 달라지기에 복합적으로 생각해야했다.
지끈- 주혜는 잠시 관자놀이에서 ‘괜찮니?’라고 묻는 듯환 찌릿함을 느꼈지만, 단전에서 올라오는‘내가 실수하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부담감이 훅 가슴을 쳤지만, 가장 중요한 아이행복카드부터 손에 잡기 시작했다. 아이행복카드에 유아의 네임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것도 있었지만, 없는 카드에는 테이프 위에 네임펜으로 이름을 붙여가며 정리했다.
정신없이 분류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하원 시간이었다. 쉴새없이 울리는 도어벨 소리와 집에 갈 생각에 들뜬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복도를 메웠다. 현관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신발을 신을 때까지 기다리는 선생님과 “OO이 가요~”라고 다음 하원 유아를 부르는 선생님으로 북적였다. 그렇게 한바탕 하원 지도가 끝났을 때 주혜는 도서관에서 분류한 서류를 한 곳에 모아둔 후 교무실로 향할 때였다.
‘띵동’ 울리는 종소리에 현관으로 눈을 돌린 주혜는 문 너머에 서 있는 시후 삼촌과 눈이 마주쳤다. 시후 삼촌은 으레 가벼운 목례를 하며 입모양으로 크게 ‘시, 후’ 라고 얘기했다. 고요 속의 외침 같은 그의 모습에 주혜는 살짝 웃음이 났지만 이내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시후 데리러 오셨죠?”
시후 삼촌은 주혜를 바라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혜는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도보로 하원하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반으로 향했다. 그러다 불현듯 오늘 시후는 태권도 사범님이 데리러 온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