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건 쉽다. 맘껏 표출해도 괜찮고 드러내도 된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은 쉽게 드러내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은 대개 꽁꽁 숨기게 된다.
내 기분을 매번 솔직하게 표현했다가는 '저 사람은 성격이 안 좋구만'하고 굳혀지기 십상이라사회생활을 하기어려우니까. 그래서 우린 곤란한 상황에서 각자의 사회적 가면을 쓴다. 내 마음을 쉽게 숨긴다.
아이들은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싫은 사람에게는 "나 너 싫어" "엄마, 미워"라고말한다. 두렵고무서우면 바로 울어버린다. 더 어린 갓난쟁이들은 낯도 가린다. 모르는 사람을 보면 얼굴을 한껏찌푸리고 울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그래서인지 말랑말랑하다. 쌓아두는 것이없으니까. 그때그때 표현하니까.
물론 어른이 되고서도아이처럼감정을 그때그때 모조리 드러낸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관계에 있어 위험하다. 일단 우린 아이처럼 작고 귀엽진 않으니까.덩치도 크고 키도 큰 어른이 매번 울고 화내고 소리 지른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감정이란 건 그냥 두면 달라지고 곧 사라질 수도 있는데모두 다 드러내면 정작 내 마음과 달리 표현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의 사이가 틀어지고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성과 부작용때문에 제때 표현해야 할 감정까지 꼭꼭 저 밑에 숨겨두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그저 참다 보니 없어지지 않아서 상처로 남거나, 두고두고 쌓아두다가 나중에 폭발하기도 한다. 중간중간 표현을 했다면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감정이다.
수도꼭지를 보면 오른쪽은 찬물이고 왼쪽은 따뜻한 물이 나온다. 중간즈음에 놓으면 적정한 온도에 맞춰 물이 나온다. 날씨나 몸상태에 따라 조금 더 뜨거운 물로 조금 더 차가운 쪽으로 돌릴 순 있지만 아주 뜨겁고 차가운 것은 피한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적정한 온도로 따스하게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돌이켜보니나도 중간이 없을 때가 많다. 참거나 터지거나.차갑거나 뜨겁거나.
이제부터는 적정온도를 맞춰보려 한다.나도 상대방도 당황스럽지 않게. 뜨겁고 차갑게 가 아니라 따뜻하게 말이다. 위트 있게 부드럽게 그때그때 적절하게 내 감정을 표현해 봐야겠다. 뭐든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니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내 마음이 더 이상 지치지 않도록 말이다.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