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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26. 2024

D-3 천원의 행복

강한 사람이 되려는, 나의 스물여섯 이야기



Youtube 윤방이 채널_D-3 영상 링크


  D-3 오늘은 동묘를 갔다. 계절은 수줍지만 따스한 봄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더라. 그걸 눈치 챈 사람들은 날이 좋으니 이곳저곳 가득 장소를 메우고 있다. (동묘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가 쏙 빠질 뻔 했다는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다시 해석해보았다.) 


  작년에 내가 옷을 구매한 횟수가 2번? 3번은 될까. 확실히 대학교 졸업을 하고나니,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일지라도 사는 게 빠듯해서 쇼핑을 덜 하게 되더라. 실은 그렇기 때문에 동묘로 갔다. 동묘는 허름한 옷이 많긴 하지만 싼값에 옷을 살 수 있을테니, 요즘 피팅모델도 하고 있는 나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고 싶어 쇼핑을 떠나기로 했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일, 내가 되고싶은 품성, 내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취향. 나는 얼마나 나의 취향에 지지하며 살아가고 있을지에 대한 자문을 많이 하다보니 D-챌린지동안 나의 일상이 크게 뒤바뀌게 되더라. 


  좋고 싫음과 욕망은 살면서 바뀌기 쉽상일 때도 있고, 고정적일 때도 있는 유동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통할 때도 있지만 통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처럼. 그래서 요즘의 자신은 어떤 걸 추구하고 어떤 상황이 불편한 지 스스로에 대해 관심있게 살펴보는 일은 아무리 수고스럽더라도 늘 질문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너무 바빠 깜박 잊고 있을 땐 어느 날 문득 떠오를 것이다. '나 요즘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지?' '요즘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내가 D-챌린지를 시작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의 원인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옷을 입을 때 깔끔하고 단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주 독특하고 트렌드에 따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7살 많은 언니야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또래 친구들보다 더 성숙한 옷을 입으려 했던 것 같다. 아, 떠올려보니, 내가 초등학생 때 언니는 20살이었는데 그때 언니야의 옷장에 있던 호피 치마도 몰래 입었던 것 같다. 귀엽지만은 않은 올라오는 이 수치심은 무엇일까. 아무튼 나이에 맞게든 상황에 맞게든 그런 것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취향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집단의 환경에 따라 자신의 취향을 숨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옷 뿐만 아니다. 성격이며, 말투, 비속어의 유무 등. 보여지는 것에 대해 조심성을 품는 사람들. 그게 나다. 나는 꽤나 보여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곤 하는 아이였다. 아주 어렸을 때는 덜했는데, 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 점차 내가 나의 취향을 가로막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난 옷이나 그림을 볼 때 화려한 쪽을 더 좋아하더라. 다채로운 색감이 나를 끌리게 한다. 그러나 괜히 쑥스러워서 대부분 단조로움을 선택했다. 브런치 D-챌린지 글들이 연재될 때 main이미지로 사용하던 꽃무늬원피스가 내 유일한 취향에 맞는 옷이다. 강렬하고 다채로운 옷. 결국 스냅사진을 찍는 특별한 날에만 입긴 했지만. 

  그리고 난 잔잔하고 평화로운 라이프스타일도 추구하지만 열정과 패기 넘치는 적극적인 스타일도 추구한다. 하지만 괜히 부러워서였을까, 때때로 남들이 좋다는 목표가 내 생각인 것처럼 굴다가 벅찼던 적도 종종 있었다. 


  이렇듯 괜히 쑥스럽거나 민망해서 내가 좋은 것을 외면하기도 하고, 괜히 타인이 좋다는 것이 본인이 욕망하는 것인 줄 착각해서 아쉬운 선택의 방향을 걷게 될 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좋은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꽤나 답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고, 어떠한 색안경에 휩쌓여 대답에 오점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수많은 경우의 수에 잘 대응하는 법은 이러나 저러나 살면서 끊임없는 스스로와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원래 대화란 그렇지 않은가. 잘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도, 무언가 삐그덕대고 있지만 좋은 타협을 위해 노력하기도, 어느 날은 통쾌하고 상쾌하게 잘 소통되기도 하는 것.


  그래서 요즘 나의 취향에 대해 가득 생각하는 오늘, 내가 진정 바라는 옷들을 가지기 위해 동묘를 간 것이다. 신났다. 천원으로 너무 알록달록 예쁜 니트도 샀다. 내 눈에 띄는 옷들은 정말 죄다 단조롭지만은 않은 것이더라. 



  앞으로 내 취향이 어떻게 변화하든 그것을 경계하지 않을 것이다. 난 나만의 확고한 패션스타일, 나만의 완고한 신념, 나만의 확실한 취향 등을 원하는 게 아니다. 고정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정과 불안정을 반복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완벽한 상태라는 말은 내게 불확실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면의 자아에게 무심하게 대하는 '나'를 경계할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과 부족한 것, 추구하는 색감, 지향하는 예의와 도덕, 목표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미운 사람, 두려운 상황, 행복하게 하는 순간, 취미, 취향 등을 계속해서 인식하려는 사람이 되련다. 나는 나부터 잘 돌보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렇게 스스로를 잘 돌보는데에 능해지면, 나만의 향기를 뿜어내는 여유라고 불리는 공간이 생길 것이다. 나의 여유의 향을 타인에게 은은하게 전해주고 싶다. 좋은 영향을 주는, 따스한 기운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싶다.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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