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내가 뜨거웠다

2-1 마, 이것만 잘되면 걱정없다

by 오구TREE

봉수는 무언가를 먼저 제시하는 쪽이었다. 처음 만남도 그러지 않았던가.

담배 한 까치를 주머니에 몰래 찔러 넣으면서 인연을 시작했듯,

언제나 봉수는 중요한 말은 귓속말로 했다.

남몰래.

둘이 있을 때에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봉수 덕분에 술맛을 처음 알았다.

"야, 니는 학생도 아인데 뭐 싫다 카노. 딱 한 번만 마셔봐라.

내한테 형님-하고 절할기다."


엄마의 마음속에서 내 호적이 흐릿해진 그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진학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호적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에 셋째 아들은 이미 지워진 걸 수도 있겠다.

살아 있으니까 목숨 부지하라고 밥이나 주는 그런 존재 말이다.


아무튼 봉수는 오늘도 귓속말을 할 것 같은 태세다.

눈빛이 엉큼한 게.

"와, 뭔데. 말해봐라. 께눈 뜨지말고. 뜸들이는거 싫다고 했나, 안 했나."


“함 들어봐리. 내가 진짜 친한 형이 내한테만 알려준 건데…”

“야, 내가 그런 거 함부로 듣는 거 아니라고 말했나, 안 했나?!“

”아니, 이거는 진짜라니까. 딴 사람들 듣는다고, 조용히 하라고 아~ 진짜.

진지하게 말하잖아. 함 들어나 보라니까.”

“그래 듣기나 해볼게. 아니, 쫌 떨어지라고. 근지러버 죽겠다 아이가.”

“알겠다. 알겠다. 이 자슥, 예민하기는 진짜.

들어봐리. 이게 큰돈 버는 방법이라 카던데.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쓰잖아. 근데 카드값을 제때 못갚는 사람이 천지빼까린거라.

그러면 우리는 그 돈을 빌려주는 거라.

이자는 한 30% 받고, 한 달 안에 못 갚으면 이자를 더 올리는 거지.“

”그거 뭐 카드깡인가 뭔가 그거 아니가? 위험한거 같은데… 제대로 알아본거 맞나?“

”야, 니 내 못 믿나? 우리 우정이 몇 년인데?

카고 니 제수씨하고 토끼 같은 딸하고 책임져야 될 거 아니가.

언제까지 준철이 형 양말 공장에서 공돌이 할래. 큰돈 만지자 우리.

마, 이것만 잘되면 우리 걱정 없다.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봉수는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선생들의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더니

여전히 발 넓은 정보통이다.

봉수의 말대로라면 큰돈을 만지는 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보장할 수 없다.

이럴 때 아른거리는 게 하필 아내와 첫사랑, 예쁜 내 딸내미다.

내키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정봉수, 니 자신 있나?”

“어, 내만 믿어라. 우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내가 열네 살 때, 우리 아부지 돌아가시고 호로새끼 소리 들었을 때

딱 한 개 다짐한게 있다.

’절대로 내 아새끼는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듣게 안 해야지.‘

’무조건 나는 내 가족을 책임지고 디져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이거 잘 안 돼면 진짜 니가 내 손에 뒤진다잉.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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