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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숙 Aug 28. 2022

[F&B-길림양행] H는 묵음이야! 'HBAF'(바프)

만수르가 간식으로 먹는 대한민국 아몬드 브랜드 'HBAF'에 대해서

안녕하세요 형님들! 열여섯번째 글로 인사드리는

마케터 ‘김프로, 김동숙’ 입니다.


어쩌다 보니 120일만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더라구요!

(구독자가 50명을 돌파했습니다! (박수))


앞으로 초심 잃지 않고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여러 브랜드들을

꾸준하게 소개하며 글 연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는 제가 개인적으로

본받을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하는

회사의 브랜드 입니다.


아몬드 한톨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World wide 하게 아몬드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는 브랜드.


배우 전지현과 한소희가

'H는 묵음이야!' 를 고급스럽게 말하며

광고를 본 사람들이 한번쯤은

TVC 멘트를 따라하게 만든 바로 그 브랜드.


오늘은 '길림양행-HBAF' 로

아는척 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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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겨울, 대학생 이었던 나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반바지에 롱패딩만

입고 회기동 초입부터 이문동 끝자락까지

편의점이란 편의점은 다 들려 알바생, 점주님

상관없이 대뜸 물어봤었다.


'저기요.. 허니버터칩 들어왔어요?'


2014년 대한민국 겨울은

해태제과에서 조용히 쏘아올린 허니버터감자칩

때문에 온 국민이 허니버터 뽕에 취해있었다.

당시 허니버터칩 구하려고 진짜 별의별짓을 다 했었다. (출처 : 강원일보)

이 때 제조사, 유통사 가릴 것 없이

식음료 모든 상품엔 허니버터시즈닝과

허니버터향을 넣어

해태 허니버터칩의 거대한 파도에 같이

휩쓸리길 원했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었다.


아몬드 제조사 였던

길림양행(전 길상사) 역시 그랬다.

이 당시 아몬드 디자인은 단순했다. (출처 : 이마트)

당시 길림양행은 2006년 부터 이마트에 PB로

아몬드 제품을 납품하며 생산과 기획, 리테일 유통의

기틀을 닦고 있었다.

(2006년 즈음 부터 이마트는 PB상품 기획으로

합리적인 가격, 좋은품질 이라는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에게 대한민국 대표 할인점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PB 상품 특성상 저마진 구조와 한정된 시장

안에서 많은 경쟁자들과의 치킨게임이 필연적이었고

길림양행은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길림양행은 2006년 부터 약 10년동안

영업이익율이 3% 내외였다.)

* 현재는 영업이익율 10% 이상에 육박한다.


출처 : 유튜브 안물안궁

도약의 키(Key)는 ‘제품’과 ‘브랜딩’ 에 있었다.


이 시기에 나온 제품이 바로 지금의 길림양행,

그리고 ‘바프(HBAF)’ 라는 브랜드를

있게 해준 ‘허니버터아몬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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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양행의 전신은 1982년 창립한 길상사 다.

길상사는 국내 최초로 아몬드를 수입해 도매 유통을

시작한 회사였다.


이 회사를 현재 윤문현 대표의 아버지 윤태원 회장이

1988년 회사를 인수하면서 ‘길림양행’ 으로

이름을 바꿨다.

(많은 사람들이 길림양행을 중국 길림성과 연관

짓는데 실은 ‘길림’ 은 ‘길할 길’, ‘수풀 림’ 으로

‘좋은기운이 숲 처럼 우거진다.’ 의 뜻이라고 해)

길림양행 본사 전경 (출처 : 길림양행)

당시 길림양행은 아몬드를 컨테이너째 들여와

로스팅 하거나 그대로 납품처에 보내는 작은 회사였다.


국내 견과류 생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아몬드 수입은

금지품목 이었으나 국내 밤 수출을 위해 쿼터 물량으로

소량만 수입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물량을 길림양행에서

맡았으니 나름 내실이 탄탄한 회사였다.

(또한 세계최대 아몬드 공급사인 미국의

‘블루다이아몬드 그로워스’ 의 한국 독점대리인 자격까지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수입규제가 풀리며

다양한 대기업들이 직접나서 아몬드 수입을 하기

시작했고 단순 납품만 으로는 경쟁력이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윤태원 회장은 제조회사로 변화를

주기위해 제조설비를 갖춰 대응하려 했으나

차별화된 제품 개발 실패와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회사는 빚만 1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아몬드 처럼 옹골차신 윤문현 대표님 (출처 : 길림양행)

이때 윤문현 대표가 당시 28살 이라는 어린나이에

회사를 이어받았다.

