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깊이 믿었던 사람에게서 신뢰가 무너졌을 때
생기는 내적 붕괴의 기억.
그건 단순한 서운함이 아니다.
관계에 있어 투명함과 진심이 중요한 바탕인 사람에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상대방에게 내적 상처를 지속적으로 남긴다.
말하지 않으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비뚤어진 합리화와 자아중심적 언어를 존중한다.
그래, 난 그저 침묵하기를 선택했다.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것이란걸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란걸
뒤늦게 깨닫는다.
그때 가장 좋은 선택은 '침묵'
그건 회피가 아니라 지혜다.
자신의 에너지를 보호하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
이젠 구구절절 설명하고 이해시키지 않아도 된다.
침묵은 내상을 입은 사람에겐 자기보호다.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면
자신의 리듬을 지켜내는게 중요하니까.
침묵이야 말로 자신을 보호하고
쓸데없는 논쟁을 걸어오는 사람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적 외상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침묵이란 선택에도 불구하고
먼저 신뢰와 믿음은 저버린 사람은 침묵하는 나에게 도리어 길길이 분노한다.
이미 난 텅 비어버린 상태다.
그의 분노와 불안은 내게 미치는 영향이 없다.
사랑은 함께 울리는 것.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
더 이상 하나하나 묻지 않는다.
이젠 그 이유조차 중요하지 않다.
상대는 제대로 공명할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이젠 나의 고요를 지키면 그만이다.
매번 흩뜨려놓아도 다가가지 않으면 그뿐이다.
철저히 모래알처럼 부서져 본 사람이라면
어떤 것에도 텅 비어 있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