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라다이스 Jul 03. 2021

선임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회사 내 감시자들에 맞선 어느 선임의 성공기

그 선임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혼자 일하는 걸 해 보고 싶어요.”


앞으로 돈을 번다면 자기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로 돈벌이를 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앞선 회사에서 사람에 데이고, 관계에 상처 받고,  황당한데 부당하기까지 한 일을 한 두 개 겪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퇴사 이튿날 차, 김선경(가명) 선임은 복싱 크로스핏 운동으로 스러진 신체를 다시 세우기 시작하고, 그 날치 운동이 끝난 날 나와 통화를 하였다. 


그녀가 당한 부당함이 어느 정도였냐면, 


“선경 씨,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야? 내가 이야기한 일은 다 했어?”

“선경 씨, 선경 씨 자리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자주 찾아와? 내가 이야기한 일은 다 했어?”

“선경 씨, 메신저를 누구랑 그렇게 많이 하는 거야? 내가 이야기한 일은 다 했어?”


단박에 듣더 라도 그녀는 업무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요즘 세상에 상사의 이러한 행위가 노동법 위반이란 사실을 모르는 회사가 있구나, 싶어서 더 놀란 차였다. 

나는 그들이 여길 ‘아랫사람’ 이란 상하 직급에 반기를 들며, 같은 회사 동료를 시시때때로 감시하는 자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법에 무지한 감시자’라고 명명하고 싶다. 


선경 씨의 퇴사 날. 

마지막을 장식한 ‘무지한 감시자’들이 행태는 가히 압권이라 할 만했다.


“선경 씨, 이 회사가 1년 되면 연봉 협상하는 거 알지? 대표님한테 내가 선경 씨 얘기 잘했 는데, 

인상이 안 된다네? 선경 씨가 가서 대표님한테 잘하겠다고 다시 말 좀 해봐”


‘무지한 감시자’들의 요지는, 상사인 내가 당신의 연봉 인상을 대표에게 잘 이야기했으나, 

안 해준다 하니, 당신이 가서 졸라봐,였다. 


정말 터무니가 너무 없는 말이라. 

나의 연봉 인상을 졸라서 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 법에 있던가. 


근로 만기 1년 후 연봉 협상이란 개념은

그동안 일해 온 내 성과를 재평가받고 그에 맞는 보수를 정해 개인과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다. 


마음에 들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없는 일로 만들어도 무방한, 인정으로 이루어지는 흥정의 개념이 아니다. 


그들의 이상한 논리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우리의 선경 선임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제가 그만두겠다고 결심을 먹으니까, 여태까지 못 받은 야근 수당과 쉬는 날에도 일한  연차 수당을 챙겨 나오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선경은 감시자들에게 또 이야기했다.

“있죠, 지금까지 야근한 수당과 연차 수당을 받아야겠어요. 이건 대표님이나 이사님께 제가 말하면 되는 건가요?”


그러자, 감시자들은 이랬다.

“선경 씨, 몰랐어? 우리 회사 ‘계약서 상 그런 건 없어’. 말해도 못 받을 걸?”


선경은 자신 있게 맞받아쳤다.

“여기 회사 계약서상엔 그 문구가 없더라도, 상위 법인 근로 노동법엔 연차 및 야근 수당이 있다는 사실, 모르셨어요? 이거 노동청에 신고하면 불법인 건 알고 얘기하시는 거죠?”


그러자, 감시자들은, 

“아….. 그..래...요?”


다음 날, 

선경의 계좌로 연차와 야근 수당이 바로 지급됐다. 

“군말 없이 넣어 줬어요. 회사는 알고 있었던 거죠. 만에 제가 말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정말 그랬다.

계약서상 안된다던 말로 회사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충성심을 발휘하던 무지한 감시자들에게 선경 책임이 

직장 생활 꿀 팁 하나 알려준 꼴이었다. 


선경 씨는 그동안 회사에서 일하며 받은 부당한 대우로 인해 졸지에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노동법 공부를 탄탄히 하게 된 것이다. 

시작은 서글 펐지만 그 덕분에 자신이 일한 부분에 대한 정당한 근로비를 확실하게 챙겨 받을 수 있었다. 

