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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pr 21. 2024

내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마음의 적정온도 맞추기


   긍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건 쉽다. 맘껏 표출해도 괜찮고 드러내도 된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은 쉽게 드러내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은 대개 꽁꽁 숨기게 된다.


내 기분을 매번 솔직하게 표현다가는 '저 사람은 성격 안 좋구' 하고 굳혀지 십상이라 사회활을 하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우린 곤란한 상황에서 각자의 회적 가면을 쓴다. 내 마음을 쉽게 숨긴다. 


아이들은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싫은 사람에게는 "나 너 싫어" "엄마, 미워"라고 한다. 두렵고 무서우면 바로 울어버린다. 더 어린 갓난쟁이들은 낯도 가린다. 모르는 사람을 보면 얼굴을 한껏 찌푸리고 울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그래서인지 말랑말랑하다. 쌓아두는 것이 없으니까. 그때그때 표현하니까.




   물론  어른이 되고서도 아이처럼 감정을 그때그때 모조리 드러낸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관계에 있어 위험하다. 일단 우린 아이처럼 작고 귀엽진 않으니까. 덩치도 크고 키도 큰 어른이 매번 울고 화내고 소리 지른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감정이란 건 그냥 두면  달라지고 곧 사라질 수도 있는데 모두 다 드러내면 정작 내 마음과 달리 표현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의 사이가 틀어지고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도 모른다.


그런 위험성과 부작용 때문에 제때 표현해야 할 감정까지 꼭꼭 저 밑에 숨겨두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그저 참다 보니 없어지지 않아서 상처로 남거나, 두고두고 쌓아두다가 나중에 폭발하기도 한다. 중간중간 표현을 했다면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감정이다.




  수도꼭지를 면 오른쪽은 찬물이고 왼쪽은 따뜻한 물이 나온다. 중간 즈음에 놓으면 적정한 온도에 맞춰 물이 나온다. 날씨나 몸상태에 따라 조금 더 뜨거운 물로 조금 더 차가운 쪽으로 돌릴 순 있지만 아주 뜨겁고 차가운 것은 피한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적정한 온도로 따스하게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돌이켜보니 나도 중간이 없때가 많다. 참거나 터지거나. 거나 뜨겁거나.


이제부터는 적정온도를 맞춰보려 한다. 나도 상대방도 당황스럽지 않게. 뜨겁고 차갑게 가 아니라 따뜻하게 말이다. 위트 있게 부드럽게 그때그때 적절하게 내 감정을 표현해 봐야겠다. 뭐든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니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내 마음이 더 이상 지치지 않도록 말이다.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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