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방이 Mar 28. 2024

D-1 미워하다 바로 사랑할 수 없듯이, ‘나’ 또한

강한 사람이 되려는, 나의 스물여섯 이야기


  비가 내려서 슬픈 날이 있고, 비가 내려도 기쁜 날이 있다. 스스로에게 그날마다의 원인을 ‘집요하게’ 물어보면 답을 내릴 수 있다. 그 답이 왜곡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날 비가 내려 슬플 때, 나의 원인은 기쁠 일이 딱히 없던 날일 수 있다. 기뻐할 일이 없는데 그 와중에 날씨가 예뻐 보이지도 않아서 괜히 빗방울들에게 탓하는 것이다.

  비가 내려도 기쁜 다른 어떤 날에는, 나에게 비추는 태양의 빛이 없을 지라도 그저 내가 밝은 순간이 되겠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비가 내려도 내 마음까지 빗방울이 튀기진 않더라.


  다행스럽고 기특하게도, 나의 D-챌린지 결말은 해피엔딩이 되었다. 솔직한 성장 일기를 연재하기로 다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글 뒤편에 숨기지 말자며 되뇌이곤 했다.

  하루 하루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나가고, 작은 것부터 넓은 범위까지 깊게 고민하고 글을 썼다. 그런 하루들이 쌓이는데 긍정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더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나는 스스로를 초라하고 볼품없이 봤다. 째려봤다. 몹시도 미웠고, 사무치던 때도 자주 찾아왔다. 그런 내가 선택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관점이 아니었다. 나는 나를 째려보지 않고 응시하기로 했던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했다가 바로 사랑할 수 없 듯이 '나'도 섣부르게 사랑하려 들지 않았달까. 그래서 천천히 나의 이곳저곳을 들여다 보는 관점을 택했다. 


  자기 전 너무 쓸쓸할 때 왜 쓸쓸한 지 진정으로 궁금해하니, 스스로가 솔직 담백하게 술술 대답하더라. 아주 조잔해 보이는 이유도 '그래, 그랬지.'라며 덤덤하게 수긍했다. 나를 알아주는 것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그것조차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지 못해서 힘들었을테니.



  D-챌린지가 끝나는 날과 동시에 <국립극단> 1 합격 소식을 전해들었다. 아주  선물이라도 주는 것처럼 나는 잔뜩 기쁨을 만끽했다. 생각해보면 이번 한달동안 겁많은 내가 작은 도전들을 해나가며  많은 선물들을 받았더라.


  D-28 나의 도전은 ‘역대 절친들에게 손편지를 쓰고 우편을 보내는 이었다. 10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은 벌써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더라.  기억 속에는 여전히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모습이 아른거리는데.

  그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겠다고 연락했을 때 의심없이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나도 그들도 잠시나마 따듯하게 했다. 그리고 편지를 받은 한 친구는 8분짜리 영상을 찍어서 고마움의 표현을 귀엽게 보내기도 하더라.

  그 날 나는 희미해져가는 인연을 다시 상기시켜, 친구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선물받았다.


  D-26에 나의 도전은 ‘피팅 모델 지원’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소심함과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나의 약점 중 하나였다. 그것을 약점이라고 표현하며 나를 깎아내리는 행동의 원인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고, 사랑받고 예쁨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였다고 정리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약점에 집중하지 않고, 욕구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가  관리한 체형과 표정으로 무대에 오르거나 사진을 찍는  등이었다. 내면 뿐만 아니라 외면에 대한 표현 욕구도 아주 높은  솔직한 나의 바램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해보고싶었던 피팅모델에 도전했고, 촬영 업무는 아니지만 잠실 롯데타워에 위치한 브랜드와 연락이 닿아 피팅 모델 업무를 맡게 되었다.

  평소  해오던 알바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일이여서 신기한 경험 중이고, 감사히 사명감을 가지고 현재 모델일을 고 있다.  또한  선물이다.


  그리고 D-21 유투브에 연기 영상을 올리면서 앞으로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도 공개적으로 보여드리겠다며 도전한 날이 있다.  당시 동시에 <국립극단> 지원하게 되었고, 챌린지가 끝나는  합격을 선물받았다. 아직 최종오디션이라는  관문이 남은 내가 현재 무슨 생각 중인지 알면 누구는 대단하게 여기고 누구는 콧방귀를  지도 모른다.

   합격하기만을 상상하고 있더라. ‘합격하고 이렇게 저렇게 지내야지.’그러다 떠올린다. ‘  되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지?’ 그러면 망설임 없이 생각한다. ‘ 그건  되고 생각하자!’




  자, 이제 많은 선물들을 받았다. 이 선물은 특별하고 특수하다. 생일선물이 아니기에, 받았다고 해서 바로 지금 내 것이 되는 선물들이 아니다. 이 선물의 다른 이름은 ‘기회’라고 불릴 것이다.

  나의 한달 도전의 결과물은 소중한 기회들일테다. 앞으로 꾸준히  나아질 기회. 작은 것도 섬세하게 다룰  아는 삶을 살아갈 기회. 혼자 고독을 느끼더라도 동굴 깊이 숨지 않고 스스로를 마주할  있다는 경험을 내세울 기회. 배우라는 꿈을 향해 한발짝 나아갈  있는 기회. 콤플렉스라고 여기던 것을 26살의 내가 정면돌파할 기회.


  그리고  자주 행복감을 느끼고, 부지런히 삶을 능동적으로  기회 또한 얻었구나. 해피엔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깐 말이다! 태어남과 삶을 감사하게 여기는 오늘 D-1 나의 마지막 도전은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사한 순간들만 모아서 쓰니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From. 윤방이





이전 28화 D-2 아픈 날, 나 혼자일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