업무 핑계로 자신을 타박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문제 삼아 감시해 온 선배 상급자에게 그 말을 하기까지 실은 얼마나 떨리고 숱한 고민을 하며 무서웠을까. 

비록, 퇴사에 가서야 받긴 했지만 경제적인 조치를 얻어냈다는 것이 그녀에겐 또 다른 자신감이 될 양분이었다. 

선경 씨, 좋은 경험만 해서 삶의 양분을 얻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법을 입에 거론하며 맞서 이긴 경험이 필시 좋은 양분이 될 거야. 


그러나 법을 상시 알고 일하는 회사원이 어디 그리 많을까. 


반면에 회사는 법을 너무도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회사란 곳 안에서 어떠한 부당함에 내가 노출될 거란 생각을 의외로 잘하지 못한다. 

원체 사람 사이에서의 부당함이란 교묘한 속성이 있다. 


눈에 띄고 쉽사리 인식될 성질이 아니라, 현재 진행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에게 원인을 찾는 것으로 남몰래 속앓이 하며 지낼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퇴사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며 정신적 스트레스의 한계를 겪고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한다. 


감시자들은 회사 내 어디 가나 있다. 

감시자들은 일거수일투족 한 사람을 옭아매는 최악의 에너지를 회사에서 어느 때고 쓴다.

선배란 이유로, 상급자란 이유로, 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이 볼 때 업무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내가 생각하기에 적어도 그들은, 누군가에게 교묘하게 파고들어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 상황을 쉽게 범한다. 


“처음엔 제가 모자라서 그렇다, 제가 부족한 게 있어서 이런저런 말을 듣는 걸 거야. 

 상급자가 말할 땐 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래서 노력을 더 했어요.”

‘제가, 제가,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선경 씨의 말이 저리다 못해 아프다. 


한 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가스 라이팅’. 

가스등이 어두컴컴하게 켜 진 방에, 아내가 들어와 방이 어둡지 않아요? 하자, 

남편은 “당신이 예민한 거야, 방이 뭐가 어둡다고 그래?” 하며,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희미하게 해 놓고 아내가 어둡다고 할 때마다 

“당신이 잘 못 본 것”,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라고 계속 핀잔을 준다.


남편은 주변 환경과 소리까지 교묘히 조작해서 아내에게 현실감을 잃도록 만들고, 

안내는 결국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자책에 늪에 빠진다.

결국 아내는 정신병자가 되었다.


가스 라이팅은 어느 영화적 스토리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다. 

심리학에서 가스 라이팅은, 

한 사람을 교묘히 조종해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조종을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지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악랄한 행위다.  


회사는 과연 가스 라이팅으로부터 청정구역일까. 

입에 담기조차 떨려서 이 말 옆에 지인을 쓰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 1년을 버텨내다 숨이 턱에 찰 즈음, 

선경 씨는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자신에 대한 불신과 자책의 늪에서 벗어났다.

이전보다 사리분별을 명확히 할 수 있었고, 

촘촘히 짜인 보이지 않은 부당한 그물망을 과감히 잘라냈다. 


“그래도, 그 안에서 행복한 것도 있었어요. 일할 때 즐겁기도 했고요.”


왜 아니었겠나. 


일에서 얻는 기쁨과 성취감으로 부당함도 결국엔 극복했던 것임을. 

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중도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두 번 아니었을 텐데도, 책임감 있게 회사 내 맡은 바 일을 끝까지 완수하고

최후엔 여태껏 받은 부당함에 용기 내 입을 연, 선경 씨.


마음 정말 탄탄 해졌겠다. 


퇴사 후, 요즘은 뭐할까.  


그 회사를 다닐 땐, 숨바꼭질하는 개미만 한 목소리로 

“자리 비우면 또 뭐라고 할까 봐요, 화장실도 오늘 한 번도 못 갔어요. 

지금 복도 끝에서 숨어 받는데, 제가 나중에 꼭 연락드릴게요” 하고 다급히 끊었더랬는데….


선경 씨, 지금은 전화해도 돼?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개인의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