(당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합격해 입사일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회사의 유능한 인력은 빠져나가고 운영비가 아까워

화장실에서 온수조차 틀지 못하던 이 시기에

윤대표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버텨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길림양행의 무서운 변화가

시작되게 된다.

만수르가 간식으로 먹은 길림양행 아몬드 (출처 : 유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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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숙이 본 지금의 길림양행을 있게 해준

3가지 턴어라운드 요소


1. PB제품 생산으로 기본적인 수익성을 확보


- 2006년,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는 PB상품 열풍이었다.

  당연히 아몬드도 대형 유통사에서 중소기업으로

  PB상품 개발의뢰가 들어왔고 길림양행은

  제조기회가 늘었다.

  덕분에 공장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더불어 제조/유통 경험도 쌓아갔다.


- 하지만 저마진의 PB상품 구조로 영업이익은

  좋아질 수 없었다.

   (PB상품은 기존 상품보다 2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게 주 목적이었다.)

   또한 견과류 단순가공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고

   가격 출혈경쟁도 심해 잘못하면 부도를 면할 수 없었다.


길림양행의 새로운 비젼이 필요했다.


2. 아몬드를 단순 견과류에서 가공식품으로 격상


-  2013~2014년, 당시 견과류 소비형태를 보면

    국내에선 가공식품 비중이 5%에 불과했지만

    미국은 40% 정도였다.

    윤대표는 언젠가 국내도 미국시장을 따라갈 것이라

    판단 했고 5%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배팅했다.

이미지출처 : DBR

- 이에 따라 아몬드 등 원재료에 다양한 맛을 시즈닝해서

   제품을 출시하고 아몬드 외에 다양한 견과류를

   섞어 원가를 낮추는 대전제를 세우고 비지니스를

   시작했다.


   우선 건강컨셉을 지키기 위해 ‘튀지지 않고 굽는’

   공정을 고수했다.

   그러나 구우면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장기유통은

   확보 되었지만 시즈닝을 묻히기가 어려웠다.

   수많은 반복 끝에 ‘버터’와 ‘꿀’을 이용한 당액 레시피

   개발했고 겉면에 당역으로 코팅해도 아몬드끼리

   달라붙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 지지않는 비법을

   개발했다.


- 2014년 연말, 전국이 허니버터 열풍으로 치솟을 때

   GS25에서 ‘허니버터가 인기니 아몬드에 허니버터를

   씌워보자’ 라고 제안이 왔고 2주밖에 없는 납품기일

   동안 밤을 새워 만든 제품이 ‘허니버터아몬드’ 였다.

   (후에 길림양행 자신들의 비용을 들여 만든

   서울 코엑스 스퀘어의 거대 광고판 화면에 ‘GS25’ 를

   언급했고 GS25는 거액의 광고효과를 누렸다.)

이미지출처 : DBR

2015년 1월, 편의점에는 35g, 할인점엔 210g 용량의

허니버터아몬드를 출시했고

출시 첫 달 매출이 2억원, 두달째는 10억원,

석달째는 20억원으로 매출이 급성장 했다.


- 윤대표는 허니버터의 인기가 사그라들것을 대비해

   ‘와사비맛, 카라멜맛, 별빛팡팡, 불닭맛, 김맛 등’

   을 차례로 출시했다.

   앞으로도 아몬드에 100가지 맛을 입힐 것이라고

   하니 세상의 모든 맛을 아몬드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홍콩에서는 와사비맛, 중국에서는 불닭맛이

   가장 인기가 좋다고..)


   다만 제품을 개발할 때 아몬드 및 당액 코팅과

   잘 어울리는 건 물론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보편타당한 맛’ 을 제품으로 기획하는

   걸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길림양행이 매출이 2014년 650억원 이었던 게

불과 4년 뒤인 2018년에는 1,400억원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됨과 동시에


출처 : 헤럴드경제

매출비중도 내수에서 수출로, 도매에서 소매로

이동 중이다.

현재 수출국은 중국,홍콩,일본,싱가포르 등 16개국

이상이다.

(특히 2019년 11월 중국 광군제엔 티몰 플래그십

스토어 단독매출이 약 360만 위안(한화 6억원)을

달성하며 인기를 입증함)


길림양행의 비전이 글로벌 견과류 종합식품기업

인 만큼 ‘브랜딩’이 절실했다.


