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내가 뜨거웠다

3-2 첫사랑 나의 천사

by 오구TREE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서 달려왔습니다.”

진심이다.

매번 편지만 주고받던 어느날, 나의 사진을 보냈더니

순애씨도 편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이건 지금 당장 오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아… 먼 길인데 고생하셨네요. 일단 들어가서 물이라도 한 잔..”

“순애씨.”

“네?”

…..

차분하게 하자.

“저랑 결혼하실래요?”

“네? 저희 얼굴은 딱 한 번, 아니 오늘까지 두 번밖에 안 봤어요.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안 해봤고, 편지만 주고 받…”

“그럼 오늘 저랑 데이트하실래요?”

…….

세 번째 조바심. 제발. 제발.


“네, 좋아요. 읍내로 나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준비하고 나올게요.”

”네, 네. 천천히 나오세요. 얼마든지 기다릴게요.!“


잠시 뒤 그녀는 계곡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수수하고 화장기가 별로 없는, 그러나 반짝이는.

첫 번째라고 할 수 없어도 두 번째라고는 어디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맛있는 거 사 드릴게요. 어디로 가면 돼요? 뭐 좋아해요?"

"준호씨는요? 뭐 좋아하세요?"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정말이에요."

"그럼...함박스테이크. 그거 먹으러 가실래요?"

"예? 함, 함박 뭐예?"

"하하하. 함박스테이크요. 요즘 경양식이 유행이래요."

"아- 유행이라면 가야죠. 길만 알려주세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칼질과 멋쟁이들만 있는 것 같은 음악다방.

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사뭇 긴장된다.


"저는 이런 곳에 처음 다녀봐서 그런지 낯설어요. 순애씨는 자주 다니시나 봐요."

"아뇨. 사실 저도 직장에 언니들이랑 한두 번 와 본 게 다예요.

다른 사람들은 데이트를 어디에서 하는지 몰라서 제가 아는 곳에 그냥 왔어요."

"그렇구나. 순애씨는 그럼 보통 퇴근하고 뭐해요? 어디에서 일해요?"

"저는 조흥은행(*현재 신한은행)에서 일해요. 퇴근하면 동생들 돌보죠.

부모님이 농사일을 하셔서 농번기에는 뒷정리를 도와드리기도 해요."

"일도 하고 가족도 돌보고 많이 피곤하겠어요. 취미생활 뭐 그런 것도 잘 못하겠네요."

"취미생활은요. 배부른 소리죠. 못할 것까지도 없지만 가족이 많으니까 혼자 그런 걸 하기가 미안해서요."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먼저 대답을 해주었다.

'그쪽은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생각을 하니 다시 두근거린다.

"오늘 일찍 들어가야 해요?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요?"


그 후 나는 다시 대구로 돌아와 자동으로 게임을 구동하고,

사짜 사람들에게 약을 팔며 지냈다.

함박 스테키를 먹은 날 이후로 별다른 연락도 편지도 없이 그렇게 몇 달을 지냈다.


"편지요. 김준호씨 계십니까?"

"네, 제가 김준호입니다. 수고하세요."

봉투가 꽤나 두껍다.

'준호씨에게.

저는 여전히 회사에 다니며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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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이를 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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