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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uxxi Mar 22. 2024

불안과의 동거동락

삶을 사랑하는 만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며칠째 이어지는 걸 깨닫고 정신과 상담 예약을 신청했다. 나에게 이런 극한의 불안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에 한 번씩 찾아온다. 평소 손의 땀 때문에 핸드폰 타자가 눌리지 않는 상황에서나, 자려고 누웠다가 숨이 가빠지면 창문을 열고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주면 되지만, 밝은 아침이 두려워질 땐 누적된 경험상 그 신호를 알아차리는 게 좋다. 하지만 심각할 것도 없고, 지나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런 시기가 나에게 찾아온 것일 뿐.


매번 날 당황스럽게 하는 이 녀석이지만 녀석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늘 가벼운 불안과 어쩌면 이런 불안들이 쌓여 찾아오는 극한 불안 증세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탐구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대상이 유명한 사람이거나, 내가 평소 남몰래 흠모하는 인물일 경우 상당한 위로가 된다. 나도 대단한 사람이 되려는 거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단순하게 '불행'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금의 상태는 나를 되집어 볼 수 있기에 매우 소중하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은 '사납고 고집스러운 불도그'에 비유될 만큼 불굴의 용기와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노벨문학상 수상가이자, 화가로서의 그에게 주목한다. 


그는 그의 우울 증세를 '검은 개(black dog)'라 칭하며 늘 그것이 떨어져 나가기를 원했지만, 그것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글을 쓰고, 그림으로 달래며 평생을 지지고 볶았다. 내게 큰 충격을 남겼던 소설 '변신'의 저자 프란츠 카프카에 대해서도 알아보다가 그를 늘 쫓아다니는 쥐(조현병 증세)의 공포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글을 썼으며, 글을 쓰는 것이 그를 '정신병적 환각의 세계'로부터 구출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삶이 행복했으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이 시린 말은 최승자 시인의 '세상이 따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된다는, 평생 '보통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지 않은 그의 오래전 인터뷰를 떠올리게 한다.


삶을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은 좌절을 겪는다. 깊고 풍부하게 느끼는 만큼, 더 자주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나아간다.


검은 개와 쥐를 부지런히 알아차리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더 많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 앞으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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