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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Sep 04. 2021

젊은 ADHD의 슬픔

솔직하고 때로는 발칙한 92년생의 ADHD 극복기


실명을 걸고 이렇게까지 솔직해져도 되나 싶었다. 작가의 이름인 정지음이 실명인지 필명인지는 모르나 그녀의 이야기들은 마치 내용물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한 때 유행했던 PVC 백 같았다. 아마 책에서 언급했던 '모든 면에서 밀봉보다 개봉이 낫다'는 그녀의 가치관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에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었다.


실명을 드러내고 글을 쓰지 않는 나도 가끔 글을 올릴 때 약간의 가공과 필터링을 거치게 된다. 근데 이런 그녀의 솔직하고 때로는 발칙하게 느껴질만한 적나라한 사생활이 오히려 신선했고 창의력있는 문장들에 몇 번을 감동했다. 그녀가 문창과를 나왔다지만 진짜 재능이란게 이런건가 싶어 탄복했다.


글을 참 잘쓰는 정지음 작가

사실 난 절친한 친구에게 성인 ADHD같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일명 '3초컷' 감정기복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내 거의 평생을 들러붙어 기생하는 우울감이 혹시 ADHD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책을 구매했다.


작가의 동네언니같은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약력 보니까 동갑이긴 하더라) 나는 ADHD는 아닌것 같았다. 나는 비록 아침에 웃었다 저녁에 우는일이 잦지만 심한 과소비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거나정리정돈에 익숙하지 않은 ADHD의 전형적인 증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도 내 스타일은 아니다. 며칠전 알람을 못들어 회사에 5분 지각을 하긴 했지만 나는 늘 습관적으로 약속 시간 30분전에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ADHD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책을 덮었을까? 절대 그렇지는 않다. 그러기에 이 책은 너무 재밌었고 꼭 ADHD가 아니더라도 여자로서, 사회인으로서 공감가는 점이 참 많았다.


비록 그녀의 문장 곳곳에는 후회와 슬픔의 감정이 자주 등장한다.학창시절, 아니면 그보다 더 일찍이라도 뇌의 이상을 알았더라면 본인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그런면에서는 나도 공감한다. 고3 야자시간을 땡땡이치고 친구와 배드민턴을 10번만 덜 쳤어도 난 아마 좋은 대학교를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본인 스스로 정신과를 찾았고 본인의 질병을 부정하지 않았으며 이윽고 ADHD의 경험담으로 책까지 내기 이르렀고 내가 짐작하건대 이 책은 성공할거고 조만간 그녀는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정신적으로 경미한 이상을 질병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사회인은 누구나 조금씩 어떤 포인트로든 미쳐있다고 생각한다.) ADHD는 완치가 없는 질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글의 부제를 '92년생의 ADHD 극복기'라 감히 이름 붙여 보았다. 그녀 스스로 이제 본인은 더이상 슬픈 ADHD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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