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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pr 07. 2024

경계를 허물기 위해선 경계를 세워야 한다

나만의 꽃밭을 지키는 방법





인간관계에서 힘든 점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사고하는 방식, 대화하는 습관, 행동 등 전혀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한다는 건 때로 고통스럽다. 우리 마음의 고통은 대부분 소통의 어긋남에서 온다. 결국은 현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고 본질적인 성향문제일 수도 있다.


몇 년을 만난 연인이나 몇 십 년을 산 부부도 결국 성격차이로 헤어지기도 하니 사람과 사람이 맞는다는 건 애초에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처음에는 잘 맞는다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안의 작은 조각을 보았을 뿐이었다. 결국 나를 몰랐다는 말이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말처럼 함부로 인연은 맺은 건 나였다.


우리는 각자 나만의 꽃밭을 가지고 산다. 이런저런 꽃을 키우고 나만의 방식대로 가꾸어간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내 허락을 받지 않고 성큼성큼 꽃밭으로 들어와 꽃을 밟고 다니고 나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마구 꽃을 는다. 나만의 예쁜 꽃밭을 그렇게 헤집고 다닌다. 그런데도 제대로 말도 못 하고 결국 내 마음이  망가지고서야 깨닫는다. '아 나는 저런 사람과 맞지 않는구나.'  '내가 나만의 꽃밭을 위한 규칙을 세워놓지 않았구나.' , '꽃밭을 망친건 어쩌면 나였구나.'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그걸 알려고 수많은 고통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이젠 꽃밭에 경계를 만들어본다. 애초에 아무나 쉽게 들어서지 못하도록 벽을 세우고 문을 만들고 시스템을 갖춘다. 드디어 내 꽃밭에 평화가 찾아온다. 꽃들이 예쁘게 자란다.


하지만 내 예쁜 정원 나만 보기에는 아깝다. 우린 내 것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젠 다른 이에 대한 경계를 출 필요가 있다. 나만의 성을 쌓고 나서 내면이 깊어진 후에야 우린 용기 내 문을 다시 열 수 있다. 상처받을 용기건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을 깨달은 후에 알게 된 자신감이건 우리에겐 이제 힘이 생겼다.


이제는 나만의 규칙들을 몇 가지 만들고 처음부터 문을 함부로 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규칙을 설명해 주고 개방을 한다. 이전보다 큰 문제가 없이 내 꽃밭도 지키고 무례한 사람들로부터 생기는 문제도 쉽게 예방할 수 있게 된다.


경계를 없애기 위해 경계를 세워야 한다. 결국 모두를 사랑하기 위해 먼저 나를 지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내가 없어지면 세상을 사랑할 수도 없어지니까. 어쩌면 고통은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제야 깨닫는다. 경계를 없애기 위해 먼저 경계를 설정하는 일은 그래서 필요하다. 더 이상 어떤 일에도 어떤 사람에도 쉽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도록, 다른 세상과 다른 사람을 모두 사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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