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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16. 2024

D-13 하루에 쉴 수 있는 시간이 단 1시간이라면?

강한 사람이 되려는, 나의 스물 여섯 이야기




  챌린지를 시작한 지 18일즈음 되었다. 작든 크든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나씩 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하고, 마음이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나의 의도가 담긴 D-13이다. 하루에 하나씩 새로움을 부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평소에 내가 아침밥을 안 먹었다면, "오늘은 아침식사 하기를 도전했습니다!"에 따른 나름의 의도와 의미를 가지는 것도 스스로에게 굉장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신 건강을 위해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나가자는 결심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사실 이 도전은 하지 않았지만, 해야겠다 싶군... 아침식사가 건강에 좋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시작한 습관들만 해도 넘쳐나고 있다. 독서, 전시회(=혼자 잘 돌아다니기), 운동_산책, 오래달리기, 영어공부, 매일 글 쓰기 등... 성실하게 하여 이 좋은 습관들을 내 것으로 만드리라. 현재 매일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은 '혼자 잘 돌아다니기' '매일 글 쓰기' '매일 독서' '매일 나_사유하는 시간' '매일 하나씩 새로운 도전'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3~5번으로 지켜지고 있는 것은 '연기연습' '운동' '영어공부'가 되겠다. 이번 30일의 날들이 소멸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내 인생에서 지속되는 START가 되면 좋겠다. 할 수 있지, 윤방?


  내가 D-30때부터 강하게 결심했다고 해서, 그 의지가 매일 불타오르는 것은 아니다. 도전의 의지라는 게 참 간사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의 의지를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엄마 아빠, 강아지를 키우게 해준다면, 제가 똥오줌을 모두 치우겠습니다! 산책도 매일 제가 시킬거예요!" 아무리 포부 강하고 굳세게 말해도, 어린 아이의 이러한 대사는 많은 부모님께서 의심하기 마련이다.

  26살이 되어도 비슷하다. 아직 사회의 수많은 경험을 겪지 못한 사회초년생인 나는 굳건하게 무언가를 다짐하여도 쉽게 흘러가지 못하곤 한다. 초심도 중요하고 중심도 중요하고 뒷심까지 탈탈 털어서 나의 의지와 성실함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만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시작을 불태워 빠르게 목표에 다가가고,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텨 해내는 사람. 시작은 가볍게 출발하여, 차근차근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도달하고야 마는 사람. 걷다가 잠시 예쁜 하늘을 구경하며 쉬어도 좋을 것이다. 목표가 다시 떠오르면, 기회가 다시 보인다면, 그걸 향해 '다시' 나아가면 되니깐.


  그럭저럭 오늘까지 도전들을 하는 요즘의 나는 잘 밟아가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하룻밤을 보낸 적도 있었고, 너무 귀찮아서 억지로 밖을 나간 날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내 몸뚱이를 일으켜보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만족스런 나의 모습들을 마주했다. 그리고 D-13인 오늘은 잠깐이나마 새로운 감정을 맛봤다.



D-13 윤방이 Youtube 채널

  오전~오후 6시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팅모델(당시 합격된 이야기_연재_D-18)의 첫 출근 날이었다. 일하게 된 곳이 서울에서 꽤나 높은 건물에서 하게 되어, 면접 때처럼 심장 졸이며 출근했다. 난 왜 이리 겁이 많을까. 일할 때도 잠깐 긴장했지만, 씩씩하게 잘 해내었다. 나는 E와 I가 반반 비율이던데, 아니다, 난 I인 듯 싶다. 오늘은 몹시 바쁜 날이었다. 모델일이 끝나고 19시부터는 홈페이지 관리하는 다른 업무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은 23시-24시 사이에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게 오늘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인 것이다!


  D-챌린지를 하는 기간이 아니었으면, 하루종일 바쁨에 휘둘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전에 한-두번, 점심 먹다가 한번, 퇴근 전에 한-두번 씩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오늘 나에게 무엇을 부여하지? 딱 한시간쯤 될텐데.'

  한시간이라는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휴대폰 보는 시간으로 보낼 뻔 했지만, 난 오늘의 낭만을 지켜낼 수 있었다. 퇴근하고 업무 장소를 옮기는 사이, 버스정류장에 걸어가던 그때까지도 고민했는데, 퇴근길 햇빛이 나를 부르는 게 아닌가? 봄을 속삭이는 듯 했다.

오후 6시, 퇴근하고 찍은 햇빛.


  따사로운 날씨를 보니 영감이 떠올랐다. 나의 오늘 한시간을 채워줄 낭만에 대한 영감.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 것'이다. 단 한시간의 휴식 시간을 자전거로 보내면 행복할 것만 같았다.

오후 6시-7시, 퇴근 길.



  행복했다. 바람이 흩날릴 때마다 나의 스트레스는 날라가고, 앞으로 닥칠 도전들과 기쁨들이 내 얼굴을 살랑살랑 건드리는 기분이었다. 평소 그리 즉흥적이진 못하던 스스로의 즉흥 자전거 퇴근길에 기특했다. 오늘 일정은 바빴지만, 나를 전혀 바쁘게 하지 않은, 나를 전혀 조급하게 하지 않던 시간이었다. 나는 나를 기쁘게 하는 방법들을 차차 알게 되는 것 같다.



  초승달의 미소가 나와 닮았을까. 당신의 기쁨도 저 초승달의 미소처럼 크고 아름다울 것이다. 나도 당신도 더 자주 기쁠 일이 생기면 좋겠다.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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