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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25. 2024

D-4 돈까스 먹다가 시 쓰는 人

강한 사람이 되려는, 나의 스물여섯 이야기


  

  요즘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잘' 살기 위해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유튜브 말고도 피팅모델, (아직 한 번밖에 못했지만)spoon방송, 홈페이지 관리 업무(재택), 알바, (뽑히면 좋을텐데)오디션. 피팅모델도 거의 알바와 비슷한 격이지만 알바를 두 개 이상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청춘이랄까! 아직 팔팔한 체력 덕분에 할만한데, 앞으로 내 능력 수치가 한층 더 성장하여 일에 있어서 날아다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작년에 11개월 동안 일했던 돈까스 가게(선정릉역'하랑')에 대타를 며칠간 해주고 있다. 우리 친언니의 10년 지기 친구가 사장님이라 친분이 약간 있는 오빠다. 그래서 오늘의 도전을 보통의 상황보다 덜 쑥스럽게 진행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오늘의 도전은,

"사장님, 이거 제가 쓴 시, 혹시 내일 가게에 붙여도 되나요?" (총 10장)



  실제로 나는 이 가게의 돈까스가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 사 먹지 않는다. 이곳의 돈까스 맛에 완전히 중독되었달까! 3일 연속으로 이 집 돈까스로 식사시간을 가져도, 전혀 물리지 않는다. (아, 홍보하고 싶진 않다. 알바생 입장으로 이미 점심시간대에 웨이팅이 많은 곳이기에. 사장님 죄송하지만, 더 이상 유명해지면 알바생들이 곤란해요.) 

  우리 사장님은 나보고 대스타가 될 것이라고 칭찬해 준다. 주변인들 중에 내가 제일 멋있다고 치켜세워준다. 이런 따뜻한 사람에게 어찌 따뜻한 시 한 편 안 나오겠는가. 슥- 슥- 슥-



모성애, 사랑

                         윤방


세상에 부딪히고

온몸이 부서져도

당신이 배부르면

저는요 괜찮아요


세월에게 튀겨진 갑옷으로

바삭하게 지켜주고 싶어요

미안해 하진 말아요

당연한 걸요 내게는



  사장님은 내가 굶고 다닐까 봐 자주 반찬들을 싸주신다. 그래서 서울엄마라고 종종 부른다. 그래서였을까? 오랜만에 돈까스를 먹는데 모성애라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가. 

  모성애뿐만 아니라 '사랑' 그 자체가 어쩌면 이 돈까스와 닮아있어 쓴 시다. 부제목으로 <돈까스가 하는 말>이 좋겠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모성애나 사랑이 담긴 돈까스를 우리가 씹어먹는 일이 잔인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연에 그 죄책감을 덜어주는 돈까스의 말을 추가한 것 같다. 

  아이고, 더 이상의 해석은 하지 않겠다. 읽는 이의 마음에서 완결되길 바라며. 



Youtube 채널 : 윤방



  시는 내 인생의 중심이다. 시가 없으면 내 인생의 대부분은 심심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시에 대해 넘쳐나는 사랑을 누군가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나는 이미 시를 생각하고 쓰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게 충분하니, 누군가가 나의 시에 우연히 닿아 마음에 잔잔한 윤슬 같은 여운이 남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에겐 아주 큰 꿈이 있다. 치밀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작품을 쓰는 시인 혹은 작가 활동을 하는,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품성을 지닌. 그 모든 걸 조합하여 결론 내었을 때, 예술적인 삶을 사는 진짜 예술가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결론은 누가 내어주게 될까. 나? 친구들? 가족? 구독자? 언론? 

  목표의 주어를 선택하는 게 너무도 어렵고, 장단점이 나뉘고, 모순적인 부분이 많다. 당신이라면 어떤 주어를 선택할 것인가?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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