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이 되려는, 나의 스물여섯 이야기
얼마 전 내 친구가 슬며시 걱정을 꺼내더라. 직장동료의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작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며. 취미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그러나 취미가 없는 걸 깨달았을 때 충격을 받는다는 감정은 더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은은하게.. 공감되는 부분일테다.
삶을 바쁘게 사는 이에게 쉬는 날이 주어질 때, 공허함이 몰려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 사람이 인생을 잘 못 산 것은 아니다. 그저 상황이 너무 바빠, 자신을 돌볼 여지가, 자신을 살펴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간만에 찾아온 쉬는 날, 혼자서는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림은 여간 쓸쓸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나에게 취미는 시를 쓰는 것. 20살, 혼자 서울에 올라와 지내며 바로 생겼다. 시 쓰는 것은 나에게 재미였고, 위로였고, 인생을 집중하게 하는 힘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늘 취미가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에 1초의 망설임 없이 시 쓰기라 답하는 내가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취미가 시 쓰기 하나라는 것은 내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젠 없으면 아니 되는 내 시에 대해 집착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불안정할 때 시가 잘 쓰인다. 그러나 시는 나의 마음을 더 흔들어 놓기도 한다. 내가 시를 쓸 때 담은 이야기가 스스로를 처절하게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는 내게 더 이상 가볍지 못하다. 그게 싫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잡한 나'라는 아이에게는 다소 가벼운 취미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강한 마음 가지기, D-12 오늘은 미루고 미루던 <뜨개질 취미 봉인해제>하는 날이 되었다. 예전에 잠깐 선물용으로 뜨개질을 하다가 아주 잠깐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은 실로 며칠간 뜨개질을 하긴 했는데, 귀찮아서 미루었더니 두 번의 겨울이 지나버렸다. 봄에도 여름에도 뜨다 만 나의 목도리는 초라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도 세차게 무시하던 나였다.
오늘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색의 실을 가벼운 마음으로 매듭을 짓고 소소한 만족감으로 완성시키는, 뜨개질 취미를 꾸준히 가져보려 한다. 내게 좋은 취미가 되면 좋겠구나, 뜨개질이여!
Youtube_윤방이 채널_D-12 링크
https://youtube.com/shorts/nVm0Jl-9SWI?si=bBdD-7Lpt69Hl960
한 묶음 한 묶음 뜨개를 할 때 바늘에 너무 꽉 조이게 실을 묶어 버리면 다음 줄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많은 Tip영상에서 너무 세게 매듭을 조이지 말라고도 조언하신다. 취미라는 것은 너무 긴장하거나 욕심이 앞서 꽉 조이게 한 줄을 보내면 그다음 step이 뻣뻣하고 힘겨울 수 있다. 삶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너무 긴장하거나 욕심이 앞선다면 그다음 단계가 뻣뻣하고 힘겨울 수 있다는.
뜨개질을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다시 하게 된 오늘처럼, 꽉 조이지 말자는 결심을 깜빡 잊곤 한다. 그렇게 다음 줄의 매듭에서 힘겨움을 겪게 되면 경험했던 지난 팁이 그때서야 떠오르지. 그러나 오랜만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때는 그 어려움에서 금방 깨달을 수 있을 테니, 26살의 나에게 이렇게 응원하련다. ‘다시 시작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취미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나도, 나의 취미인 시에 찬양할 만큼 진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때로는 가벼운 취미들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 뜨개질을 하며 또 하나 깨달은 것이 하나 더 있다.
가끔 반복적으로 가볍게 뜨개질을 하다 보면, 어머나 세상에, 실이 하나 툭 튀어나와 있을 때가 있다. 이전의 줄에서 매듭을 잘 못 뜬 것이다! 그럴 땐 선택의 길이 두 가지가 생긴다.
<그냥 계속 하자>VS<한 줄인데 뭐, 풀고 다시 하자> 내게 뜨개질 취미는 아주 가볍고, 지금 뜨고 있는 건 선물하는 것도 아니기에 풀고 다시 할 마음이 없더라. 나답지 않게(?) 쿨하게 그냥 계속했다. 살짝 티 나지 않게 꼼수를 쓰고 넘겨버린 것이다. 그럼 두줄 세줄 뜨고 보면 티도 잘 나지 않는다며 대충이다. 그 부분을 볼 때마다 그저 넘겨버린 나의 쿨한 모습이 떠올라 어이가 없어 흐뭇하기도 하다.
불성실해 보이는가? 그렇지만 나는 만족한다. 가벼운 취미에 대한 적당한 나의 의지와 집착하지 않는 나의 태도가 편안하게 뜨개질을 즐길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하든 긴장감을 꽤나 가지는 유형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속에 가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힘을 살짝 풀어주는 취미를 간직하고 있다는 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뜨개질은 종종 손에 달면서 가볍게 취미 삼을 거다. 내 목표는 '취미 부자'가 되는 것, 늙어서도 혼자 히히덕대며 취미를 즐기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달까! 하지만 취미도 성실해야 삼을 수 있잖아? 윤방. 성실하게 살거지? (끄덕거리는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