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 그대로 정신이 없다. 4년을 다닌 직장을 관뒀고 곧바로 회사를 옮겼다. 2주 전 전쟁 같던 금요일이 떠오른다. 퇴사 당일까지 실무를 쳐내고 인수인계를 하느라 그야말로 혼이 빠질 것 같았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급하게 송별회를 하고 이틀 지난 월요일 아침에 바로 다른 회사에 출근을 시작했다. 첫 출근 날 이직한 회사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라 칭하는 스스로가 어찌나 가증스러웠던지.
그렇다고 이 와중에 맘먹고 시작한 운동을 게을리할 수는 없어서 죽었다 생각하고 퇴근 후 꼬박꼬박 헬스장을 가니 이제 좀 이런 하드한 일상이 적응이 되었달까. 운동을 시작한 지도 벌써 3개월이 되어간다. 마음의 양식도 좀 챙겨야 할 것 같아 몸이 힘든데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놓지 않으려 하는 나를 보면 솔직히 정말 대견하다.
그제는 주말이었는데도 참 바빴다. 점심에 전 직장동료 결혼식 하나, 저녁에 절친 결혼식 하나. 시청과 잠실을 오가며 하루종일 만 삼천보를 걷고 항상 그랬듯이 내 결혼식도 아니면서 신부가 어머니와 포옹하는 순간 눈물을 훔치고 신부와 겹치는 지인이 많아 많은 사람과 웃고 떠드느라 바빴다.
폭풍 같은 하루가 끝나고 친한 친구 둘과 커피 한 잔을 하는데 그제야 진심이 나온다. 진심과 함께 눈물도 잠깐.
아까 점심에 직장동료 결혼식에 갔는데 식전에 데이트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틀어주더라고.
참 잘 만났네 하면서 그걸 멍하니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걔랑 나도 거의 5년을 정말 예쁘게 만났는데, 서로 위해주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거든. 우리의 연애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거든. 근데 왜 우리는 결혼까지 못 간 걸까? 다른 사람들한테는 쉬운 것들이 왜 나는 이렇게 어렵냐. 내가 뭔 죄를 지었다고.
카페를 나오며 나는 왜 결혼을 못하는 걸까? 생각하다가 할 것도 챙길 것도 산더미 같은 이 시점에 결혼 타령은 무슨, 자조하다가 그래도 늘 즐거운 척 행복한 척 하는 나도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가.
언제나 나는 생각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