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우린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겪는다. 감정은 누르거나 억압하지 말고나를 통과해 자연스레 흘러가야 한다. 하지만 흘려보내지 못한 '남겨진 감정'도 있다. 그런 감정은 결국 몸에 흔적을 남긴다. 모든 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하듯 우리의 감정은 몸에 남아 문제를 만든다.
중요한 일정이 있거나 신경을 과하게 쓰면 위장장애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소화가 안되거나 배가 아프기도 하고 속이 쓰리기도 한다. 또 두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모두 감정과 신체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다.
우리는 때때로 특정한 감정을 거부하거나 단절해 버리죠.
버려진 감정들은 몸의 특정부위에 집중되거나 몸 전체를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인 로버츠, 세스매트리얼 중-
나의 경우 한동안 양쪽 눈에 다래끼가 반복적으로 났던 적이 있다. 생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심해지면 안과에 가서 눈을 째야 했는데 정말이지 무섭고 아프다. 무려 총 일곱 번을 시술받았다.
또 작년 여름휴가 이후 양볼부터 턱까지 피부에 트러블이 나고 꽤 오래갔다. 클렌징이나 세안법, 먹거리,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원인이었는데, 아마도 염증이 눈과 피부에 가서 트러블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다. 얼굴의 이곳저곳에 문제가 생겼으니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먼저 생활습관을 개선해 봤다. 눈이 피로하면 건조해지고 마이봄샘이 막혀 다래끼가 잘 생길 수 있어서,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노트북을 열어 밤늦게까지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전자기기를 보거나 글을 쓸 땐 블루스크린 차단 보호 안경을 썼다. 또 염증을 일으키는 요소를 제거하려 식습관을 대대적으로 바꾸었다. 밀가루, 유제품, 너무 단 음식 등을 안 먹은 지 어느새 6개월이 되었다.
또 무엇보다 마음을 좀 편안하게 갖고 느긋해지려 노력했다. 대체로 평온한 편이지만 때때로 목표가 생기면 정신없이 돌진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습관을 고치려 했다. 애쓰지 않아야겠다 싶었다. 그런 심리적 요소가 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킨 건 아닐까 나를 돌아봤다.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안과와 피부과 병원 치료, 여러 가지 습관 개선과 마음 변화를 통해서 이제 다래끼나 피부 트러블은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이것을 계기로 습관과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매일매일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알아채고 흘려보내려 한다. 몸과 마음이 새롭게 단장을 하고 정화되는구나 싶다.
안 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놔두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듯 내 일상도 좀 놓아버리기로 했다.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몸과 마음을 돌봐가고 알아가고 있다.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