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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13. 2024

D-16 미련이 없다는 것은

강한 사람이 되려는, 나의 스물여섯 이야기



사랑 그 다음, 빈 공간

                                     윤방


우리의 소설책에 쓰여지던

어여쁘게 부여했던 의미와

특별하게 나누었던 이야기


종이는 찢어졌었고

잉크는 떠났었기에

작가는 더이상 쓰지 못했다


이미 여백에선 멀어지고

이젠 공백에게 가까워진

너는 새로운 종이를 만날테고

나는 새로운 잉크를 만나겠지




  무언가를 열심히 써내려가다 갑작스레 중단되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것은 여백이라 부를 수 있겠다. 더 쓰여질지도 모를 미련과 쓰여지지 않는 슬픔이 더해져, 나를 온통 공허하게 만드는 여백.

  그러한 여백도 사랑의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어쩌면 '여백의 미'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여백의 미라는 표현은 하지만 공백의 미라는 표현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공백(2번 뜻)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는 여백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니깐.




  나는 요즘 강해지기 위해서 현재의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의 부족하고 주저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더라. 못난 모습을 감추고 싶은 게 보통의 사람들에게 본능적인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못난 모습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꾸 인식하고 있다. 매일 적어도 하나씩은 나의 약한 모습을 보게 된다. 못난 모습을 마주했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었다면, 최근에 나의 고개는 돌리지 않으려 꼿꼿하게 노력하니깐.


  그럼 내게는 정산할 시간이 찾아온다. 바로 과거에 대한 미련이다. 이 과정이 찾아왔을 때는 한 순간 한 순간이 고달플 정도로 어렵더라. 과거에 대한 미련을 파악하는 일은 나의 머릿속에게 재판을 내리는 것과 비슷했다.

  "정말  사람에게 미련이 없습니까?"

 "당신은 진정으로 결백합니까?"

 "기억이 왜곡된 것은 아닙니까?"     

 "최선을 다했습니까?"

 "아무렇지 않았던 건가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왔던 건가요?"




  오늘 연재의 시작은 사랑에 관한 시가 되었지만, 연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와 상황들에 대한 미련을 청산하는 도 마찬가지다.

  오랜 심판 끝에 겨우  마친  알았던 사건은 다시 시간이 흐르고 정보가 불분명한 채로 내게 몇번이고 찾아올  모른다. 그럼  사건은 이제 미제사건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에 시간이 오래 지나버렸고, 정보는 무수히 왜곡되었기에 나의 정신을 '무의식' 혹은 '본능'이라는 단어로 어지럽히는 미제사건.


  그래서 살아가면서 각자만의 사건이 길 때,  커지기 전에, 심각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전에, 살펴보는  좋다.  사건을  해결해서 누군가를 체포하는 것이 필수가 아니다.

  그저 내가  인생을 담당하는 형사나 재판관이나 프로파일러 등이 되어 제대로 들여다 봐주자는 것이다. 작가 본인에게 말한 것이다. (노력중)


1 쓰다 말아 생긴 여백, 그 페이지에 머물다보면 미련을 겪는다.

2 다시 써내려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기대하게 되면 미련은 더욱 짙어진다.

3 새로운 소재가 생겨 페이지를 당장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글을 쓴다고 이전 페이지에 대한 미련이 모두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4 내가 왜 쓰다 말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따져보고 시간이 지나 그것을 우연히 펼쳐도 여전히 선명하게 쓰지 않은 이유를 기억한다면 서서히 미련은 반비례할 것이다.

5 아주 오래 지났을 때는 이유조차 명확히 생각나지 않아도 된다. 쓰지 않은 이유를 수없이 되새겼던 노력들이 나의 감각을 무뎌지게 했을 것이다.


1 사랑하다 그만두어 생겨난 여백, 그 사랑을 떠올리다보면 미련을 겪는다.

2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기대하게 되면 미련은 더욱 짙어진다.

3 잊어버리려는 의지에 단순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고해서 이전 사랑에 대한 미련이 모두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4 내가 왜 그 사랑을 그만두었는 지에 대한 이유를 따져보고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나도 여전히 선명하게 그만둔 이유를 기억한다면 서서히 미련은 반비례할 것이다.

5 아주 오래 지났을 때는 이유조차 명확히 생각나지 않아도 된다. 그만둔 이유를 수없이 되새겼던 노력들이 나의 감각을 무뎌지게 했을 것이다.


1 친밀하던 우정이 그만두어 생겨난 여백, 그 우정을 떠올리다보면 미련을 겪는다.

2 다시 친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기대하게 되면 미련은 더욱 짙어진다.

3 잊어버리려는 의지에 단순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고해서 이전 우정에 대한 미련이 모두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4 내가 왜 그 우정을 그만두었는 지에 대한 이유를 따져보고 시간이 지나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나도 여전히 선명하게 그만둔 이유를 기억한다면 서서히 미련은 반비례할 것이다.

5 아주 오래 지났을 때는 이유조차 명확히 생각나지 않아도 된다. 그만둔 이유를 수없이 되새겼던 노력들이 나의 감각을 무뎌지게 했을 것이다.


  미련을 없애는 행위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과거에 얽매여 정신을 시끄럽게 괴롭히는 것에 맞서는 나는, "미련을 없애다"가 아닌 "미련을 무뎌지게 하다"로 바꿔주었다.

  <반드시> <기필코> <절대> <꼭> <무조건> 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단어들로 나를 또 다시 괴롭히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D-16, 여전히 나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력 중이기에 아직 약하다고 말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이 노력은, 나를 채찍으로 치면서 구워 삶아 스파르타식의 완벽추구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그래 나는, 나와 대화하고 있다.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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