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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케lykke Sep 14. 2023

엄마의 죄책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야 가질 수 있는 이 여유로운 시간. 이 시간을 갖기까지 나는 얼마나 울었던가 (감격의 오열). 쨍쨍한 햇볕에 빨래를 탁탁 털어 널고 나서 왠지 모를 뿌듯함에 취한 채 커피 한 잔 들고 소파에 앉아 후룩후룩, TV를 켰다. 앗! 그 이름도 찬란한(나의 20대를 함께 했기에) 영화 ‘Sex and The City2’. 영화관에서 봤던 기억 되살려가며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예전에는 크게 보이지 않았던 장면이 눈에 띄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친구 2명이 바에 앉아 폭풍 ‘육아’수다를 나누는 장면.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예쁜 아이들을 키우는 행복한 삶을 꿈꾸던 샬롯이 친구 미란다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오는 온갖 괴로운 것들을

털어놓는데, 보모 없이 아이를 키운 엄마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이를 두고 온 지금의 여행이 너무 좋아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했다.간절히 원했던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만큼 더 행복한 삶이된 것은 분명하지만 아이 없이 온 여행이 너무 편하고 좋아서 이 감정에 죄책감이 든다고.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정말 사소한 거 하나에 죄책감을 느낄 때가 많다. 말을 너무 안 들어 소리를 빽 지르거나, 엉덩이 한 대 팡! 때리고 나서도 엄청난 죄책감이 몰려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 내가 세상의 전부일 이 아이에게 나는 왜 화가 나는 걸까? 화를 내서 되는 일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걸 까 ? 그러고 보면 나를 이리도 열렬히 사랑해주는 사람이 또 없을텐데.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자연스럽게 나에게서 독립할 테고 그때쯤이면 오히려 내가 아이와 함께 있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래, 지금 더 안아주자. 지금 더 참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자. 


아이의 엉덩이를 때릴 수도,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낼 수도 있다(누군가는 그게 정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양육자라면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괴로워하지는 말자. 대신 아이에게 왜 엄마가 화를 내고 아이를 다그쳤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미안하다 말하자. (앞서도 언급했지만, ‘화내고, 사과하고, 화내고, 사과하고.’를 그저 반복하는 것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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