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밥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먹니? 민경이 언니 봐. 밥도 얼마나 깔끔히 먹니.
민경이는 상장도 꼭 공부 잘한 상 받아온다더라. 너도 달리기 이런 거 말고 우등상을 받아와.
현진언니는 7살 때부터 혼자 시외버스 타고 할머니 집 왔다 갔다 했다더라.
너도 혼자 버스 타고 다녀.
민경이가 연구직으로 들어갔단다. 너도 그런데 취직할 수 없니?
민경이는 27살에 결혼했잖아. 너도 그때는 해야지. 서른 넘겨서 뭐 하려고.
민경이가 서울로 발령받았다더라. 남들 다 서울 가서 사는데 너는 왜, 어휴.
우리 엄마는 주로 민경이 언니와 나를 시도 때도 없이 비교했다. 민경이 언니는 외삼촌의 장녀인데 나보다 2살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밝고 착한 언니다. 나는 그런 언니의 인생을 쫓아가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우등상을 받으려 노력했고 언니와 비슷하게 연구직으로 취직 했으며 서른을 넘기기 전에 결혼도 했다. 다른 점이라면 내가 2년 늦게 결혼했고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지방에 산다는 것.
딸은 본능적으로 부모에게 칭찬받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어떨 땐 아들보다 키우기가 쉽다고들 한다. 그런 면에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듣기 싫었던 말이지만 절대로 엄마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가시 돋친 엄마의 말에도 그저 노력하는 딸로 사는 것이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는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이런 양육태도로 아이를 대하지 않는다. 아이가 느낄 감정이 어떨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엄마의 의도야 어떻든 비교는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민서야, 윤아 좀 봐라. 너보다도 네 동생이랑 더 잘 놀아준다." 며칠 전 아이를 데리고 민서네 집에 갔을 때 민서아빠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민서 아빠는 우리 아이보다 2살 더 많은 민서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말을 한 민서 아빠의 의도는 알겠다. 너도 이렇게 잘 놀아주라는 뜻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속뜻을 어린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부모들는 가끔 너무 쉽게 말을 뱉는다. 그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니, 상처가 되도 '아이고, 난 모르겠다! 이제 다 컸는데 뭐.' 라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내 아이가 바르게 자라길 바란다면, 제발 '비교'하지 말자. 비교하지 않고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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