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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pr 14. 2024

당신의 나쁜 기억을 지우시겠습니까?

기억 지우기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다고.
나 곧 모든 걸 잊어버리게 될 거야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 나온 대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눈물을 자아내는 씬이다. 좋았던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기억해야 할 것까지 모조리 사라지니까 슬픔의 감정이 몰려온다.


만약 컴퓨터 파일이나 사진첩 사진처럼 기억을 골라서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린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좋은 기억도 오래가지만 안 좋은 기억은 더, 더, 각인이 되어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힌다. 나쁜 기억이 나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해소되지 않고 매듭지어지지 않은 감정은 때때로 반복된다. 이런 나쁜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나쁜 기억은 아픔과 슬픔을 자아내기 때문에 관계에도 악영향을 준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받은 사람은 딱지가 지고 흉터가 남아도 그 자리를 볼 때마다 다시 또 아프.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다면 좋겠다. 물론 나쁜 기억만을 라 지울 수 있는 지우개말이다. 누구에게, 어떠한 상황에 상처받았더라도 금세 사라져 버릴 기억이 된다면 좋겠다. 매일 나쁜 기억을 리셋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얼마 전에 읽었던 자기 계발의 대가인 네빌고다드의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왔다.



"과거는 과거 자체로 살아 있으며 현재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라 할지라도 기억 속으로 들어가서 잘못의 원인을 찾아 없애야 합니다.

상상 속에서 과거로 돌아가 잘못했던 그 장면을 처음부터 올바르게 재연하는 것을 교정이라고 합니다. 이 교정 과정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떨쳐낼 수 있습니다.

삶을 변화시키려면 과거를 바꾸어야 합니다.
겪고 있는 불행의 원인은 교정되지 않은 과거의 장면에 있습니다.

마음속에 기억할 가치가 있는 과거를 저장하고 고귀하게 살아가십시오.
과거가 현재에 재창조된다면 교정된 과거 역시 현재로 재창조될 것입니다."


과거를 교정한다는 내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교정을 통해 다른 이야기로 바꾸어보는 방법이다. 기억 상실증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과거의 기억을 말끔히 지우기 어렵다. 할 순 있지만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교정을 해보는 거다. 내가 끔찍하게 싫은 장면, 상처를 받았던 장면을 내가 바라는 장면이나 행복감을 느끼는 장면으로 대체하는 거다. 이것 또한 일종의 지우기다.


사실 교정을 하는 것도 꽤나 노력이 든다. 나 스스로 드라마의 감독이나 작가가 돼서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 끼워 넣는 것이니까. 이렇게 하면 삭제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기억이 달라지고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없애거나 최소한으로 만들 수가 있다. 더 이상 나쁜 기억의 늪에서 허우적 대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바뀐 좋은 기억은 날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다.






나쁜 기억으로 마음이 괴롭다면, 우리의 기억을 수정하고 교정해 보자. 구겨진 옷을 말끔하게 다리듯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고 향기 나게 빨래하듯 말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언제고 겨울에만 머물 이유는 없다. 그럴 필요는 없다.


이 봄, 우리의 맘을 보송보송하게 만들어보는 거다. 마치 나쁜 것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처럼. 봄 햇살을 가득 담은 사람처럼.



내 머릿 속 지우개의 한 장면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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