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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Aug 06. 2020

단순 업무에서 의미 찾기

일이 단순하다고 나까지 단순해질 수는 없다!

  인사 업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반복적 수작업이 많다. 데이터 관리, 대량 이메일 발송, 작은 문서 양식 맞추기까지 반복적인 일을 실수 없이 해내야 할 때가 많고 그런 일을 할 때마다 열심히 한다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싶다. 내가 발산적으로 사고하고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내가 맡은 일은 그보다 꼼꼼히, 실수 없이 정해진 일을 수행해야 한다. 물론 판매처럼 실적 압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편해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잘하는 것보다 실수 없이 하는 게 더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나의 KPI는 실수 없는 것 아닐까 싶을 때도 있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일하는 게 참 끝없는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AI가 이 일들을 대체하면, 내가 배운건 어디에 어떻게 쓸 수 있지 싶은 미래의 걱정까지 든다. 어떤 일이든 배우는 게 있을 거라 마음먹은 순간에도 불현듯 다가오는 현타는 어쩔 수가 없다. 진짜 어떡하지...


 그래도 아주 다행히 이 고민들을 듣고, 생각을 전환시켜 준 세 분의 영감님이 있었고 덕분에 나의 하루가 좀 더 의미 있어져 그 주옥같은 말씀을 적어보려 한다. 한 영감님은 농담으로 시작했다.

"그럼 여기 있으면 안 되겠네요. 빨리 AI에 대체 안되게 기술 공부하세요." 가진 기술도 없고 눈앞에 닥친 게 너무 많아서 뭘 할 마음도 안 생긴다는 하소연을 하니 진짜 하시고 싶었던 말씀을 이렇게 덧붙이셨다. "어릴 때 엄청 열심히 컴퓨터 검색 자격증을 땄어요. 근데 네이버가 나오면서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자격증이 된 거예요. 그래서 아무 의미가 없이 느껴졌는데 보니 그런 것만도 아니더라고요. 결론적으로 그 기술 자체는 필요 없어졌지만 검색의 원리를 아니깐 뒤에 나온 걸 쉽게 배울 수 있고 빠르게 응용할 수 있더라고요. 지금은 수작업으로 하는 일들, 엑셀 함수 하나도 모두 시스템화할 수 있지만 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나 그 안에 어떤 원리가 있는지는 봐 둘 필요가 있더라고요." 나중엔 시스템화 될지 몰라도 그 데이터를 손으로 다뤄본 것과 아닌 것은 아주 다르다는 말씀이셨다. 영상 하나를 만들어도 곧 앱이 점점 더 쉬운 틀을 제공하겠지만, 그 이전에 지금의 원리를 배워보고 발전 상황을 지켜보면 그 앱이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지 더 빨리 알아 응용할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두 번째 영감님은 또 새로운 시각을 주셨다. 단순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할지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동화하는 매크로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셨다고 했다. 왜 우리 회사는 이것도 시스템이 없지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기보다, 본인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시며, "회사에서 이건 왜 하지 싶은 일이 있다면 해답을 스스로 찾고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게 좋아요. 기술적인 문제이든 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이든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누군가 찾을 때 답을 해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죠. 그리고 아마 그 과정에서 스스로 제일 많이 배울 거구요."

 세 번째 영감님은 또 다른 좋은 해결책을 주셨다. "분명 의미 있는 일, 의미 없는 일이 있을 거고 의미 없는 일만 반복되면 지칠 수밖에 없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래도 의미 있는 일과 아닌 일을 분류해보세요. 그 의미 없는 일을 빨리 쳐내버리고 의미 있는 일로 스스로 자산을 만들어보세요. 하루에 딱 하나라도 모이고 모이면 스스로 해낸 게 많을 것이고 주위에서도 인정할 거예요."


  세분의 말씀 모두 나에게 큰 의미가 되었던 이유는, 내가 이제까지 가졌던 생각들이 비판보다는 불만에 가까웠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고쳐야 할 점을 생각하고 그것에서 배울 수도 있었고, 분명 의미 없는 일만 있는 게 아닌데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니 하나라도 의미 없으면 일 자체가 재미없이 느껴졌다. 도둑질에서도 배운다고, 생각만 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볼 수 있다면 정말 어디서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럼에도 의미를 찾지 못하면, 조직을 떠나야 하는 게 맞을 것 같지만 그 이전에 나의 정신건강과 조직 모두를 위해 마음을 한번 고쳐보는 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해보며 다시 한번 나만의 긍정성을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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