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입이 안 되면 자기중심적이 되어 그야말로 제 기분대로다. 이럴 때 수가 말리거나 싫은 소리를 하면 즉각 폭발한다. 화를 버럭 내며 때로는 기물을 던지거나 폭행을 하기도 한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마음이나 입장을 헤아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 [아이의 자기조절력 - 이시형 저] 중에서 -
최근 심심찮게 들리는 아동학대 사건들을 접하면서 내가 제일 처음에 든 생각은 ‘저렇게 경악스러울 만큼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은 감정이 없는 걸까, 감정이입이 안되는 걸까?’였다. 아이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분풀이 상대로만 생각한 건가 싶기도 했다. 저 여린 아이들을 때리는 것도 모자라 죽음으로까지 내몰 정도의 악한 마음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예전에 내가 무슨 잘못을 하면 우리 엄마는 늘 이런 소리를 했다.
" 네가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사람들이 엄마한테 손가락질하는 거야. 가정교육 잘못시켰다고."
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건데 왜 엄마가 욕을 먹는 걸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우리는 부모 (양육자 ) 의 보살핌 아래 크며 쉽게 말해 가정교육이라고 지칭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꼭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따위의 교육적인 지침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엄마 아빠에게서 보고 배우는 모든 것들이 가정교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늘 욕을 뱉고 폭력을 일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과연 올바른 정서를 가지고 잘 자랐다 할 만한 사람이 되기 쉽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대,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은 자신도 학대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육체적이든 아니면 부모의 강압적인 양육 태도로 인해 정신적 학대를 받았던 것이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대의 대물림이 그냥 그런 거구나 그럴 수 있구나가 아니라 그래선 안 되는 것이고, 내가 그렇게 자랐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도 대물림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학대의 대물림을 끊으려는 사람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하겠고, 자기 눈에 보이는 아이의 모난 점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엄마는 기분이 좋을 때면 한없이 나에게 잘해주다가 본인의 기분이 나쁠 때는(뭐 물론 내가 모르는 안 좋은 일이 있었겠지)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벌 받은 적이 제법 있다. 아마 그렇지 않아도 머리 복잡한 상황이 있던 차에 내가 옆에서 얼쩡거렸거나, 새로 산 비싼 옷을 찢어 먹었다거나... 어찌 되었든 평소라면 ‘ 그냥 조심하지.’ 정도로 넘어갈 일이 엄마의 기분 따라 체벌의 강도가 달라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기분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아이를 양육할 때 사랑으로 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앞서도 강조했듯)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감정이입 , 역지사지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금 울고 있다면, 왜 울고 있는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장난감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울었다고 말한다면 아이의 입장이 되어 (역지사지) 내 마음대로 되지않아 속상했을 그 마음(감정이입)을 읽어주는 것이다. "장난감이 네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했구나." 그럼 분명 아이는 자기감정을 추스르고 울음을 그친다. 엄마가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줬기 때문이다. 꼭 이렇게 하지 않아도 아이는 잘 큰다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가끔 엄마들 카페를 보면 느끼는 건데 자신의 아이가 또는 자신이 가해자가 된 상황에서 글을 쓸 때는 참 관대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아이가 키즈카페에서 바구니를 들고 가다가 다른 아이의 머리를 쳤어요. 그런데 엄마인 내가 경황이 없어서 그 아이에게 사과를 못하긴 했죠. 하지만 그 아이의 엄마가 나를 진짜 심하게 째려보더군요. 그 집 아이가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살짝 부딪힌 건데 뭘 그리 째려보는지 원.’
이런 글을 보면 자기가 피해자였어도 이리 관대하게 글을 쓸까 싶다. 아마 피해자였다면 ‘우선 사과 먼저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글 쓰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역지사지해보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다 싶다. ‘입장바꿔 생각해도 나 같으면 그 정도로 째려보진 않겠다.’라는 반응을 보일 사람들이겠지?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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