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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Mar 24. 2024

고통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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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고통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떠한 상황 또는 어떤 관계에서 우린 고통을 느낀다.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면 결국 관계에서 오는 고통이다. 가까운 관계부터 먼 관계, 매일 마주하는 관계부터 어쩌다 마주하는 관계까지 우린 매시간 관계 속에서 웃고 운다.


관계란 대개 타인과의 관계를 말하지만 사실 나와의 관계도 포함되어 있다. 둘의 복합적인 얽힘으로 고통이 찾아온다.  마음의 고통은 단지 현시점의 문제만은 아니다. 내 기억과 마음에 진하게 새겨진 과거의 잔흔이다. 반복되는 마음의 고통은 자동적으로 되살아나는 과거의 상처다.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두려움이란 감정이 덧칠되어 있다.


상황과 사람은 나에게 고통 기쁨도 준다. 고통만을 주는 관계, 혹은 기쁨만을 주는 관계는 드물다. 대부분 고통과 기쁨을 모두 복합적으로 안겨준다. 때로 고통이나 기쁨 하나를 전적으로 맡는 사람도 있다. 비율적으로 고통을 많이 주는 관계는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기쁨을 더 많이 준다면 나와 잘 맞다는 것일 거다. 물론 단편적으로만 봐선 안된다. 성장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의 고통도 있으니까.


고통은 피하고 기쁨은 더 가지고 싶은 게 당연한 감정이지만, 결국 지나고 보면 고통도 기쁨 둘 다 나를 성장 킨다. 지금까지 성장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린 고통 속에서 더 크고 깊게 자다. 기쁨은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자라는 게 눈에 띄게 보이는 성장이라면 고통은 우리의 뿌리를 더 깊고 튼튼하게 해주는 성장이 아닐까. 쓰디쓴 아픔과 고통이 나를 깊어지게 한다면  꼭 기쁨만을 좋아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나에게 고통을 관계를 겪으며 결국 제대로 알게 된다. 고통이 없었다면 확실하고 명확한 깨달음도 없는 것을.


'저런 사람을 나는 정말 싫어하는구나'

'난 저런 사람과 정말 안 맞는구나' 

'내 안의 이런 면이 저런 특성을 거부하는나'

'난 이런 관계에서 행복 혹은 불행하구나'

국 나를 알게 한다.


내면에 있던 아픔을 건는 사람이라면 덕분에 크게 아파하 나의 아픔을 드러낼 기회를 준다. 고통을 절절히 느끼며 인지한 후 극복할 기회를 준다. 내면의 상처가 고통 속에 드러나 치유할 수 있게 한다. 기쁨만 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언제고 드러날 아픔이었을지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것은 결국 나에게 무엇인가 배움을 주는 선물 꾸러미다.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음이 나듯, 고통도 기쁨도 결국은 한 곳에서 왔을 터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쁨도 없다. 그저 형태가 다를 뿐이다. 나를 발견해 간다는 측면에선 같은 것.


물론 고통은 아프고 괴롭고 슬프다. 그리고 쓰라리다. 하지만 그걸 겪어내라는 이유, 그 이유를 발견한다면 더 이상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을 거다. 반복되지 않을 거다. 그러니 달게 받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모든 것을 겪어낸 나는 조화로운 심에 서서 나만의 깊은 뿌리를 내리고 더 이상은 쉽게 흔들리고 아파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고통 바라본다면 고통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더구나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 고통도 기쁨도 그렇다. 내 안에서 영원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그저 지나가고 흘러갈 뿐이다.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면 그뿐이다. 내 선택에 달렸다. 마음 족쇄처럼 꽁꽁 묶여버린 고통의 뭉텅이를 당장 내가 풀어버리고 흘러가게 두자.


 빛나는 보석의 처음 모습은 투박하다. 그저 돌멩이였던 그것을 이리 깎고 저리 깎는다.  시간이 가면 어느새 본모습을 드러낸다. 고통은 그렇게  날 깎아댄다. 아마도 그렇게 나란 보석을 만드는 것 아닐까.  


우린 빛날 것이다. 눈이 부시게 반짝반짝. 저마다의 빛깔을 찾아내 결국 아름답게 반짝일 거다.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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