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과 생각, 신체, 환경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저도 주말에는 가능하면 일을 멈추고, 상담을 덜 하려고 노력합니다. 주말에 쉬어야 충전이 되거든요. 심리 치료자들은 소진이 오면 공감력이 떨어져서 누구보다 잘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을에 과로하면 소진과 함께 우울이 자주, 쉽게 찾아옵니다.
사례로 주변 분들이 '가을 이후 기운이 없다' 하세요. "무기력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스트레스받아서 좀 많이 먹게 되었다, 짜증이 늘었다고들 하십니다. 매년 가을마다 그랬던 것 같다."라고 하십니다. 주변에 그런 분들 좀 있으실 거예요. <계절성 우울>의 핵심적 증상입니다. 질환명으로는 계절성 정동장애 즉, 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합니다. 계절 변화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태양의 일조량이 적어지면 몸에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변화가 오면서 울적한 기분을 느끼기 쉽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오랫동안 추워지거나 환경이 나빠지면 동굴에서 쉬는 등 자기 보호 행동이 있어 왔는데요. 그런 습관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가을에 우울감은 어찌 보면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온도와 날씨와 함께 부정적인 기억이 나면 감정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가을까지 일하면서 지친 여러분은 쉬지 않으면 우울할 수 있고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가치에 다가가고, 쉬고 에너지를 충전하라는 메시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우울한 기분, 의욕 감소가 2주 이상 오래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관심을 가지고 우울증 관련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계절 우울 증상으로 무기력, 의욕 저하/쓸쓸하거나 우울/이유 없는 짜증, 감정 기복/과수면/식욕 증가/만성 피로 등 순으로 나타납니다. 계절성 기분장애는 북반구, 북쪽 가까이 갈수록 흔하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스웨덴, 노르웨이 등 주변에 나라에서 흔합니다. 그러나 일반 우울보다는 드문 편이긴 합니다. 80% 정도는 여성이 흔하고, 30대 연령이 흔하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로 독립된 질환이기보다는 주요 우울장애, 흔히 우울증의 한 패턴(with Seasonal Pattern)으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지내다가 계절마다 우울한 패턴을 보이는지 인생 일대기를 한번 회상하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날씨 변화는 스트레스고 이것은 감정에 영향을 줍니다. 춥거나 장마철에는 활동을 적게 하고 일조량에 변화 때문에 우울이 잘 오게 됩니다. 우리 뇌의 세로토닌, 멜라토닌은 일조량에 민감하거든요. 이 변화가 기분과 수면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북반구 유럽인들은 일조량이 적고 밤이 길며, 겨울이 길어 우울한 분들이 많은데요.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생각과 감정과 신체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결을 활용해서 자신을 다독이고 도움 되는 활동을 하시는 겁니다.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하나 막힌 곳을 풀어주듯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면 선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팁을 드리면, 우울함이 올 때는 우울이 왔구나 알아차리고 인정해주시면 우울감이 잘 지나갑니다.
가을 날씨, 부정적 기억과 관련된 부정적 생각이 흔히 올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하는 일마다 나는 왜 잘 안 될까 생각이 들면, 생각을 믿고 따라가기보다 이건 그저 생각이구나~ 사실이기보다 느낌적 느낌에 의한 생각일 뿐이구나~ 알아차리고 자기 말을 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이걸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디스턴 싱, 생각과 거리두기>라고 합니다. 흑백/이분법 극단적인 생각이나 증거가 부족한 생각이 아닌지 살펴보고 그저 지나가는 생각이구나~ 해주면, 우울이 구름처럼 쉽게 지나갑니다. 가을/겨울에 몸이 피로하고 힘들면, 우울감이 잘 오기 때문에 햇빛을 30분 이상 자주 보시고, 따뜻하게 입으시고, 잘 쉬시고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은 긍정적 기분과 생각을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심리상담은 주로 감정, 생각 등 정신적 경험의 수용 이후에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려 보게 하고, 이 생각과 감정을 거리 두고 관찰해 보고, 다양한 대안적 생각을 찾아 변화시켜주는 등 심리적 유연성을 높여줍니다. 심리적 유연성이 생기면 우울/불안에서 쉽게 벗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심리상담의 핵심입니다. 소진과 과로가 오면 계절성 우울이 오기 쉽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고, 그동안 수고하고 지치고 힘든 자신을 알아주세요. 그리고 나는 돌봄 받을 권리가 있어하시며 소중히 자신을 다뤄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들어 우울한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을에 가장 많이 증가합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활동이 줄면서 우울이 증가 추세에 있었고요. 여름에 비해 가을에 감기 환자가 늘듯 우울한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스트레스, 트라우마가 있었거나 질병 등 이유로 우울에 취약한 분들이 계세요. 그런 상황, 자신의 기질과, 지나간 일은 못 바꾸지만 우리 행동은 바꿀 수 있습니다. 업무, 육아 등으로 과로와 소진, 만성피로가 있는 분들은 우울증으로 잘 전환이 되니 알아차림 하시고, 나를 위한 쉼과 돌봄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정말 10월 한 달, 이번 한 주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모쪼록 스스로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지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