3. 리브랜딩의 출발점, 브랜드 이름부터 고치자


- 기존에 제품 패키지에 적힌 브랜드 이름은

   ‘Tom’s Farm’ 이었다. 

   허니버터아몬드를 출시하기 전 윤태원 회장이

   자신의 영어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소비자인 나도 패키지 우측상단에 소심하게

   새겨진 ‘탐스팜’ 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브랜드의 핵심인 상표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왼쪽(과거) : 탐스팜 로고 -> 오른쪽(현재) : 바프로고만 남음 (출처 : 길림양행)

- 윤대표는 길림양행 플래그십 스토어의 이름에

  썼던 ‘HBAF’의 로고 디자인을 떠올렸다.

  허나 ‘HBAF’ 를 브랜드명으로 쓰자고 제안했을 때

  부르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려워 반대가 심했다.


  HBAF는 원래 ‘Honey Butter Almond Friends’

  약자였고

  이를 ‘Healthy But Awesome Flavors’, 즉

  ‘건강하지만 놀라운 맛’ 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여전히 HBAF는 의미가 없어보였다.

 

   허나 윤대표의 고집으로 이름은 쓰기로 하되

   부르는 방법을 달리하고 그 자체를 홍보포인트로

   삼기로 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H는 묵음처리하고 ‘바프’로 부르기로 한 것이었다.

H는 묵음이야~ 바프 (출처 : 길림양행)

- 또한 대대적인 TVC를 송출했으며 ‘전지현’ 을 모델로

   써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히기도 했다.

   그저 그런 아몬드가 아닌 ‘1등 아몬드’로 좋은 품질의

   제품임을 널리 알리기 위햐서는 톱 모델이 필요했고

   세련된 영상미와 전지현의 조합으로

   ‘전지현이 아몬드 광고를 영화로 만들었다’ 는

   호평이 이어졌다.

한소희님 얼굴에 그래비티 광고는 충격적이다. / 출처 : 길림양행

- 최근엔 배우 ‘한소희’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Unlimited HBAF(한계가 없는 바프)’ 를 주제로

   한소희가 자신의 얼굴 위에 과감하게 직접

   그래비티를 그려 넣거나 포스터를 장난스럽게

   부착하는 등의 장면을 통해

   보다 도전적이며 진취적인 바프의 브랜드 정신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맛 출시는 물론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의 활동을 통해

   길림양행이 아닌 ‘바프’ 로서 소비자-브랜드 접점을

   넓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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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마트를 갔었는데 바프 매대가

작은 플래그십이라고 연상될 정도로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견과가 왜이리 힙해 / 출처 : 이마트몰

그 중에서도 기존 라인업과 다른 ‘먼투썬’

(Mon to Sun) 이라는 서브브랜드로

총 19가지 원물로 구성된 하루 견과 제품이

눈에 띄었다.


단순 짭짤이 간식이 아닌 정통 건강 컨셉으로

플레이 하면서 브랜드의 이미지 뿐 아니라

매출확장 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열심히 일하는 브랜드 라고 생각됐다.


최근 뉴스보도에 농심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내수시장 역신장 이라고 보도 되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11% 단가 인상을 진행

하게되었다고 한다.


반면 얼마전 미팅으로 만났던 삼양식품의

경우엔 라면 매출 70% 가 수출로 이뤄져

실질적으로 내수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한다.


길림양행-바프 도 2020년 총 매출액

1,017억원에서 수출액 비중이 27.8%로 로

전년과 비교해 약 17%p 성장하면서

이제는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의 플레이가

더더욱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시즈닝 아몬드 태생이 여러가지 맛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새로운 맛과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이나


그 과정이 조금 더 세련되어야 향후

제품 뿐 아니라 윤대표님이 지속적으로

목표하시는 브랜드 위주의 포지셔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약 내가 바프의 담당자라면

베스킨라빈스 31이 매 월마다 새로운 맛을

내는 것 처럼

국내에서는 분기별로 신제품을 내주고

해외에서는 그 나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맛을 런칭해 역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혹은

해외에서 국내로 특정나라의 맛을 역 출시하는

마케팅으로 제품 뿐 아니라 스토리 까지 재밌게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지금 시간 오후 11시 3분을 넘기고 있다.


글 쓰면서 야금야금 먹고 있는

바프 프레첼 아몬드 한봉지가 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역시 다이어트는 물건너 갔다…


이상 마케터 김프로, 김동숙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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