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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Nov 12. 2019

고스톱 보다는 포커

당구장 보다는 배달음식점

우리는 명절이면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게임으로 고스톱이나 포커를 한다. 고스톱과 포커는 게임 성격에 큰 차이가 있다. 첫째, 고스톱은 중간에 포기할 수 없다. ‘죽은 자식 불X 만진다고 살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일을 하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중간에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는데, 중도 포기가 가능한 포커와 달리 고스톱은 중도 포기가 안 된다. 나는 점수가 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 상대방의 투고 쓰리고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그 고통이라니.


둘째, 고스톱 대비 포커의 가장 큰 매력은 져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포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에도 자주 나오듯이 우리는 상대방의 상황을 알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이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진리인 모양이다. 지피지기라는 말은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써오던 병법 아닌가? 포커는 비록 내가 지는 패를 들고 있다 하더라도 교묘한 액션을 통하여 상대방을 속여서 이길 수 있다.


우리가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그렇고 거래처한테 거래조건을 주고받을 때도 그렇다. 내 입지가 강하고 상대방의 입지가 약하면 협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내 입지가 강한지 약한지, 상대방의 입지가 어떠한지를 알 수 없으니 높은 수준의 머리싸움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고스톱도 머리싸움이 필요하지만 포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사업을 선택할 때는 포거 같은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때는 나름대로 사전 조사를 한다. 시장조사, 발전가능성 등. 그렇게 해서 시작을 했지만 사전 조사대로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가에서 하는 국책사업 중의 하나인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국 최고의 전문가 집단에 사전 조사를 의뢰를 했지만 그 조사가 틀려서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 혈세를 낭비하는 경우를 우리는 뉴스에서 심심찮게 접한다.


전국 최고의 전문가 집단에서 하는 사전 조사도 그러한데 하물며 우리네 일반인들이 하는 사전 조사는 잘못 판단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면 된다. 나름대로 판단하여 위치를 선정하고 임대차 계약을 한다. 수 천 만원의 권리금과 수 천 만원의 내부 인테리어 비용은 몇 년 후에 다 뽑을 수 있다는 사전 조사가 있었기에 퇴직금 다 털어 넣고 일부 대출까지 받아서 과감하게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치킨 체인점을 차렸는데 갑자기 조류독감이, 횟집을 차렸는데 갑자기 괴저병이. 그 변수의 종류는 너무 다양하여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많다.


억이 넘는 돈을 들여서 개업했는데 갑자기 이런 변수가 생겼을 때 사업을 접을 수 있다면 접고 잠시 쉬다가 변수가 사라졌을 때 다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업 규모가 클수록 매월 소요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 이런 업소에서는 3개월 정도만 쉬어도 피해가 몇 천 만원이 된다. 그런데 그런 사업은 접을 수가 없다. 고스톱 같은 사업이라서 그렇다. 나는 게임을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 상대방은 계속 점수가 나고, 그것은 결국 나중에 내가 그에게 줘야할 돈이 점점 더 커진다는 걸 의미하는데 중간에 게임을 중단할 수가 없다. 고스톱은 그렇다. 사업도 그런 사업을 하면 그렇게 된다. 그러니 처음에 사업을 선택할 때 잘 선택해야 한다. 과연 이 사업의 성격이 고스톱 스타일인지 포커 스타일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또한 소득이 넓이와 비례하는 장사는 힘들다. 식당의 경우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한 테이블에 2명이 삼겹살 2인분에 소주 한 병 마시면서 1시간 있는 것과 한 테이블에 4명이 한우 6인분에 백세주 10병 마시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그래서 식당은 소득이 식당의 넓이와 어느 정도 비례는 하지만 사장의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제일 힘든 장사는 당구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통령이 당구를 쳐도 한 시간 요금은 똑같다. 당구장 대비 배달음식점은 좋은 장사다. 배달음식점은 좁은 공간이지만 공간 넓이에 구애받지 않고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사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가 품목 선택이다. 중요한 일인 만큼 품목을 선택함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도 괜찮다. 조금 늦게 시작하더라도 품목 선택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제대로 된 품목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품목 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생각하기 바란다. 고스톱 보다는 포커 같은 사업, 당구장 보다는 배달음식점 같은 품목을 선택해야 한다. 투자를 많이 해야 돈을 많이 버는 품목은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 같은 곳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애초에 적은 자금으로 작게 시작하려는 사람은 자금 관리가 필수다. 초기에 큰 자금이 필요하다거나 운영할 때 큰 비용이 소요되는 품목은 무리수가 되어 나를 넘어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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