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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시켜준 자기 주도 학습

이제 공부할 시간?

by 무주

아이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캐나다로 혼자 유학 보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다.
비행기를 한번 타려면 서류 준비와 코비드 검사 절차가 복잡하고 자가격리도 해야 하는 게 싫다고 아이가 3년간 한국에 오지 않았다.

졸지에 우리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그 후 중학생 때 헤어진 아이가 3년 만에 고등학생이 되어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뜨겁게 포옹했다.

나는 아이가 오면 맛집을 다니고, 여행도 떠나려 리스트까지 만들어 두었다.
왜 주책맞게 내가 더 신난 거지?

하지만 처음에는 아이가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밥도 함께 먹기 어려웠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시차 적응도 하고 드디어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많아졌을 때,

나는 그동안 캐나다에서의 학교 생활이 어땠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한도 끝도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이렇게까지 재미있어도 되는 거야?

그리고 아이는 말했다.

"내가 내 진로를 생각해 봤는데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고 싶어."

"… 뭐라고?"

나는 평소에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마"라고 말하는 엄마인데,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나를 닮아 청개구리다.

대체 집을 떠나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는 캐나다에서 코로나 기간 동안 바깥 활동이 어려워지자,
홈스테이 집에서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 같이 놀고, 게임도 실컷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만 왔다 갔다 했는데,
학교 선생님들도 너무 좋았고, 공부도 생각보다 할 만했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공부 말고는 할 게 없더라고

……

코로나가 우리 아이에게 감히!! 자기 주도 학습을 시킨 것이다!!


아이는 3년 만에 집에 와서 실컷 뒹굴다 방학이 끝났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고3 생활을 하며 대입 준비를 했다.

그리고 캐나다 명문대 세 곳에서 합격 오퍼를 받았고,
그중 가장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해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했다.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캐나다는 대학 가기가 그렇게 쉬운 거냐고.

다른 사람이 이룬 건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

나도 정확한 답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한국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 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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