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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15. 2024

D-14 다시 웃을 수 있는 기회

강해지려는, 나의 스물 여섯 이야기


  D-14, 아침에 눈을 떴다. 지금은 상세히 말하지 못하는, 내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 죽어가던 나의 결핍에 다시금 희망이 크게 생겨날  있던, 내게 은혜를 베푸신 어른이   생겼다. 화사해진  주변은 기쁘면서 울컥하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불을 정리하며 입밖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진짜 신이 있는 걸까?'

  한달 전인가, 집에서 혼자 펑펑 울음이 터져 끅끅대며 원망하던 시간이 있었다. 신께서 혹시 듣고 계신다면 날 좀 도와달라고 드라마에서만 나올 법한 짓을 실제로 소리내어 외쳤다. 나도 왜 그랬는 지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계세요?" "있으면 좋겠는데, 제 얘기 좀 들어봐요.."


  그리고 한달이 지났다. 그날만 신을 불렀지, 그 이후로는 일상을 살고, 30일 챌린지를 하고, 이렇게 매일 글을 쓰고, 달리고, 도전하며 지내게 되었다. 오늘 아침 내가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신앙심이 생긴 건 아니지만 만약 있다면 신께서 기회를 주셨으니 앞으로는 내게 달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D-14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 오늘의 도전은 '시'다. 6년 전부터 나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배우지는 않았지만, 내 시를 아주 사랑하는 것만큼은 지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시쓰기는 놀이랄까. 놀이 비슷한 나의 안식처. 안식처에도 쓰레기통은 있듯이, 나의 어둔 모습들도 많이 묻어났다. 시는 곧 나이기에.


    가벼운 기회

                           윤방

둥실둥실 영롱한 거품들은

내 주변을 맴돌며 떠다녀요


가벼운 거품을 잡고서

덕지덕지 비벼야해요


기회는 경험이 될 것이고

나에겐 향기로 남을테니


  연재된 글들에서 자주 언급했지만, 나는 몇개월간 마음이 바닥까지 파국으로 떨어졌었다. 음식물쓰레기를 허겁지겁 먹은 적이 있었으며(D-28연재글) 방구석에 숨어가며 불안한 날들을 보냈다. 방안에서 혼자 펑펑 울기 일쑤였다. (눈물은 실제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하는데, 그 효능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숨었다. 웅크리는 게 편안한건 줄 알았다. 아무에게도 나의 외로움과 어둠을 보여주기 싫었었다. 숨막혔다. 안그래도 좁아 터진 원룸이 답답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신께 울부짖으며 기도했던 그 다음날부터 갑자기 스스로의 행동이 돌변한 건 아니다. 서서히 하나씩 달라졌다.


  우선 한심하게 여겨지던 내게 욕을 했다. 왜 이러고 있는 지 따져물었다. 그러더니 나의 상황들이 이해가 되더라. 한심함 보다는 가여워지게 되었다. 그럼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조심스레 물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주 큰 것까지 줄줄 대답하게 된다. 그 다음은 겁이 났다. 원하는 것을 잔뜩 하며 살 수 있을런지 현실 세상이 두려웠다. 겁 먹은 스스로가 신기했다. 성인이 되고 용기가 많이 생겼었는데, 그래서 내가 혐오하던 나의 소심한 성격을 벗어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약한 존재의 내가 신기했다. 반가웠다. 나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느끼니, 그게 밉지 않았다. 그래, 원래 난 이런 사람이었지? 그러더니 희망이 생겼다. 과거의 내가 스스로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이 싫어서 1년, 2년... 노력하며 극복하고 도전했던 그 열정들이 떠올랐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말도 못하는 내가 연극을 하고, 왕따 당할 때 생겼던 노래방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친구들과 두루두루 사귀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학교에 소극적이던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선 아주 열정적으로 임했던 게 모두 떠올랐다. 그래, 나는 '나'로 인해 희망이 생겼고, 또 다시 성장하고자 일어설 수 있었다.


  위 <가벼운 기회>라는 시는 D-14를 기념하기 위해 썼다. 시를 쓰려 마음 먹고 책상에 앉을 땐 쓰여지지 않더니, 기분 좋은 아침의 기분으로 둥실둥실 손을 씻다가 영감이 번뜩였다! 우리집 핸드워시가 바닥나니깐 거품이 휙- 휙- 튀어오르며 날리는 게 아닌가? 그 거품이 요즘 내게 주어지는 '기회'들 같았다. 하나씩 하나씩 좋은 기회들이 생겨나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생긴 요즘의 나.


  조금만 더 천천히 생각해보면, 실은 기회라는 것은 내 주변을 늘 맴돌고 있다. 내가 튀어 날리는 그 작지만 반짝반짝한 거품을 잡지 않으면 손을 씻지 못하듯, 내 주변을 떠다니는 기회를 잡아야한다. 누구는 쉽게 잡고, 누구는 보지 못하고, 누구는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늘 기회라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나는 요즘처럼 조금 더 자주 웃고, 혼자서 잘 돌아다니며, 안정적인 생활을 다시금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여럿 생겼다. 앞으로도 내가 나의 거품들을 잡아서 나의 향기로 덕지덕지 묻히고 싶다. 가벼운 기회가 나의 경험이 된다면, 나에게는 그 기회의 향이 남을테니. 내게서 좋은 향이 날 수 있도록 꾸준히 기회들을 잡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나와 만난 사람들에게, 나의 연기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나의 친구와 가족들에게, 나의 은은한 향을 맡게 하여 좋은 영향력을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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