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말리지 말자
다들 아이가 하겠다는 거 어디까지 말려봤는지 궁금하다.
나는 우리 아이가 조기 유학을 떠나 캐나다에서 중고등 시절을 보냈는데
고3 공부가 시작되기 전 자신의 목표로 캐나다 명문대에 지원하겠다고 해서 좀 놀랐었다.
조기 유학을 떠나보낼 때 특별히 학업적인 목표를 두고 보내지는 않았었다.
한국에서 워낙 늦되었던 아이라 비교와 경쟁이 덜한 곳, 광활한 대자연의 나라에서 넓은 세상을 보며 자라기만 바랐다.
게다가 유학을 보내자마자 코로나까지 터져서 지구 어디서든 살아남기에만 급급했던 때라 아이가 중고등 시절을 보내는 동안 대학 진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아이는 혼자 나름의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것이야 참 기특하긴 한데....
하필 학비가 비싼 4년제 학교에 지원하겠다니 솔직히 뜯어말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강하게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길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설득을 했다.
"여행도 다녀 보고, 뒹굴뒹굴 놀아도 보고, 학교 다니느라 못 해본 것도 해 보고…
그런데도 공부가 하고 싶으면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아."
바로 대학교에 가고 싶으면 2년제 학교를 먼저 다녀볼 것도 추천했다.
나는 그게 합리적인 조언이라고 생각했다.
컬리지는 유니버시티 학비의 반값이면 다닐 수 있는 학교다.
아이가 뜻을 굽히지 않아 "그래해봐라" 하면서 속으로는 '어느 캐나다 명문대에서 널 오라 그러겠냐' 반신반의했다.
그치만…
할 놈 할, 될 놈 될.
결국, 아이는 캐나다 명문대 세 곳에서 합격 오퍼를 받았다.
이렇게 스스로 공부할 아이인 줄 알았으면 차라리 한국에서 공부시킬걸 그랬나 후회도 했다.
사실 나는 아이 어릴 때 다른 엄마들처럼 교육 정보에 관심을 두는 엄마가 아니었다.
그게 이제야 좀 미안해졌다.
그때 다른 엄마들 신경 쓰는 거 반만큼만 썼으면 우리 아이가 지구 반대편 학교까지 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아이가 드디어 캐나다 대학교에 입학하는 날
아이 기숙사에 짐도 넣어주고 학교 구경도 할 겸, 나랑 남편은 캐나다까지 날아갔다.
그리고 아이가 다니게 될 대학 캠퍼스를 직접 마주한 순간, 감탄이 저절로 쏟아져 나왔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글로벌한 캐나다 대도심 한복판에
어마어마하게 넓은 부지에 자리 잡은 200년 된 고풍스러운 학교 건물들.
마치 박물관 같은 웅장한 강의실과 캠퍼스 내에 엄청 많은 도서관을 보유한 것까지!
이런 곳에서 공부할 아이가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와, 학교 정말 좋다!!"
그러자 아이가 한마디 했다.
"엄마는 나 여기 오는 거 반대했잖아."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그땐 그랬지.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
웬만하면 아이가 하겠다는 거 말리지 말자.